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닌 지 얼마 안 돼서 생겨난 작은 채무는불어나고 불어나 지금과 같은 고액채무가 되었고 어느새 내 삶의 어떤 부분까지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직장생활에 관한 것으로,앞으로 내가 필수적으로 해야만 할 직장생활의 기간이 총 채무액과 대출만기일 등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과거부터 기본적으로 카드대금이든 대출금이든 납입해야만 하는 돈의 출처가 월급이기 때문인데, 매 달 일정하게 청구되는 돈에는 아무래도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이 가장 적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시급제이다 보니, 일한 만큼 벌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200만 원 정도는 보장이 되고 매달 납부금이 몇 백이상으로소액이 아니기 때문에 월급 외에는 별 수가 없다.
그래서 지난날, 꾸준히 직장생활을 해왔고 4년에 가깝게, 그것도 한 곳에서 근속을 했다. 그럼에도 갚아야 할 총액수는 물론 대출의 만기일도 8,9년 정도로 아직 한참 남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월급 정도는 되는 돈은 계속 벌어야만 하고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도 퇴직금을 목표로 해서 최소 1년을 다닐 것이었다.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대로 갚아나아간다면 앞으로 9년 이상은 일해야 할 것이었다. 이조차 금리인상이나 이자등은 제외하고 단순계산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필요한 돈과 앞으로 일해야 할 기간은 자칫하면 10년 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그저 단순 돈 계산에 불과하다. 이런 계산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의 내 삶과 나의 모습들이다.
앞으로 십여 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사실 참 막막하기 그지없게 느껴진다.
채무생활의 초반에는 그래도 20대였던 데다가 빚이 작아 큰 고민은 안 되었지만 어느새 벌써 30대가 되었다.
그동안 번 돈이 무려1억 원이 넘음에도 사치는커녕 괜찮은 옷 사거나 여행한 번 못 간 데다 그 외에도포기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음에도 모은 돈은 하나 없이 빚만 8천여 만원이었다.
그간의 총 소득
이 시점에서 앞으로 9년 후는 40대이고 그때는 나도 나이가 들어 지금보다 재취업이든 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폭이 감소하는 것이든 경제적인 어려움을 분명 겪기 쉬울 것인데
그때쯤이 돼도 어느 정도 돈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빚만 다 탕감하면 다행인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때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부모님같이 나이 든 주변사람까지 대신하고 책임지고 지탱해야만 한다.
나 혼자서도 위태롭고 열악함에도 말이다. 그러니 지금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필요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겨워 연애는 몰라도 결혼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접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남은 시간만큼 기회가 있다고 믿고 싶다. 종료 예상 기간이 9년가량 남았다는 것을 형벌처럼 인내의 시간으로만 여기지 않고 긴 시간만큼 얼마든지 변수가, 그리고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많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는 편이 제한적인 삶의 기간을 하루라도 더 단축시켜 줄 것이라는 것 또한 믿고 싶다.
월급으로 각종 빚을 납부하고 있는 만큼 납부일도 월급날인 10일로 설정해 놨다. 그래서 달이 바뀌어 10일에 가까워질수록 여기저기서 오는 납부 안내 문자 등으로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그 후 5일에서 10일 뒤까지 빠져나가야 하는 다른 돈까지 모두 빠져나가고 나서야 잠시 숨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달의 말일까지는 잠시 마음을 놓을 수 있다가 달이 바뀌면 신경 쓰이는 것과 스트레스가 고조되는 생활의 반복이다.
이런 생활의 끝이 찾아오려면 앞으로 한참 남았긴 하지만
여기서 그저 막연하게 상황이 타개되기를 꿈꾸고 어떤 행운이 생기길 바라고만 있지 않다.생활이 조금이라도 짧아질 수 있을 변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이미 하고 있다.
아직까진 큰 성과는 없긴 하지만,청구일이자 생활의 기점인 10일을 역시 이러한 시도들의 마감일이나 결괏값을 점검해 보는 날로 삼았다.
생산직 생활로 인해 보통 평일에는 기상시간이 새벽 4시 50분인 만큼 다음날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만 하고 그러면 최소한 밤 10시쯤에는 잠에 들어야 한다.
퇴근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오후 4시 15분이고 이동시간 및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는 시간들까지 하면 6시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은 대략 3,4시간이지만 실제론 거의 항상 연장근무를 하기 때문에 1,2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책을 읽거나 약간의 공부까지 하면 1시간에서 1시간 미만까지로 몹시 짧은 시간이 하루에 주어진다.
