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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Jan 16. 2023

밥보다 디저트가 맛있었던 날

네덜란드 교환학생 D+45, 포르투갈 여행 넷째날(포르투)

2017년 3월 4일 토요일


오늘은 드디어 포르투로 떠나는 날!

우리는 호텔 알리프 아베니다스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근처 아무 빵집에나 들어가서 대충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빵은 무척 딱딱했고... 감기약을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물을 시켰지만 물 대신 다른 음료를 시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진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빵이 엄청 딱딱했다. 결국 다 못 먹고 남겼다.


그렇게 불만족스럽게 채워진 배를 안고 후식 먹을 곳을 찾아 헤메다가 우연히 발견한 에끌레어 전문점 L'eclair! 놀랍게도 우리 숙소 바로 옆이었다.

그동안 나는 한국에서 에끌레어를 한 번도 사먹은 적이 없다. 딱히 맛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게 유리장 안에 쭉 진열된 에끌레어들의 모습을 본 순간, 전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종류가 엄청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웠다. 고심 끝에 고른 것은 초콜릿 에끌레어와 라즈베리 말차 에끌레어. 둘다 정말정말 맛있어서 나는 금세 행복해졌다. 그동안 내가 에끌레어를 먹지 않은 것은 이곳의 에끌레어를 먹기 위해서였던 것인가... 역시 이런 건 전문점이 잘 만드나 보다.


달달한 에끌레어와 따뜻한 다즐링 홍차를 즐기며 오랜만에 보는 바깥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세상 행복했다.

그렇다. 그렇게나 안 좋던 리스본 날씨는 우리가 떠나는 날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어버린 것이다...!!!! 이게 말이 되냐... 어느 정도였냐면 포르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고속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너무 더워서 겉옷을 벗었을 정도. 분명 어제까지는 겉옷 없이는 얼어 죽을 것 같은 날씨였는데!

버스정류장 너머로 보이는 화창한 날씨를 보라

아무튼 우리는 버스를 타고 파루에서 리스본으로 올 때 도착했던 Sete Rios 역 근처의 rede express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포르투로 가는 버스가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하기 5분쯤 전에 출발해 버려서, 다음 차를 타려면 한 시간 가량 기다려야 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탓인지 그새 배가 고파져서, 우리는 카라멜 팝콘을 한 봉지 사서 먹으며 초성 맞추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쉽게도 팝콘 사진은 안 찍었는데, 빵빵하게 가득 채운 한 봉지가 고작 2유로 안팎이었다. 포르투갈의 물가는 정말 엄청나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서 안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따스한 햇살에 화가 났는데, 포르투에 도착하니 다시 우중충한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어서 더욱 더 화가 났다ㅋㅋㅋㅋㅋ이번 여행의 날씨 운은 정말 거지같다. 그렇지만 포르투 거리에 즐비한 상점들을 보며 우리는 내일 꼭 쇼핑을 실컷 하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조금 행복해졌다.

그렇다. 우리는 정말 단순한 인간들이었다.


아무튼 조금 더 행복해진 마음을 안고 포르투갈의 전통 음식, 프란세지냐를 먹기 위해 유명한 프란세지냐 가게, 카페 산티아고로 향했다. 역시 유명한 집 답게 줄이 엄청 길었다. 한시간 쯤 기다렸나...? 오랜 기다림 끝에 먹게 된 프란세지냐는 솔직히 말해서 막~~~~ 맛있지는 않았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적당했다.



프란세지냐식빵 사이에 햄, 고기, 소시지 등 갖가지 '육류'만을 잔뜩 끼워넣고 위에 치즈와 달걀을 올린 요리이다. 정말로 야채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고칼로리 요리. 한 개당 2000칼로리라는데, 거의 성인 여성 하루 권장 칼로리만큼이라고 한다. 꽤나 느끼하다고 해서 우리는 하나를 나눠먹기로 하고 샐러드를 시켰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 샐러드와 탄산음료 없이는 못 먹었을 듯... 옆 테이블에 보면 1인 1 프란세지냐를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혼자 하나를 다 먹는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마제스틱 카페! 카페 산티아고에 가기 전만 해도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 있었는데, 우리는 좀 늦은 시간에 갔더니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해서 딱 좋았다.

