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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Jan 17. 2023

독일에서 맥주는 기본이 1리터?

네덜란드 교환학생 D+59, 독일 여행 첫째날(뮌헨)-2

2017년 3월 18일 토요일


지난번 글에서 이어진다! 아래 일정 중 '님펜부르크 궁전'에서부터의 이야기이다.




님펜부르크 궁전

브런치를 먹고 님펜부르크 성으로 향했다. 앞서 말했듯이, 그리고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이날의 날씨는 최악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중충한 하늘 아래서 우리는 "추워!!"를 연신 외치며 종종걸음으로 성으로 뛰어갔다. 바람이 하도 불어서 자꾸 뒤집히는 우산은 결국 접고 비를 맞으면서 가야 했다. 또르르...


날씨가 좋을 때 오면 예쁠텐데 싶었던 님펜부르크 성. 정원부터 엄청 넓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기어이 사진을 남겼다

사실 겉에서 봤을 때에는 '이게... 궁전? 그냥 옆으로 긴 건물 아님?' 하는 생각이었는데 안에 들어오니 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겠다 싶은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엄청 넓어서 돌아다니면서 힘들 정도였다. 역시 궁전은 다르구나...


독일 궁전을 돌아다니면서 느낀건 침대가 다 똑같다는 것이다. 세로 길이는 짧고 높이는 길쭉! 키가 큰 게르만인들이 저기에 어떻게 다리를 꾸겨넣고 잤을까 싶을 정도.


기념품 샵에서 발견한 중세 기사 투구. 머리에 저 깃털은 왜 달린건지 모르겠다만 그냥 재밌어 보여서 써 봤다.


너무 많이 걸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박물관으로 향하며 D와 불평을 토로했다.

"세상에, 이렇게 궁전이 큰데 왕족들은 밖에서 걸어다니기도 귀찮았겠다"

"당연히 자기 발로 안 걷지 않았을까?"

"그럼 이 정원에서 뭐 타고다님?"

"가마?"

"ㅋㅋㅋㅋㅋㅋ가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한국패치된거 아냐?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진짜로 있었다. 가마.

'가마는 무슨ㅋㅋㅋㅋ'이라고 말하고 박물관 들어가자마자 가마가 나왔다. 이것이 바로 서양식 가마인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우리의 게으른 왕족들은 궁전 내에서조차 자기 발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시는 그들의 사치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데...


가마에 이어 등장한 수많은, 끝이 없는 마차들!! 어떻게 저렇게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마차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더 놀라운 건 이것들의 대부분이 루트비히 2세라는 인물 한 사람의 것이었는데, 이름이 하도 많이 나와서 우리는 루트비히가 나오면 이제 혀를 쯧쯧 찼다. 

심지어 이렇게 번쩍번쩍하게 장식된 썰매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님펜부르크 궁전+박물관까지 구경하고 나와서 마지막으로 정원까지 볼 때 즈음에 우리의 다리는 거의 부서져가고 있었다ㅋㅋㅋㅋㅋ 궁전 아니라고 무시해서 미안해... 정원은 도저히 끝이 안보였고 우리는 적당히 구경하다가 빠르게 돌아나왔다.

안 좋은 날씨를 커버하기 위해 필터를 마구마구 씌워주었다. 역시나 격하게 부는 바람덕에 무슨 샴푸광고하는 것 마냥 머리가 휘날리는 사진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우중충한 날씨에도 이곳에서는 웨딩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가 신부였으면 진짜 속으로 마구 욕했다.. 아래 사진 속 2층 난간 위에서 신랑 신부측 가족들이 다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그분들이 내려가길 기다렸다가 냉큼 올라가서 '이 궁전은 내것이다!'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밑에 아직 서 계셨던 웨딩 사진사 분께서 마구 웃으시더니 나를 찍어주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분이 보기에도 웃겼나 보다.


님펜부르크 성을 보고 나니 조금 배가 고파졌다. 밥을 먹기 전에 시내로 가서 그 유명한 dm(우리나라로 치면 올리브영쯤 된다)에 들어갔다. 사악한 네덜란드의 물가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만드는, 무척 착한 가격의 동일한 상품들이 나를 향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자, 어서 나를 데려가~~'

'봐, 무려 마스 가격의 반값이라구~?'

'지금 놓치면 언제 살꺼야~?'


나는 물건들의 속삭임을 외면하지 못하고 왕창 사 버렸다.

그치만... 그치만 앞으로 남은 3개월간 언젠가는 마스에서 비싼 값으로 사게 됐을 거라고!!!




뮌헨 3대 맥주 양조장,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

Dm에서 물건들을 쓸어담고 나니 정말로 배고파졌다.

미리 찾아둔 호프브로이하우스로 갔다. 그곳은 정말 듣던대로 엄청나게 크고, 또 그 안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또 도떼기 시장마냥 시끄러웠다ㅋㅋㅋㅋㅋㅋ살면서 그렇게 정신없는 식당은 처음봤다. 