당장에 돈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제까지 생산직 생활은 할 수는 없기에 자기 계발적인 시간을 제외할 순 없었다. 그건 나의 미래뿐만이 아니라 빚을 더 잘, 가능하다면 빨리 갚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월급이라는 가장 많고 안정적인 돈을 버는 데에 내 시간의 할애가 가장 클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틈새 같은 적은 시간이 변수를 만들어내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 속에서 할 수 있고 하게 된 것은 블로그와 주식이었다.
먼저 블로그의 경우 블로그에 자동생성되거나 인위적으로 글 중간 등의 위치에 삽입하는 광고로 수익을 내는 경우인데
블로그만 갖고 있다고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붙일 수 있게 일정 조건들을 만족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통과해야만 한다. 조건만족과 심사통과가 한 번에 이루어지기 힘들기도 해서 수익창출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이미 20대 중반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승인을 받아놨고 소액이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하고 있는 블로그의 장점이란 게시글을 꾸준히 올리지 않아도 이미 올려둔 글로 수익 발생이 가능하며 내가 일을 하거나 자고 있는 동안에도 티끌만 한 돈이라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 최소금액은 10원이 조금 넘는데 10원씩 한 달이면 300원이지만 하루하루 버는 금액이 달라 많아 적어도 1,2천 원은 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1년이면 10만 원 정도가 넘는 돈을 지급받기 때문에 이미 예전부터 부수입이자 용돈 같은 돈이었고 채무 생활 중에는 작은 보탬은 되는 편이다.
글을 아예 안 올려도 수익이 발생하긴 하지만 현저히 수익이 적어지긴 해서, 매일은 못해도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사진을 편집해 간단한 글이라도 한 번씩 올리고 있다.
그다음으로 주식의 경우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같이 해왔다.
국내 주식의 경우 1주 단위로 살 수 있는데 안정적이고 전도유망한 기업의 주식의 경우 최소 몇 만 원 돈이라 부담이 돼서 거의 사지 못하고 몇 백 원에서 몇 천 원 단위의
주식만 조금씩 샀다.
하지만 해외주식의 경우 1주가 아니라 소수점으로 쪼개서 최소 1천 원부터 조금씩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소액 적금을 하듯이 가능하면 하루에 1천 원어치씩 사서 모으고 그렇게 1주를 만들곤 했다.
가지고 있다가 사거니 팔거니 하며 약간의 수익을 내면 그 돈을 그 달의 청구금에 보태서 내기도 했다. 대충 몇 만 원 돈이었는데 많을 땐 1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어느 정도는 처분하고 현재는 120만 원어치만 가지고 있는데원금은 150만 원으로아쉽게도 30만 원은 손해 본 양이다.
해외주식이 30만 원에 국내 주식이 90만 원인데 해외주식은 가진 종목에서 모두 수익을 봤지만 국내 주식에서는 손해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현재는 국내 주식은 거의 유지만 하고 해외주식만 하루에 천 원씩 꼬박꼬박 소액으로 사게끔 자동주문을 걸어놓은 상태이다.
이 2가지가 본업인 생산직 외에 자투리 시간 동안 추가로 하는 것들이자 작은 부업인 셈이다.
이 밖에도 자잘하고 불규칙적으로 도전해 보는 것도 있는데
사실 노력이라기보다는 가능성에 걸어보는 시도 격인 복권 구매이다.
재밌게도 나는 복권에 대한 운이 조금 있는 편이다. 특히 재물운에 관한 꿈을 꾸고 나서 복권을 사보면 기본 5천 원은 되고 한 번씩 5만 원도 당첨이 되는 편이다. 한 번은 2만 원어치를 사서 6만 원이 된 적도 있었다.
비록 노력은 아니긴 하디만 무시 못할 만큼은 되는 만큼 일주일에 2만 원 이하로 사보고 있다.
당연히 복권을 사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엔 일확천금을 바라게 되긴 하지만 또 한 편으론 현실적으로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는 현실감각도 가지고 있어서 괜히 안 샀다가 후회하지 않게끔 한 번씩 사보고 있다. 대신 너무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저 밋밋하고 지치는 채무생활 중의 소소한 재미이자 희망정도로 삼을 뿐이다.
이렇듯, 채무생활이라는 아직은 갈 길이 먼 흐름 속에 있으면서도 그 안의 작은 틈새 속에서 작은 발버둥도 같이 쳐보는 것이 나의 생활의 큰 틀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