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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Jan 17. 2023

수요일에는 마켓에 가야 한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D+56

2017년 3월 15일 수요일


벌써 마스트리히트에 온 지도 두 달이 다 되었다는 게 기분이 이상하다. 어제 나현언니가 '우리 이제 3개월(나는 여행까지 하면 4개월이지만) 있으면 집에 간다'고 말했는데 소름돋았다. 처음 왔을 때에는 6개월이 엄청 길게 느껴졌는데, 벌써 1/3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교환학생 한 학기가 끝나면 1년짜리로 신청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들 마음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은 마켓에 장이 열리는 날! 평소같으면 귀찮아서 못나갔겠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기로 하면 억지로라도 아침에 일어나게 된다.


마스트리히트에서는 시청 근처 광장에서 수요일과 금요일, 이렇게 일주일에 두번 장이 서는데, 수요일보다 금요일 장이 더 규모가 크다. 토요일에는 (추측하건대) 벼룩시장같은게 열리는 것 같다. 지은이가 없어 서러운 1인가구는 더 싸고 질좋은 과일을 사기 위해 마켓으로 슬슬 기어나왔다.


여기서는 이렇게 신선한 과일들을 듬뿍 사도 7.5유로밖에 안한다. 역시 마켓이 최고다. 저 오렌지는 한라봉이랑 비슷하게 생긴 오렌지인데 맛도 신기하게 한라봉 맛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한라봉이라고 부른다ㅋㅋㅋ

영아언니가 찍어준 사진!! 언니는 사진을 진짜 잘 찍는다.


사실 나는 오늘 지각해서 뛰쳐나오느라 점심은 커녕 아침도 못먹은 상태여서 배가 홀쭉했다. 그래서 점심 대신 장에 온 푸드트럭에서 사먹은 치킨피자 어쩌구 하는 메뉴! 주인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닭꼬치 두개 분량의 닭 조각이 들어가있다고. 맛은 그저 그랬지만 햇볓이 좋아서 행복했다.


아래 사진은 우리가 사먹은 가게의 메뉴판이다. 저 뒤에 있는 아시안 푸드 푸드트럭 앞에 사람들이 제일 많았지만, 왠지 메뉴가 위험해 보여서(=맛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무난한 이 푸드트럭으로 옮겨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제랑 오늘 날씨가 아주 좋다. 아래 사진 왼쪽의 풍선들은 오늘 있는 마스 시장 선거 홍보를 위해 차려진 부스같았다. 사람들이랑 장터의 상인분들한테 무료로 파이를 나눠주던데, 마치 선거철에 재래시장을 순회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같아서 웃겼다. 우리는 딱 봐도 유권자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런지 우리한테는 파이를 주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밥을 먹었으면 후식을 먹어야지! 마켓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한 '몽키커피'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세상에나! 귀여운 도넛들이 가득했다. 나는 사실 도넛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 도넛은 너무 맛있었다. 저기 레드벨벳 도넛은 안에 크림치즈 필링까지 가득 들어있다. 1.75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오레오 셰이크도 맛있었다.




까페 앞에서 쉬다가 윤진이를 만나 더글라스 샵에서 화장품 구경도 하고, 매니큐어도 사고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보니, 지난주 금요일에 시킨 더바디샵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이라 더욱 두근두근했다!

한국 택배처럼 테이프로 봉해놓은 선이 없어서 갈 곳 잃은 가위...
40프로 세일때 산 더바디샵ㅋㅋㅋㅋ생각보다 싸게 필요한 것들을 사게 돼서 행복했다.


그냥 예뻐서 두 장 올리는 마스의 해질무렵 사진. 벌써 지은이 없이 보내는 다섯번째 밤이다. 


어제 먹은 치킨 데리야끼 덮밥과 오늘 먹은 치킨마요. 지은이 없이도 잘 먹고 있는 나 아주 대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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