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끼적대는 끼서 Jan 17. 2023

백조의 성,
그리고 또다른 맛집의 발견

네덜란드 교환학생 D+60, 독일 여행 둘째날(뮌헨)

2017년 3월 19일 일요일



오늘은 대망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 퓌센에 가는 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일기예보가 퓌센에는 하루종일 비가 올 거라고 해서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는데, 이게 웬걸. 막상 당일이 되니 비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화창한 날씨였다! 포르투갈에서의 끔찍했던 날씨운이 이렇게 보상받는건가...! D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이건 그냥 숙소 짐 넣는 곳에 있는 쓰레기통이 귀여워서 찍어봤다


좀 일찍 출발을 해야 해서, 아침은 뮌헨 중앙역에 도착해서 피자 한 조각씩 사먹는 걸로 떼웠다. 그런데 바이에른 티켓을 사는 동안 다 식어버렸다...


TIP. 바이에른 티켓

뮌헨을 포함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은 바이에른 티켓을 사면 하루동안 교통편(ICE 등 제외)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게 1인이면 25유로인데 거기에 한명씩 추가될때마다 25유로에 6유로씩만 더해진다! 그러므로 당장 두명만 돼도 거의 반값이 되는 셈. 이 바이에른 티켓은 5명이 최대이고, 5명을 모으면 인당 9.8유로로 가장 싸진다. 


우리는 5명을 채우면 좋을 듯 해서 유랑 까페에서 동행을 구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총 6명이 되는 바람에 결국 3인일때와 동일한 인당 가격으로 사게 되었다. 그래도 인당 13유로정도면 양호하지 뭐! 


우리가 뮌헨 중앙역에서 사먹은 피자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퓌센 역에 도착하게 되는데, 내려서 버스를 한번 타고 가면 티켓 오피스가 나온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입장 표가 이른 시간은 다 매진되어 3시 반 표부터만 남아있었다. 그때 가면 너무 늦게 집에 돌아갈 것 같아서 그냥 입장은 포기하고, 노이슈반슈타인이랑 호엔슈반가우성의 외관만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티켓 오피스 옆에서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바라볼 수 있는 마리엔 다리로 향하는 셔틀을 탔다. 이 셔틀 버스는 바이에른 티켓으로 커버되지 않아서 따로 돈을 내야 한다.


버스를 타고 멀미를 하며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금방 마리엔 다리에 도착! 마리엔 다리는 굉장히 까마득한 절벽 위에 만들어진 다리인데, 여기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리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사진과 똑같은 구도에서 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근데 이 다리가 나무로 만들어진데다가 밟을 때 마다 삐걱거려서 상당히 무섭다.

몸을 숙여서 다리 아래를 찍을 때 내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핸드폰이 떨어질까봐 목걸이 줄로 연결하고 꽉 붙잡고 있었다.


이날 날씨가 좋았던 건 정말 천운이었던 것 같다. 맑은 하늘 아래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정말 예뻤다. 내부에는 입장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뒤늦게 몰려올 정도로 말이다.

정말 그림같았던 노이슈반슈타인 성!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사진이 참 잘 나왔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호엔슈반가우 성을 볼 수 있었다. 아래 사진 왼쪽 즈음에 작게 보이는 성이 바로 호엔슈반가우 성이다. 호수를 옆에 끼고 있어서 더 아름답다. 저 뒤로 보이는 산에는 놀랍게도 흰 눈이 쌓여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왠지 페냐성의 짝퉁같았다ㅋㅋㅋㅋㅋㅋ포르투갈에서 페냐성을 먼저 보지 않았다면 예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성 옆의 호수는 알프 호수라고 했다.

가만. 알프.. 알프스...?

생각해보니 이곳은 바로 스위스와 바로 맞닿은 독일 남부 지역. 뒤에 보이는 눈 덮인 산이 알프스 산인지는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왠지 그럴 것 같았다. 

호수에 떠다니는 오리들과, 저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설산


호숫가에 앉아서 한가롭게 풍경을 감상하다가 슬슬 역으로 돌아가는 셔틀 줄에 섰다. 매표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올랐다. 사실 내가 퓌센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유럽여행을 와서도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려고 했었는데, 그때는 셔틀이 이미 끊겨서 보지 못하고 돌아갔었다. 이후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는데 오늘 드디어 그 아쉬움을 풀게 된 것 같다. 

십 년쯤 전인가, 아빠 손을 잡고 이 자리에 서 있었던 어린 내가, 지금은 어른이 돼서 같은 자리에 홀로 서 있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유럽에서 혼자 살면서 공부하고, 여행 다니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다.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했다. 아무래도 독일에 왔으니 또 유명한 맥주를 먹어야겠다 싶어서 또다시 유명한 양조장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결정한 곳은 바로 아우구스티너 켈러! 사실 다른 양조장을 갈 수도 있긴 했는데 그냥 우리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는 뮌헨의 3대 맥주 양조장 중 두 군데를 방문하는 알찬 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우구스티너 켈러의 외관.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여기서는 에델스토프(Edelstoff) 켈러 맥주를 꼭 먹어보라고 해서, 일단 첫 잔은 에델스토프로! D는 바이스비어를 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역시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메뉴는 다 이유가 있구나.


어제는 학센과 소시지를 먹었으니, 오늘은 슈니첼과 모듬 소시지를 먹기로 결정했다. 저 모둠 소시지는 거의다 맛있었다ㅋㅋㅋㅋㅋ난 한국에서는 소시지를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독일 소시지 먹고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그냥 그동안 맛있는 소시지를 먹지 못했던 것 뿐이었나보다. 곁들여서 나온 감자도 버터구이 감자 맛이 났는데 맛있었다... 그냥 다 맛있었다.... 슈니첼도 그냥 돈까스겠거니- 했는데 부드럽고.. 바삭하고.. 그냥 대박이었다. 뮌헨 여행하는 다른 사람들도 여기 꼭 갔으면 좋겠다.


어제 맥주 1리터를 무리 없이 해치운 것을 떠올리며 우리는 켈러비어를 한 잔씩 비운 뒤 라들러를 또 한 잔씩 했다. 이로써 독일에서 1일 1리터 맥주 마시기 목표는 오늘도 달성되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맥주로 취한다고 하면 솔직히 말도 안된다고 비웃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네덜란드에서 칸투스를 겪으면서 그게 충분히 말이 된다는 걸 깨달았고, 여기 와서 그 사실을 재확인했다. 많은 양의 맥주를 빠르게 마시면 쉽게 취할 수 있다! 하하하

우리는 취기가 돈 채로 즐겁게 밤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가의 어느 집 안에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고양이. 그냥 귀여워서 찍었다.

방에 돌아와보니 새로운 투숙객들이 와 있었는데, 한국인 여자분들이었다. 한국은 참 조그마한 나란데 유럽여행을 다니면 어딜 가나 한국인들이 있다. 참 신기하다.


내일은 드디어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맥주는 기본이 1리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