마제스틱 카페의 외부와 내부 모습.

*사실 왼쪽 것은 다음 날 아침에 찍은 것이다. 우리는 여기가 일요일에 닫는 줄은 몰랐는데, 포르투 도착한 날 피곤하더라도 가길 잘 했던 것 같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카페 문 앞에서라도 많이들 사진을 찍고 있더라. 


카페 내부는 엄청 고풍스러웠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사실 내부가 외관만큼 예쁘지는 않았다. 이런 앤틱한 컨셉의 깨끗하고 예쁜 가게들을 한국에서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진짜로 앤틱한 장소들은 좀 꼬질꼬질할 수밖에 없으니까.



1923년부터 있던 카페면 거의 백년이 다 된 셈이다. 해리포터 1권이 출간된 게 1997년이니, 롤링이 한참 집필할 때에는 한 70년쯤 된 카페였을려나. 메뉴판도 세월의 흔적을 보여 주는 듯 닳아 있었다. 메뉴판이 엄청 두꺼운데, 넘겨보니 디저트 말고 식사 메뉴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 식사시간대에 사람이 많았나 싶기도 하고.


우리가 시킨 건 바게트 프렌치 토스트와 아몬드 타르트였는데, 저 프렌치 토스트가 정말 대박이었다! 어떻게 바게트로 만들었는데 푸딩처럼 살살 녹을 수 있는건지....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먹었다. 함께 먹었던 TWG 크림 카라멜 홍차도 맛있었다. 




식사에 디저트까지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새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이번에 예약한 곳은 쏘 쿨 호스텔(So Cool)이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 호스텔은 우리가 유럽여행을 하며 겪었던 숙소들 중 최악이었다. 혹시나 이 곳을 예약할 한국인이 있을까 해서, 극구 말리기 위해 글을 남긴다. 이 뒤부터는 이 숙소를 비추하는 이유들이니 여행기가 궁금한 사람은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를...


1. 위치가 애매하다

- 리스본 시내와 꽤 떨어져있다. 근데 지하철을 타기엔 돈 아깝고 그렇다고 캐리어 끌며 걷기엔 시간이 꽤 걸리는(30분정도 걸어야 한다)거리였다.

2. 엘리베이터가 없다

- 우리 방은 맨 꼭대기(3층, Ground Floor를 고려하면 한국식으로는 4층)였는데 캐리어를 지고 오르내리느라 허벅지가 터질 뻔 했다. 그냥 오르내리기에도 계단이 가파르고 오래돼서 불안불안했다.

3. 방이 가격대비 너무 좁고 답답하다

- 이 호스텔은 도미토리와 프라이빗 룸 두 가지 유형의 방을 제공한다. 우리는 편하게 있고 싶어서 돈을 더 지불하고 프라이빗 룸을 예약했는데, 문을 열자 안 그래도 비좁은 방을 침대 두 개가 꽉 채우고 있어서 당황했다. 누가 봐도 1인실에 침대 두 개를 우겨넣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어서 더 어이가 없었다.

4. 시설이 부실하다

- 드라이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근데 여기는 진짜 아~무것도 없다. 방에 있는거라곤 침대와, 손바닥보다 작은 벽거울 하나가 끝이다. 이 거울은 화장은 커녕 눈코입이 제대로 달려있나 정도만 볼 수 있는 수준의 크기였다. 샴푸나 비누같은 건 당연히 하나도 제공되지 않고, 몇 박을 묵든 무조건 수건은 한 장만 제공된다. 수건 추가를 하고 싶으면 1유로를 내야 한다. 

