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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대는 끼서 Dec 11. 2023

번쩍번쩍 레지덴츠 궁전

네덜란드 교환학생 D+61, 독일 여행 셋째날(뮌헨)

2017년 3월 20일 월요일



사실상 뮌헨에서 볼 만한건 다 본 셈이라, 원래는 오늘 여유있게 체크아웃시간(11시)에 딱 맞춰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9시경에 눈을 뜨자, 6인실에 우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새벽부터 부산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다들 일찍 떠난 모양이었다. 소음 때문에 사실 잠을 좀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니 피로가 조금은 덜한 것 같았다. 방에 우리밖에 없어서 여유롭게 씻고 준비를 마쳤다.


체크아웃을 한 뒤에는 짐을 챙겨서 일단 ZOB로 향했다. 이따가 어차피 ZOB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거기 러기지 락커에 짐을 맡겨둘 계획이었다. 그러나! 월요일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러기지 락커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애초부터 30자리정도밖에 없긴 했지만...)

※ 혹시나 해서 ZOB 락커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나중에 알게 된 팁을 남기자면, 1층 플릭스버스 정류장 근처인 22번 플랫폼 바로 옆에 러기지 라커가 있다.


결국 우리는 뮌헨 중앙역까지 캐리어를 질질 끌고 이동하게 되었다. 거기는 락커 자리가 엄청 많다나!

가서 보니 작은 사이즈 락커에는 내 작은 캐리어도 들어가지 않아서, 큰 사이즈 락커 하나를 빌려서 D와 함께 썼다. 다행히 큰 사이즈에는 캐리어 두개도 충분히 들어갔다. 6유로를 반띵해서 각자 3유로씩으로 해결했다.




주말에는 문을 닫았던 전망대에 올라가기 전에, 우리는 우선 마리엔 광장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어디서 밥을 먹을지 고민하던 중, 문득 매일 11시와 12시에 신시청사에서 볼 수 있다는 인형극이 떠올랐다. 마침 현재 시간은 12시 5분!! 인형극이 한참 열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광장에 들어서니 사람들이(아마 전부 관광객들이겠지) 하나같이 고개를 위로 꺾고 시계탑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인형극이래봤자 사실 인형들이 레일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 뿐이어서, 우리는 동영상을 짧게 찍고 밥을 먹으러 바로 떠났다ㅋㅋㅋㅋㅋ 저 인형들이 저렇게 작아 보여도 사실 실제 사람과 같은 크기라고 하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마리엔 광장이 창밖으로 바로 보인다는 브런치 가게를 기껏 찾아갔더니 건물 통째로 공사중이었다. 결국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무엇보다 맛있었던 건 저 크루아상!!! 유럽 크루아상은 정말정말 맛있다. 한국 돌아가면 크루아상을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

내가 시킨 메뉴는 12.45유로였다




뮌헨 시내에는 총 세 개의 전망대가 있다. 우리는 그 중 하나인 성 피터 교회 전망대를 선택했다. 포르투갈에서 전망대를 올라갔을 때와 같이 오래된 좁은 돌계단을 빙글빙글 돌면서 힘겹게 올라갔는데, 올라가서 보니 뮌헨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맞춘 것처럼 다같이 빨간 지붕이 귀여웠다. 아까 아래서 고개를 들고 봤던 신시청사를 위에서 내려다보니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워낙 높기도 하고 탁 트여서 그런지, 전망대 위에는 이렇게 안전 창살이 쳐져 있다. 위의 사진들은 벌벌 떨면서 핸드폰을 목걸이에 연결해 두고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찍은 것들이다.


아래 사진은 혹시나 떨어뜨릴까봐 핸드폰을 꽉 붙잡은 나ㅋㅋㅋㅋ나머지 손은 난간을 붙잡고 있다. 나는 이렇게 높은 곳에만 올라오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무척 위태로운 기분이 든다. 그래도 마리엔 다리를 겪고 오니 여기는 견딜 만 한 것 같기도 하고!


