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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문교 Sep 06. 2023

”해리 케인이 누구죠?“ 캡틴 손과 함께 돌아온 토트넘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 팬들은 요즘 자주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토트넘이 돌아왔다(Tottenham is back)


경기 내용과 결과에 만족할 때 하는 말입니다.  4경기를 치른 현재 토트넘의 리그 성적은 3승 1무, 선수 맨시티에 이어 리그 2위입니다. 아주 좋은 출발입니다.  


하지만 이전 감독 시절에도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던 적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지금의 토트넘은 이전의 토트넘과 무엇이 다를까요?


올 시즌 토트넘은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단 빅리그 경험이 없는 호주 출신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첫 번째 물음표를 던졌고,  

개막 직전 팀의 주득점원 해리 케인이 우승컵 수집을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두 번째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영혼의 단짝 케인을 잃은 손흥민 선수에 대한 걱정도 있었죠. 손흥민 역시 더 늦기 전에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떠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케인의 이적으로 엇갈린 손흥민과 김민재의 운명을 패러디한 딥페이크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토트넘은 케인의 득점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팀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우려가 컸죠.

지난 시즌만 보더라도 토트넘의 득점 중 43%가 케인에게서 나왔습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전체 클럽 중 가장 높은 득점 비율이었습니다.

물론 손흥민 선수의 지원이 있었지만, 수치상 토트넘은 케인의 '원맨팀'으로 불릴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케인의 이적, 그리고 새 감독의 부임, 두 가지 큰 변수 속에 토트넘이 어떤 축구를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4경기를 치른 현재 만족도는 높습니다.

해리 캐인이 듣는다면 섭섭할 이런 농담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유튜브 DR Sport 발췌]

"(남)해리 케인의 이적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요.

(여) 음. 해리 누구요? 농담이에요.

(남)(해리 케인) 포스터 치워야겠네요.


토트넘은 전통적으로 젊고,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합니다. 물론 토트넘만 그런 건 아니겠죠. 축구 팬이라면 수비적인 축구보다 공격적인 축구에 환호합니다.


그런데 최근 모리뉴와 누누, 콘테를 거친 토트넘 축구는 수비 중심의 축구로 각인됐습니다. 물론 각 감독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인 팬들의 평가는 수비 중심 축구였습니다.


우승을 기대했던 모리뉴와 콘테 감독이 우승의 꿈을 이뤄주지 못한 점도 수비 중심 전술에 대한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할 수 있습니다.

경기 내용이 재미 없으면 결과라도 좋아야 하는데 내용도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팬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겠죠.


리그 8위에 그친 지난 시즌, 그러니까 콘테 감독의 토트넘은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의 이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의 공격을 보는 것은 한 사람이 계속해서 같은 퍼즐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화를 내는 것과 같았다.“


예측가능한 단조로움, 다시 말해 창의성이 부족했던 공격 전술을 비판한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토트넘 팬들이 "토트넘이 돌아왔다" 말하는 이유, 바로 공격적인 축구, 그러니까 볼 맛 나는 재밌는 축구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팀 성적까지 따라주니 행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으로 5대 2 대승을 거둔 번리전은 행복감의 정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은 손흥민 선수의 응원가로 도배됐습니다.  


[이팩트:손흥민 응원가 'Nice one Sonny']

"Nice one Sonny(잘 했어 쏘니). Nice one Son(잘 했어 손). Nice one Sonny(잘 했어 쏘니). Let's have another one.(한 골 더 넣자)"


토트넘의 공격적이고 재밌는 축구는 통계에도 잘 나타납니다. 토트넘은 5골을 몰아친 최근 번리전까지 매 경기 2골 이상을 기록하며 개막 4경기에서 11골을 득점했습니다. 리그 팀 득점 공동 2위입니다.


슈팅 위치나 난이도 등을 고려한 기대 득점(Xg)을 살펴봐도 4경기 평균 7.34골, 실제 11골을 넣었으니까 약 3.5골을 더 넣은 셈입니다.

여기에 결정적 기회 창출에서도 10회로 리그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한 마디로 '공격의 창의력, 결정력 모두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득점원의 다변화입니다. 번리전까지 토트넘의 득점 선수를 살펴보면 손흥민 3골, 제임스 메디슨 2골, 로메로 2골, 에메르송, 사르, 쿨루셉스키, 각각 1골 등 6명의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케인과 손흥민이 득점의 3분의 2 정도를 책임지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입니다. 득점 방식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세트피스, 박스 안, 컷백, 박스 밖 등 다양한 위치와 움직임을 통해 골망을 흔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빌드업과 역습의 짜임새가 좋아졌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다양한 득점원을 앞세운 토트넘의 공격력이 케인의 공백을 완벽하게 지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팀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서 케인 같은 확실한 에이스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토트넘의 약점 중 하나인 뎁스, 즉 선수층이 얇은 부분이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중후반 어떻게 작용할지도 변수입니다.

아직 남은 경기가 너무 많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경기력만으로도 팬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아 보입니다.


이전 시즌과 비교할 때 파이널 서드까지 침투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많아졌고, 공격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걱정했던 케인의 이적은 오히려 공격수들에게 다 많은 자유를 주면서 유기적인 움직임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더 낮은 자세로 ’원팀‘을 만들어가는 캡틴 손흥민의 리더십 또한 상승세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토트넘이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할지는 현지 기준 이달 말 아스널(24일), 리버풀(30일)과의 경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토트넘의 변화는 그저 결과적인 숫자들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움직임, 팬들의 환호, 전반적인 팀의 분위기에서 흐르는 에너지까지 모든 것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인의 이적과 함께 많은 팬들이 그린 미래의 그림은 불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의 토트넘이 그 불확실성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물론 아직 시즌은 길고, 앞으로 위기도 많겠지만, 지금 이 순간,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빛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캡틴 손흥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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