5. 온갖 것에 돈을 받는다

- 보통 무료로 해주는 짐 맡아주기 서비스는 짐 하나당 1유로, 보딩패스 출력도 한 장당 1유로였다. 세상에, 아무리 물가 비싼 마스트리히트에서도 프린트가 이렇게까지 비싸진 않았다. 우리는 보딩패스와 기차표까지 해서, A4용지 4장을 프린트하는 데에 대략 4800원을 쓴 것이다. 아무리 여행지라도 이건 순 바가지 아님??

- 내 다른 포스팅에서 계속 말했듯이 포르투갈 물가는 꽤 싼 편이다. 하지만 이 호스텔 안에서는 아니다. 조식을 먹고(당연히 조식을 먹기 위해 이미 돈을 냈다) 커피머신을 작동시키려고 하니 돈을 넣어야 작동되는 기계였다. 그...래... 누군가가 혼자 너무 많이 뽑아 마셨나 보지... 라고 이해하려 애쓰며 조식값에 더해 1유로 50센트를 추가로 지불하고 차를 한 잔 뽑았다. 근데 100미리 정도 되는 차가 아주 작은 컵에 담겨서 나왔고, 맛은 정말 거지같았다. 이 숙소 주인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이익을 뽑아내고 있는게 분명했다. 심지어 조식도 맛 없었다. 이 돈으로 차라리 나가서 사먹었으면 훨씬 잘 먹었을 것이다.

6. 방음이 하나도 안 된다

- 우리가 예약한 프라이빗 룸은 한국씩으로 따지면 4층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고, 이 층에는 우리 방과 다른 방 하나만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밤에 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려서 열어 보니, 호스텔 주인 아주머니였다. 우리들 소리가 로비에까지 들릴 정도로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하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물이면 3층 꼭대기 방에서 나는 말소리가 Ground Floor에까지 들리냐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크게 떠들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나나 지은이나 목소리 크기가 큰 편도 아니고, 평소에 다른 호스텔에서도 이정도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단 한번도 이런 항의를 받아본 적이 없어 더 당황스러웠다. 

7. 융통성이 전혀 없다

- 이 호스텔의 조식 시간은 8시 반이다. 하지만 떠나는 날 우리는 아침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8시 반에 먹었다가는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았다. 짐을 다 싸고 8시 15분 경 키친에 내려가 보니 첫날 아침과 같이 준비가 다 된 상태였고, 준비하는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사정을 설명하고 혹시 15분만 일찍 조식을 먹는 것도 가능한지 물어봤다. 하지만 직원들은 '아침은 8시 반부터'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우리를 내쫓았다. 물론 우리가 시간을 안 지킨 것은 잘못이지만, 분명히 그들은 준비가 다 끝난 것처럼 보였다. 숙소 예약할 때 이틀치 조식값을 미리 다 내고도 빈 속으로 비행기를 타야 하는게 속상해서 시리얼 한 그릇이라도 먹을 수는 없을지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직원은 '내가 아주 특별히 관용을 베풀어서 특별히 딱 시리얼 한 그릇만 먹을 수 있게 해 주겠다. 대신 너희 방까지 올라가서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멀쩡한 식당 테이블들 놔두고 왜 굳이 그래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시리얼 볼을 들고 4층을 다시 걸어 올라가서 방에서 처량하게 식사를 한 뒤, 다시 4층을 걸어 내려와서 그릇을 반납했다. 이럴거면 그냥 공항 가는 길에 사먹을걸 그랬다.


쏘 쿨 호스텔에 묵으면서 불만이었던 게 하나둘이 아니어서 글 마지막이 엄청나게 길어져 버렸지만ㅋㅋㅋㅋㅋㅋ만약 이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묵고자 한다면 꽤나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호스텔들과 같은 가격대의 프라이빗 룸을 이런 대접을 받으며 이용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극구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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