망원경에 코인 안 넣어서 안 보이지만 그냥 컨셉 잡아봤다. 근데 내가 여기서 찍고 나니 옆에 있던 외국인들이 나랑 똑같은 스팟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 찍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한국인들은 사진 스팟을 잘 찾는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후, 이번 뮌헨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레지덴츠 궁전/박물관으로 향했다. 어차피 마지막 날이고, 시간도 많이 남고 해서 우리는 박물관+궁전+오페라하우스 세가지를 다 보는 트리플 티켓을 끊었다. 이번에도 학생 할인을 받아서 10.5 유로에 살 수 있었다. 겉은 소박해도 안이 무척 화려한 곳이라고 해서 사실 제일 기대가 많이 됐던 곳인데, 정말 화려하기도 하고 넓기도 엄청 넓어서 다 보고 났을 땐 다리가 너무 아팠다..


우리는 박물관부터 구경했는데, 여기는 아래처럼 생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빌려준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쓰는거지?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렇게!


안에 있던 화려한 장신구와 장식품들. 저거 다 진짜 금이랑 보석일텐데, 예전 독일 왕가가 얼마나 큰 부를 누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박물관 투어 중에 아래처럼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사방에 조각이나 흉상들이 있는데, 멀쩡한 게 거의 없었다. 

열심히 듣는 중인 나. 여기서까지 영어 듣기라니 젠장

우리는 저 오디오 가이드를 사실 거의 안 들었다. 대신 마치 애니메이션 속 요술봉같다며 장난을 치며 놀았다ㅋㅋㅋㅋ D가 저걸로 변신 마법을 하는 장면을 따라한 동영상이 있는데, 여기에 올리지 못하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역시 고등학교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웃기다.


이 아래서부터는 이제 궁전 안으로 들어와서 찍은 사진들이다. 보다시피 천장까지 번쩍번쩍하게 꾸며 높았다.


님펜부르크 궁전이랑 어쩜 똑같이 생긴 침대들인지. 전부 침대 세로는 짧고 높이만 높았다. 독일 사람들은 다 키가 크던데 저렇게 세로로 짧은 침대에서 편히 잘 수 있었는지 참 미스테리다. 아니면 그 시대에는 지금보다는 작았던 걸까...?


오른쪽의 저 빨간 화살표를 따라 계속 관람했다. 아래 사진이 궁전 마지막 복도였는데, 저렇게 벽에 역대 왕가 사람들 얼굴이 쫘아ㅏㅏ아ㅏ아ㅏ아아ㅏ악 걸려 있다. 사진이 없던 시절이니까 초상화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었던 것 같다. 어떤 방들은 보면 본인의 사진으로 벽을 도배해놓기도 했더라. 사실 좀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 얼굴에 둘러싸여서 생활하는 기분이라...


궁전까지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바로 오페라 하우스! 사실 이때쯤 되니 다리가 너무너무 아파서, 얼른 가서 앉아서 좀 쉬자 하는 마음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신기한 건, 이 건물에서 아래 사진의 홀에 가면 설계를 어떻게 해 둔 건지 모르지만 작게 얘기해도 소리가 노래방 에코처럼 울렸다. 여기를 지나가면서 내가 "헐! 잠깐만!" 하자 D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돌아봤다가, 웅웅 울리는 소리를 듣고 이내 "어??!?!?" 하고 알아채게 되었다.

안쪽 주머니에 뭐가 들어서 그렇지 배 나온거 아니다ㅡㅡ


오페라 하우스 안 역시 엄청나게 화려하다. 최근에도 쓰고 있는 듯 했던 것이, 앞에 저 칸막이 안에는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위치할 만한 자리와 보면대, 피아노가 놓여져 있었다.

이건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왔다. D는 정말 훌륭한 찍사였다...!!!!


레지덴츠에서 나와서 오데온플라츠를 찾아 걷다 보니 공원이 나왔다. 하늘이 참 예뻤다.


여러모로 즐거웠던 뮌헨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D는 수업을 들으러 다시 원래 살던(?) 동네로 돌아갔고, 나는 생애 첫 '혼자여행'을 하기 위해 뉘른베르크로 향하는 플릭스버스에 올랐다. 뉘른베르크에서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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