안주로는 독일 와서 꼭 먹어야 한다는 학센과 소시지를 시켰고(뮌헨 전통 소시지였나? 그건 절대 시키지 말라는 모 블로그 리뷰를 보고 와서 안전하게 구운 소시지를 시켰다. 그 전통 소시지는 물에 담긴 소시지인데 무척 비리다고 한다... 옆 테이블에서 시킨걸 봤는데 실제로도 그래 보였다.) 맥주는 뭘 시킬까 메뉴판을 보는데, 세상에. 웬만한 맥주들은 전부 1리터 단위로만 팔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이게 정상이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 사람 얼굴보다 큰 맥주잔을 하나씩 들고 있더라... 그래서 우리도 시켜보기로 했다. 많이 마셔야 하니, 안전하게 라들러로 가자! 해서 나는 둥켈스 라들러, D는 그냥 라들러를 시켰다.


벌써 크기부터 압도적인 1리터짜리 맥주잔. 집에서 하루에 물도 1리터를 안 마시는데 이 자리에서 과연 내가 1리터를 마실 수 있을까 싶었다.


D가 화장실에 간 사이 혼자 셀카를 찍고 있었더니, 옆자리에 앉은 독일 여자분들이 "독일에 왔으면 이런 사진 하나쯤은 남겨야지!" 라고 하시면서 내가 거대 맥주잔을 든 모습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ㅋㅋㅋㅋ덕분에 좋은 인증샷을 남기게 되었다. 


드디어 나온 식사메뉴! 왼쪽이 학센이다. 사실 원래는 맛있는 학센을 먹고 싶어서 학센 맛집인 학센 바우어에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맛있는 맥주가 더 중요하기에 여기로 온 거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대만족! 호프브로이하우스 학센 진짜 맛있다ㅠㅠㅠ 옆에 있는 건 감자볼인데, 쫀득쫀득한 식감이 마치 우리나라 떡이랑 비슷하다. 그치만 내 취향은 영 아니었던... 소세지는 맛있었다. 다만 저 소스가 좀 셔서 그냥 먹는게 차라리 나았다. 밑에 깔린건 찐김치 맛이 나는 사우어크라우트. 독일 문화 수업시간에나 배우던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독일음식은 대체로 좀 짜거나 느끼해서 사우어크라우트가 꼭 필요하다더니 정말이긴 했다. 우리나라 김치와 비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짠! 하고 나서 꼴깍꼴깍 마시다 보니 어느새 1리터 잔이 다 비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보다 1리터는 마실만한 양이었다. 하지만 음식 먹는 속도가 빠른 편인 만큼 맥주도 같이 빨리 마셨더니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 채로 '좋아! 독일에 있는 동안은 매일 맥주 1리터씩 마시는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다짐을 했다(결국 다음날도 1리터 마심)


밥을 먹고 다시 신 시청사쪽으로 나오니 금세 하늘이 깜깜해져있었다. 신 시청사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아까 낮에 찍은 모습보다 더 예뻤다. 아침 일찍부터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였지만 역시나 맛있는 걸로 마무리하니 세상 행복했다. 원래대로면 전망대에 올라가서 야경을 감상하려고 했지만, 전망대는 생각보다 일찍 닫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주말에는 열지 않는다고 했다ㅠ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맥주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숙소 관련 추가

우리가 묵은 마이닝거 호스텔은 체인점이었는데, 리뷰에서 읽은대로 시설도 깔끔하고 좋았지만 우리가 선택한 12인 혼성 도미토리는 너무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불편했다ㅠㅠ 아무래도 늦게 체크인하다 보니 우리 자리는 제일 안 좋은 두 자리만 남아 있었는데, 좀 냄새도 나고 불편하기도 해서 우리는 카운터에 가서 혹시 다른 방으로 옮길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도 무려 4인실!!중에서 딱 두자리가 남는다고 해서 첫날밤은 4인실에서 묵고, 다음날은 다시 12인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4인실에 들어가니 나머지 룸메 둘은 아직 안 들어온 것 같았는데, 우리가 씻고 나서 누워있으니 웬 미국인 남자 둘이 들어오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ㅋㅋㅋ그들은 우리에게 오늘 나가서 놀거냐고 물어보더니, 자기들은 디스코(내가 알기로는 독일에서 클럽을 디스코텍이라고 부른다)에 갈거라고...ㅋㅋㅋㅋㅋ 내일 후기 들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무튼 그들이 금방 나간 덕분에 우리는 거의 2인실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오늘의 교훈은 뭐든간에 일단 문의해보면 좋게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것! 한국이라면 사실 '일단 예약한건데 그냥 묵어라' 라는 식으로 귀찮다고 치부될 수도 있었던 문의였을텐데, 유럽에 와서 살면서 느낀 건 여기 사람들은 자기 주장을 피력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직원 바이 직원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편하게 하룻밤을 보냈다. 만약에 마이닝거 호스텔 뮌헨에 묵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혼성 12인실은 먼저 가서 4인실(12인실은 8인실-4인실 이렇게 두개짜리 방으로 나뉘어 있다)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다소 답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얹어서 6인 도미토리를 가는 게 훨씬 쾌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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