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일이 되어서 황급하게 헐레벌떡 글을 쓰기 위해 짬을 내어 카페에 왔다. 핑계를 대보자면 7월부터 1급 자격연수 참여로 너무 정신이 없었고, 8월 말일부로 드디어 호봉재획정이 완료되면서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 만큼 후기글을 짧게라도 남겨보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지금에서라도 등장할 수 있었달까. 우선 전문상담 교과의 서울 기준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여름방학에 진행되며, 올해의 타임라인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3월 중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공문이 학교(교육청)로 오면, 대상자로 추천 공문을 발송(교감급 작성)해야 한다.
2. 6월 중순 경 자격연수 대상자 안내 공문이 오고, 이에 따라 대상자로 확정되었는지 확인 후 서류제출 일정 및 자격연수 기간 중 복무나 여비 관련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3. 올해의 경우 7월초까지 마약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했다. (올해는 마약검사비는 학교에서 3만원 한도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4. 6월 말 경 장소와 일정, 시간표 등의 안내 공문이 온다. 올해 서울 전문상담의 경우 고려대에서 진행되었다.
5. 7월 초에 고려대에서 문자로 구체적인 일정(대면/비대면)을 알려주었다. (대면 2주, 비대면1주 혼합)
6. 7월 24일부터 8월 13일까지 1급 정교사 자격연수(전문상담)가 진행되었다.
7. 8월 말 경 자격연수 이수자 교원자격증 발급 및 수령 안내 공문이 오고, 해당 공문을 근거로 9.1.자 호봉재획정을 받으면 된다.
*어려웠던 점: 마약검사에서 감기약이나 고함량 비타민, 카페인 등으로도 위양성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공문을 본 날 아침에 감기기운으로 목감기약을 먹었던 나는 일주일 후에나 검사할 수 있다고 해서 3주 가량의 제출기한이 빠듯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에서 검사하면 2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할 수 있으나 결과지 수령에 최소 5일-일주일이 소요되고 결과지도 직접 수령해야 해서 검사당일 공가를 쓰고 검사결과지 수령일을 토요일로 맞춰서 받느라 일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보다 빠른 결과지 수령을 위해서는 별도로 유선문의하여 병원을 찾아보아야 하는데, 공문에서 요구하는 마약검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비용은 45000원에서 55000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덧붙여 고려대학교가 집과 너무 멀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서울지역만 고려대학교에서 모아서 하는 만큼 기숙사는 제공되지 않아 친척집에 양해를 구하고 대면기간동안만 사촌동생 방에서 하숙을 하게 되어 일정을 조율하고 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참고사항: 올해 1급 자격연수에 시험은 없고, 출결과 2개의 과제가 Pass를 위해 필요했다. 이번 기수의 과제는 굉장히 성찰적으로 나오고 분량도 많다고 느껴져서 뭐랄까 자기소개서 내지는 성찰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분이었다. 교재는 작년까지는 제본한 책자를 주었다고 들었는데 올해에는 pdf로만 제공받았다!
1급 자격연수를 이수하는 동안 대학교에서 9시 반부터 4시반까지 풀로 오전/오후 수업을 들으니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올해 전문상담 자격연수 대상자 수가 많은 편이라 2개 분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생각보다 분반 간이든 반 내에서든 조별활동이 있지 않는 한 교류가 많지는 않았다. 나는 임용1차, 2차 스터디를 같이 했던 동기쌤들과 같이 앉아 수업을 들었고, 1년차 때 Wee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동기쌤들과 매일 주변 맛집을 찾아다니며 점심을 같이 먹었다.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고 소소한 수다를 떨고 장난도 치고 밥도 함께 먹으니 한층 친해진 느낌이 들어서 내심 좋았던 것 같다. 전공 수업 주제들에는 위기상담, 학교상담기법, 학부모상담, 상담적 개입을 위한 방안, 애도상담, 청소년 관련 법률, 학업상담, 심리검사, 학교상담 윤리, 개인상담, 학교체육상담, self-supervision, 자살 및 자해,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학교상담, 미술치료, 라포형성을 위한 기법, 사례 질 관리, ADHD 등이 있었다.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교수님(강사님, 소장님, 원장님 등)들의 강의를 들어볼 수 있어서 여러 분야들을 찍먹해보는 느낌이었고, 교수님들을 보면서 여러 대학원을 간접체험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상담이라는 분야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구나. 슈퍼비전도 받고 공부도 하고 성찰도 하면서 계속 노력해야 하는 구나'하는 필요성+부담을 함께 느꼈다. 자격연수에서 동기쌤들과 대학원&학위라이팅 당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었는데 여전히 고민이 많이 되지만, 그럼에도 지금 현재 내 마음으로는 당장 진학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인생에서 동시에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고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포기하게 된다는 인생의 진리를 받아들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상담'이라는 분야는 평생 공부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학업&연구를 스트레이트로 진행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진짜 지쳐버릴 것 같기도 해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온 나를 좀 더 돌보고 살피고 싶고,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관계를 깊이있게 가꾸고 개인적이고 소소한 행복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해서.
