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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잡초

허브

by 초록여심

남부 지방에서 아주 짧은 시간 함박눈이 내리고 그 사이 눈이 쌓인다.

올 겨울 들어 이렇게 눈싸움도 할 만큼 쌓인 눈에 시골은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막상 출발해 보니 걱정할 일이 전혀 없다.

올해는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폭설 소식이 많았지만, 우리 시골은 예전과 달리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다.

개망초 로제트

여전히 텃밭에는 양배추와 배추가 흰 부직포에 덮여 추위를 잘 견뎌내고 작은 비닐온실에 상추는 더 이상 자라지도 얼지도 않고 버티고 있다.

로제트로 자라는 시금치는 낮은 키로 추위와 눈을 그대로 맞으며 잘 견딘다. 씩씩하다.


2월에는 또 어떤 풀들을 찾아볼까? 여전히 유럽점나도나물과 광대나물이 멀칭한 마른풀 사이에 자리하고, 아주 가끔 쑥이 보인다. 조금만 더 있으면 쑥이 쑤욱 올라올 것 같다.


오늘은 늘 그 자리에서 밭을 지켜주고 있는 허브류를 살펴보아야겠다. 사시사철 너무 잘 자라주니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게 미안하다. 갈색가지로 변한 블루세이지, 핫립세이지, 메리골드도 보이고 작년 여름에 옮겨 심은 로즈메리, 애플민트도 초록을 보인다.

그중에서 이번 달에는 재작년 옮겨주었던 타임을 알아보아야겠다. 남편의 채근에 급히 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타임을 백리향과 같은 종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 종류가 많고 잎의 모양이나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크게 나누면 타임, 섬백리향, 백리향이 있다.

모두 꿀풀과 백리향속 식물로 노지월동이 가능하고 잎이 서로 마주나는 향이 강한 허브 식물이다.


타임은 유럽이 원산지로 그 종류가 많은데, 잎이 조금 더 작고 가늘며, 백리향이나 섬백리향에 비해 위로 곧게 서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선백리향이라고도 한다.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백리향은 백리향에 비해 잎이 더 크고 톱니가 있으며, 꽃은 크고 줄기가 더 굵은데 현재 희귀 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백리향은 산백리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자생종이다.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의미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잎을 한 줌 뜯어 호주머니에 넣어가면 백리를 가지 않을까?

이 향기는 꽃이 아니라 잎에서 나오는데 바로 잎 뒷면의 샘점(선점)에서 나온다.

타임이나 백리향의 잎은 향이 좋고 항균, 항산화 작용이 있다고 하니 허브차나 요리에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다시 정리해 보면, 유럽 원산지로 곧추서서 자라는 선백리향 타임, 기어서 자라는 우리나라 토종인 울릉도 섬백리향과 우리나라 산지에서 자라는 백리향인 산백리향이 있다.


백리향은 잔디처럼 바닥에 포복하며 자라고, 여름을 알리는 6월이 되면 풍성한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매번 깎아야 하는 잔디보다 향기 나 꽃을 볼 수 있는 이 허브 식물을 정원이나 텃밭에 키워 기분 좋은 정원 가꾸기, 텃밭 농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힘든 농사로 또는 잡초를 뽑다 지칠 때쯤 잎을 살짝살짝 건드리며 허브향으로 위로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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