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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Jan 15. 2023

세상에서 제일가는 에그타르트를 맛보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D+43, 포르투갈 여행 둘째날(리스본)

2017년 3월 2일 목요일


지난 게시물(https://brunch.co.kr/@kkiseo/31)에서 이어지는 3월 2일의 일정이다.

오늘 우리는 본격적인 리스본 관광을 위해 파루에서 아침 버스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했다.

나중에 돌아보니 이 날은 우리의 일정을 통틀어 유일하게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었다. 이런 날을 버스 안에서 보내다니 흑흑


우리가 잡은 숙소는 데스티네이션 호스텔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시설도 예쁘긴 한데 무엇보다 이 호스텔은 입지가 진짜 좋다. 별다른 표시가 없어서 처음에 호스텔을 찾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호시우 역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인다. 다음날 근교 신트라로 갈 때에는 호시우역에서 출발해야 했는데 호스텔이 역이랑 이어져 있어서 정말 좋았었다.

벌써부터 힙한 데스티네이션 호스텔의 입구. 내부 사진은 뒤에서 공개된다~




호스텔에서 짐을 푼 후, 우리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이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가는 트램에서 바라본 리스본 시내의 모습. 트램은 귀엽지만 너무 느렸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안보다 밖이 낫다더니 실제로 그러했다... 밖을 장식하는데에 능력자들을 다 갈아넣은 바람에 안을 꾸밀 인력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닐까?ㅋㅋㅋㅋㅋ

그래도 사진찍기에 열중하는 나. 옆에는 지은이가 어린 시절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글라스데코(?)가 보인다. 건물들 내부는 대강 저런 느낌이다.
한복 입고 한껏 아련한 척 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역광때문에 얼굴이 시꺼매져서 한 선택이었다.


사실 파루에서 일찍 출발했대도 버스 이동 시간이 있다 보니 우리가 수도원에 막 도착했을 때는 이미 5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였다. 유럽에서는 이쯤되면 꽤 늦은 시간이라 벨렘탑 입장시간은 이미 지나있었다. 결국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제로니무스 수도원만 샥 보고 나왔다. 사실 그때쯤 되니 배가 고파져서 별로 아쉽지 않긴 했다ㅋㅋㅋㅋㅋ


우리는 수도원에서 나온 후 수도원 입구 근처의 에그타르트 원조집 'Pasteis de belem'으로 직행했다. 와 근데....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22년간 살면서 먹은 에그타르트중에 제일 맛있었다. 앞으로 한국 가서 에그타르트는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갓 구운 따끈따끈한 에그타르트를 집어들어서 한 입 베어물면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전혀 비리거나 느끼하지 않은 고소한 크림이 입 안으로 사르르 들어온다. 정신 차리고 보니 4개의 에그타르트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더 사갈까 하다가 저녁인 돌판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해 미련을 떨쳐내고 나왔다. 아직 포르투에서도 에그타르트 맛집이 남아있으니까 참자...!!!




우리는 트램을 타고 Largo das Portas do Sol로 이동했다. 사실 원래는 거기에서 더 가서 상조르제성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는 게 목표였는데, 이 사진을 찍을 때에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그래서 상조르제성 전망대는 트램을 타고 가면서 이미 반쯤 단념한 상태였다.


Largo das Portas do Sol에 도착하니 하늘이 벌써 어둑어둑했다. 우리는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필터캠이라서 생각보다는 어둡지 않게 나왔지만, 글을 쓰는 지금(무려 6년 후이다!)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원본 좀 남겨놓지..!!!
물론 사람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게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도합 2주 넘게 여행하면서 지은이랑 처음 찍는 투샷이라는 점...!!ㅋㅋㅋㅋ




일몰을 구경한 뒤, 저녁을 먹으러 트램을 타고 올라온 길을 다시 터덜터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오늘 미리 생각해둔 음식점은 바로 돌판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후기가 많았던 'O Chiado'. Largo das Portas do Sol에서 10분가량 걸어서 내려오는 길에 위치해 있다.