여러 강의들을 들으면서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남겨보면 다음과 같다.
-학부모상담 강의에서,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남겨져 기억하지 못하는 3세 이전의 시기에 엄마의 정서는 아이에게 냄새로 각인된다고 들은 것. 말하지 못하는 아기는 엄마의 정서를 냄새로 온도로 그 자체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오롯이 느끼고 흡수한다는 것. 정서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 아이를 낳고 3년간은 아기와 살을 맞대고 눈을 맞추며 충분히 교감하고 안아주어야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도서: 하루 3시간 엄마 냄새-구입했는데 아직 읽지 못함)
-뇌과학이 발전한 만큼, 보호자와 아이에게도 상담에 대하여 뇌과학에 근거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 성장기의 뇌와 호르몬의 변화의 과정에서 상담적 개입과 약물치료가 뇌의 어떤 부분에 어떤 영향과 효과를 줄 수 있는지를 전문적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보호자와 청소년 내담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상담동기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것.
-애도상담은 한국에서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는 않은 듯했고, 내가 경험해서인지 나중에 연구해보면 어떨까 하는 미약한 흥미를 느꼈다.
-여러 상담 이론과 상담기법들보다도 상담자요인이 상담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 내담자와 상담 목표를 합의하여 정하고,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내담자를 대하며 공감하는 것이 가장 근간이고 중요하다는 것.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시금 아로새길 수 있었다.
맥락모델(Contextual model)과 ‘공통요인이론(Common Factor Theory)’을 근거로 치료자/상담자 요인(therapist)에 집중하여 상담역량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상담역량이란 상담효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Wampold의 연구 결과(2001)에 따르면 치료효과의 4-9%가 치료자 효과(therapist effects)이고 5-8%가 작업동맹 효과(alliance effects)이며, 불과 1%만 모델 및 기술 효과(model/technique effects)였다. 나아가 2015년에 이루어진 Wampold의 후속 연구에 따르면, 맥락 모델의 요인 중 치료 효과가 큰 요인은 순서대로 합의된 목표/협력(goal consensus/collaboration), 공감(empathy), 긍정적 존중/확언(positive regard/affirmation), 치료자 인간적 자질(therapists-naturalistic), 일치성/진솔성(congruence/genuineness) 등이 있었다. 즉, 20%에 육박하는 치료효과의 요인은 개별적 이론과 기법보다도 상담자와 관련된 요인(상담자의 자질, 작업동맹 등)이었다.
-서울 전문상담 2차 평가과제 작성내용 일부-
1급 자격연수에서 돌아오고 난 뒤 8월 2주 간은 다시 업무 모드로 완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지냈던 것 같다. 하반기에 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인데,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덕지와 산책하다가 넘어지셔서 골절사고가 나는 바람에 입원과 수술을 받으시게 되어 더더욱 감정적으로 휘몰아친 8월 말이었다. Wee센터에 온 이상 여름방학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여름방학 기간에 1급 자격연수를 다녀오면서 물리적으로 업무공간과 멀어져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여름방학을 지내고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자리를 비우면서 하지 못하는 내 담당 업무들에 대한 책임감과 이를 다른 선생님들께 맡겨야 하는 미안함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은 원격으로 저녁시간에 업무를 보면서도 괜히 마음이 불편하고 무겁기도 했다. 올해에는 1급 자격연수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학업&커리어 영역을 충분하게 채웠다는 생각이 든다. 10월에 임상심리사 2급 실기 쳐야 하는데, 업무가 지금 너무 쌓여있어서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다음 글은 교원상담을 받으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