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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미쌤 Mar 22. 2023

불공평해요!


상담실에 오며가며 이야기하는 아이들로부터 작년부터 누적되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불공평해요!"인 것 같다. 불공평한 이유도 들어보면 참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저는 알바를 해도 돈이 늘 모자란데, 누구는 알바 안해도 용돈이 어마어마하던데요? 불공평해요."


"저는 하루 온 종일 공부를 하고 노력하는데, 쟤는 볼 때마다 띵가띵가하면서 성적은 나랑 똑같아요. 불공평해요."


"쟤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었는데, 왜 쟤는 잘 먹고 잘 살아요? 불공평해요!"


"ㅇㅇ이는 새로운 반에 친한 친구들 다 같이 올라갔는데, 저는 왜 친한 친구랑 다 떨어졌어요? 불공평해요."


"누구는 장학금받고 누구는 학교도 쉬다가 나오고 하는데, 저는 왜 아무것도 안돼요? 저도 힘들어요. 불공평해요!"


"쟤도 핸드폰 썼는데 왜 저만 벌점주세요? 불공평해요!"


"저만 지각한 거 아닌데 왜 저만 지각체크되어 있어요? 불공평해요!"


등등등등...



'불공평하다'는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한 쪽으로 치우쳐 고르지 못하다'는 뜻을 지녔다. 불공평이라는 단어를 아이들이 쓰는 맥락을 잘 생각해보면 세 가지 상황 정도가 아닐까 싶다.


1번, 생활지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사실 선생님들이 눈이 백개도 아니고, 모든 아이들을 매순간 일분 일초 감시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벌점사항인 행동이 발견되었을 때 교육적으로 정당한 지도를 하면 우선 죄송하다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말이 먼저일 것도 같은데, 바로 나오는 말은 '저만 그런 거 아닌데요? 그럼 ㅇㅇ,ㅇㅇ,ㅇㅇ,ㅇㅇ이도 다 벌주세요. 왜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와 같은 말일 때가 많아졌다. 모든 교칙과 생활지도 사항이 시대를 초월하여 늘 옳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학생 인권 조례가 나온 이래로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되어 교칙은 많이 개정되었고 벌점사항들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다수의 공동체 생활을 위해 최소한도로 필요한 질서와 규칙에 해당하는 것들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핸드폰을 걷지 않아서 수업 중 핸드폰의 사적 사용은 참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오히려 학부모님들이 핸드폰 좀 걷어주면 안되겠냐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2번, 내가 선발되지 않거나 내가 혜택을 받지 못할 때. 학교에는 많은 지원과 제도들이 존재한다. 이 지원과 제도들은 당연히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지만,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는 분명 선발 및 지원 인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선발 및 지원에는 정해진 절차가 있고 논의가 있으며, 종합적 평가를 거쳐 선발이 완료된다. 물론 내가 선발이 되면 좋겠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인데,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사실 세상은 내가 속속들이 다 알수가 없는 과정과 원리를 통해 움직인다. 어찌보면 세상은 본래 불공평한 곳인지도 모른다. 운과 타이밍의 영역도 분명 존재하고 그 순간 모인 경쟁대상자들에 따라서 나의 상대적 순위가 변동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억울할 지 몰라도 결과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나는 다음 기회를 위해 대비하고 준비해두면 되는 것인데, 왜 내가 떨어졌냐며 따져물을 때가 많아졌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보통 탈락한 이유를 듣기 어렵다. 대학도, 취업도, 장학금도, 이별에서조차도. 이 세상은 탈락한 이유를 모든 지원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곳이 아니다. 그저 스스로 이유를 분석해보고 다른 전략을 강구해보면서 짐작해볼 뿐. 그럼에도 공교육기관인 '학교'라는 곳에는 유달리 민원이 많고 모든 수요자들을 납득시켜주어야 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절차와 과정을 설명해주어도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계속 불공평하게만 느껴질 뿐이고, 교사는 계속해서 같은 설명을 반복하다가 지쳐갈 뿐일지도 모르겠다.


3번, [노력과 재능], [노력과 경제력]의 오묘한 관계 속에서. 사실은 많은 조건과 환경세팅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노력을 투입해도 같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선천적인 재능이 뛰어날 수도 있고 어린 시절부터 누적되어 온 교육량이 다를 수도 있고 경제적 지원 정도에 따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효율성의 극대화 정도가 다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집중하고 노력하는가 하는 여부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는 옆사람에 대해서는 도무지가 잘되거나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이해되지가 않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는 노력과 성실성에 큰 가치와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 뛰어나서, 집안이 잘 살아서 노오오오오오력을 남들만큼 하지 않아도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그들 가운데 노력까지 하는 사람은 조건이 좋아서 잘됐다는 주변인의 시샘어린 시선과 소문에 억울함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좋은 조건을 지닌 사람은 그렇지 못한 누군가와 분명 출발선이 다르다.



쓰다보니까 결국 드는 생각은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교사로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참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지점은 불공평하다는 진리를 아이들이 조금 더 늦게 느끼면 좋겠다는 점이다. 세상의 불공평함을 깨닫게 되더라도 어느 정도 수용하고 현실과 타협할만큼 성숙한 성인이 되고 난 후에 느껴도 늦지 않을 것 같기에. 불공평하다는 진리를 너무 뼈저리게 빨리 느껴버리면 한창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볼 수 있는 학창 시절에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무너지고 자포자기하게 될까 안쓰럽고 걱정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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