아무튼, 나 역시 블로그를 보고 찾아간 곳이긴 했지만 새삼스레 한국에서 블로그의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느낄 수 있었는데, 일단 들어가자마자 이미 자리잡고 있는 한국인 무리가 보였으며 웨이터들이 기본적으로 한국어 인사를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ㅋㅋㅋㅋ심지어는 대구 요리와 돌판 스테이크를 주문하려고 입을 떼자마자 내가 뭘 주문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메뉴 이름을 대신 말하기까지 했다. 소오름... 이렇게 한번 맛집은 계속해서 맛집이 되는가보다. 메뉴들의 가격대는 샤로수길 맛집들과 비슷했으니 사실 포르투갈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 싼 건 아니었지만, 고기의 질이 훨씬 좋았다! 돌판이 금방 식을까봐 조급하게 굽는 바람에 웰던이 되어 버렸지만 야들야들했다. 팁을 남기자면 돌판은 매우매우 오래 가니 여유롭게 익혀 먹어도 될 것 같다.

참고로 포르투갈 식당의 식전빵은 신기하게도 다 따로 돈으로 청구되기 때문에 먹고싶지 않으면 옆으로 밀어놓거나 치워달라고 말해야 한다.


저녁을 배불리 먹은 후, 우리는 후식으로 티라미수 맛 젤라또를 사먹었다. 그냥 스테이크 먹고 나니 왠지 입이 심심했다.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유럽의 젤라또 가게들은 기본적으로 평타는 친다. 우리는 리스본의 밤거리를 구경하며 걸었다.

어떤 빵집에서 너무 귀여운 디저트들을 팔고 있길래 한번 찍어 봤다.


마침 리스본에 와 있는 제니언니에게 연락이 와서, 우리는 칵테일바에 가기 위해 숙소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데스티네이션 호스텔 역시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숙소여서 그런지 숙소 바에 메뉴로 쏘맥이 있을 정도였다. 앞서 간 돌판 스테이크집처럼 맛집/명소의 재생산이 이런건가... 안에 들어가 보면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양쪽으로 숙소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가운데에는 인조 잔디 위에 사람들이 쉬거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나는 저 뒤로 보이는 포켓볼 탁자를 사용해 보고 싶었는데, 우리가 숙소에 잠깐 들린 시점에는 다들 밖에 나가서 놀 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못 한게 아쉬웠다. 



우리는 제니 언니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Pink Street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엄청 북적여서 무섭지 않았다. 언니가 추천한 칵테일바에 들어가니 곳곳에 벗은 여자들 그림이 널려 있어서 식겁했는데, 알고 보니 원래 매춘이 이루어지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고 했다. 리모델링을 했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민망했다ㅋㅋㅋㅋ 아무튼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우리는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하기 위해 바로 이동했고, 제니 언니가 어떤 바텐더를 찾더니 어제 자기가 먹었는데 맛있었다며 같은 걸로 주문을 해 주었다. 알고 보니 그 바텐더가 대회에 내려고 만든 레시피라고 했다. 언니가 그에게 '어제 먹어보니 맛있어서 친구들을 데려왔다'고 하니까 바텐더는 무척 기뻐하면서 예쁘게 데코까지 해 주었다. 언니는 "어제는 이렇게 예쁘게는 안 해줬는데ㅎ"라고 말하더니 경쾌하게 웃었다. 언니 덕분에 이런 걸 또 먹어본다. 



잔당 10유로씩 하는 칵테일이니까 포르투갈 물가를 고려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칵테일바 가격을 생각하면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한 퀄리티였다.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서 바텐더가 만드는 모습을 보면 아, 이 가격을 받을 만 한 칵테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와인 베이스에 상큼한 오렌지 향과 계피 향이 감도는, 달콤쌉싸름하면서 부드러운 맛이었다. 사실 나는 지은이랑 제니언니가 말한 만큼 워!!!인생 칵테일!!!!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맛있어서 완전 만족이었다. 적당히 떠들썩한 실내와 은은한 조명, 맛있는 술과 편한 친구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우리에게 행복한 칵테일을 맛보게 해 준 제니언니에게 무한한 하트를 보낸다...♥


이렇게 리스본에서의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날 이어진 근교 신트라에서의 일정은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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