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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력적 쇠퇴'에 직면할 수 있다."

에마뉘엘 토드, 소련 붕괴, 트럼프 당선

by 오태규

소련의 붕괴와 트럼프의 당선을 예언한 프랑스 인구사회학자의 11월 1일 자 <닛케이> 인터뷰입니다.


“미국, 폭력적인 쇠퇴에 직면할 수 있다”


역사인구학자 에마뉘엘 토드 인터뷰


보수 포퓰리즘이 전 세계를 덮고 있다.

상식과 양식(良識)을 무너뜨리며, 사회의 기반을 흔드는 이 흐름의 대표적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재선시킨 미국이다.

프랑스의 역사인구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이 미국이 앞으로 **‘폭력적 쇠퇴(violent decline)’**를 맞이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그는 종교의 소멸, 개인의 공허함, 교육과 산업의 쇠퇴, 민주주의의 퇴조가

서로 얽혀 미국을 몰락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 “제조업 부흥은 불가능… 달러 패권이 벽이다”

토드는 2024년에 출간한 저서 **『서양의 패배(La Défaite de l’Occident)』**에서

미국과 유럽 사회의 혼란과 그 근원을 파헤쳤다.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혼돈은 한층 깊어졌다.


―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문제의식에는 일부 공감하신 바 있습니다.

현재 그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고,

그가 승리했을 때 나는 호의적이지는 않더라도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

미국이 제국적 지위에서 물러나 ‘거대한 국민국가’로 전환한다면

일반 시민에게는 그게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의 모순과 그가 정치·국민생활에 끼친 악영향이 분명해졌습니다.

파괴에 대한 욕망을 수반한 허무주의(니힐리즘) 가 미국을 뒤덮었죠.

그는 진실을 공격하고, 과학을 부정하며, 종교를 왜곡하고,

거짓과 변절을 숭배하는 히틀러적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내세웁니다. 실현 가능성은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미국은 기술자 배출 인원이

인구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러시아보다 적습니다.

이 기술 인력 감소가 제조업 쇠퇴의 핵심 배경이며,

이는 교육과 종교의 붕괴와도 긴밀히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더 악화시킨 건 **달러 패권(통화 패권)**입니다.

성공을 추구하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자동차·항공 같은 산업 현장이 아니라

달러가 솟아나는 마법의 샘인 금융·법률 분야로 몰립니다.

그 결과 기술자는 부족하고 제조업 쇠퇴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산업은 외국 산업이 아니라 자국의 달러와 경쟁하고 있는 셈입니다.”

“바로 이 달러의 지위 때문에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관세 자체가 나쁘다고는 보지 않지만,

미국이 산업 시스템과 금융 패권의 모순에서 빠져나오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산업 기반과 기술자가 부족하고,

달러 패권을 포기하면 제품 수입 능력을 잃어 국민 생활이 무너질 것입니다.”


― 통화 패권이 제조업을 잠식하는 걸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요?


“직감적으로 말해 불가피했을 것 같습니다.

설사 방법이 있었다 해도, ‘최강국’이라는 만능감 때문에

명백한 문제와 해법에 눈을 돌리지 못했을 겁니다.”

“소련의 붕괴도 서방의 ‘승리’로 오해되었습니다.

사실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체제가 모두 붕괴로 향하던 중,

소련이 먼저 무너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승리에 도취한 미국은 2001년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킨 자살행위를 저질렀죠.”

“이제 미국의 빈곤층 중심은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생산하지 않고 아시아산 저가 상품을 소비하며 연명하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평민이 이집트산 곡물을 배급받던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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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의 브런치입니다. 한겨레신문에서 도쿄특파원과 논설위원실장 지냄. 관훈클럽 총무, 위안부 합의 검토TF 위원장, 오사카총영사를 역임. 1인 독립 저널리스트. 외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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