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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Mar 25. 2024

'검찰 독재'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조성식, 윤석열,  검찰 하나회,  기소권, 수사권

윤석열 정권이 '검찰 정권'이면서 '독재 정권'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곳곳에서 검사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 기업에도 검사들이 득시글 거린다. 정권의 제이인 자인 집권 여당의 대표(비대위원장) 자리도 윤 대통령의 분신(아바타)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맡고 있으니, 더 말을 해서 무엇하랴.


문제는 이 정권이 단지 검찰 정권이 아니라, 윤석열 계열 검사들의 정권이라는 점이다. 전두환·노태우 군사 독재 정권의 주축이 하나회였다면, 윤 정권의 주축은 '검찰 하나회'라고 할 수 있다. 검사 전체수가 2천명이 넘지만 윤 정권에서 잘나가는 검사는 특수부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수십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른바 '검찰 하나회'가 검찰에서 행사하는 힘이 워낙 세니, 다른 검찰 구성원도 이들의 위세에 눌려 있거나 조직 이기주의 차원에서 부화뇌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정권-검찰' 동일체라는 괴물이 탄생했고, 이 괴물이 지금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검사들은 직업 속성상 과거 지향, 기껏해야 현실 지향이다. 이미 이뤄진 일이 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따지고 벌주는 것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미래가 어떻고 어떻게 돼야 하는가는 2차적인 관심사에 불과하다.


검찰 정권의 탄생이 불행한 것은, 사회를 통합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주 업무인 정치에 그들의  현실 중시·징벌 중시의 속성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지금 윤 정권을 지탱하는 특수부 검사들은 검사들 중에서도 자신들이 가장 똑똑하고 잘 낫다고 생각하는 초엘리트주의자들이다. 자기들이 제일 잘 낫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남의 말을 듣거나 남을 고려하지 않는다. 남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하는 게 바로 독재니, 검찰 정권은 탄생부터 독재 정권의 속성을 내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윤 정권은 하는 일마다 그런 속성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해요미디어, 조성식 지음, 2023년 12월)은 동아일보사에 근무할 때 법조 취재를 오래 했던 조성식 기자가 검찰 개혁을 주요 화두로 삼아 쓴 칼럼집이다. 2021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오마이뉴스>에 '조성식의 통찰'이라는 문패를 달고 기고한 시사 칼럼에 취재 후기와 단상을 붙였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관련한 얘기가 일부 들어 있지만, 대부분의 글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소불위 검찰에 대한 비판과 검찰 개혁이다.


그는 "나는 쓰는 놈(기자)이다. 제도권 매체에서 벗어난 터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자유롭게 쓰는 놈'의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이 시대 최고의 권력은 검찰이다"(90쪽)라고 확언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영장청구권, 구형권, 형집행권 등 세계 어느 나라 검찰도 가지지 않은 지상 최대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말 중에서 '제도권 매체에서 벗어난 터라'라는 대목에 특히 눈길이 갔다. 맞다. 기자가 회사에 매어 있을 때는 알고 있어도 하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시 내가 속한 회사에 누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의 언론사에 근무했었지만, 회사 종속성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조직에 구애받지 않고 쓴 조씨의 말은 그만큼 순도가 높다.


그는 무소불위 검찰의 힘을 제어하는 방법, 검찰개혁의 방법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제어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권력을 분산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민주당이 밀어붙이던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끝내 무산됐다. 검찰의 강력한 반발과 민주당의 비겁하고 무능한 태도가 한몫을 했다. 더 결정적인 것은 검찰주의자 윤석열 검사의 대통령 당선이었다.


그의 글 곳곳에 검찰의 권력 남용과 오용, 그리고 그런 힘을 제어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검찰의 저항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나온다. 수사·기소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에 저항하는 검찰의 움직임을 격파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쟁점을 7가지로 정리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글(111쪽, '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고?')은,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는 검찰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언론의 부역도 한몫을 했다고 비판한다. "검찰이 흘려주면 언론이 키우고 검찰이 언론 보도를 활용하는 검-언-검 순환 패턴이 자리 잡았다"면서 출입 기자단 해체와 개방형 브리핑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도 격하게 동감한다. 기자단 해체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사실상 검찰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검찰 기자단을 가장 먼저 해체해야 마땅하다.


그의 칼럼은, 단지 책상머리에서 머리로만 쓴 글이 아니라는 점에서 힘이 있다. 예를 들어, '<뉴스타파>가 좀 더 당당해지면 좋겠다'( 2023년 9월 13일)라는 글 후기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붙어 있다. 이 글은 이른바 '신학림-김만배' 녹취록 보도 파문을 다른 글이다.


"검찰의 포렌식 작업이 한창일 때 신씨를 몇 차례 따로 만났다. 주로 주말에 만나 술 한잔하면서 편하게 얘기했다. 내가 궁금했던 걸 꼬치꼬치 물어보면 신씨는 시원시원하게 설명해 줬다. 책을 비싸게 판 것 외에 잘못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통화기록, 문제 메시지, 카카오톡, 문서파일, 이메일 등에서 특별히 문제 될 만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다만 잘잘못을 떠나 물의를 빚어 <뉴스타파>에 미안하다고 했다."


이 메모를 읽으면서 이른바 제도 매체의 기자들은 무엇하고 있는지 화가 났다. 검찰이 정권이 그렇게 대대적으로 떠벌이던 사건의 당사자를 프리랜서인 그는 이후에도 몇 차례나 만나면서 추적하고 있는데, 그 많은 제도 매체의 기자들은 왜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나에게 그의 이런 메모는 '제도 매체에 대한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그는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윤 대통령이 수해 지원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해 박해를 받고 있는 박정훈 전 대령도 직접 만나 취재를 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면, 관련자를 만나고 현장을 찾는 것이, 취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런 기본이 사라지고 편가르기 주장만이 판치는 요즘 언론 풍토에서, 조 기자의 현장 중시 자세는 매우 귀중한 모범이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힘 있고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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