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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 Oct 14. 2021

해군이 되는 것보다 해적이 되는 것이 훨씬 재밌다.

steal the apple, still the apple

 서울 가로수길 가로골목에서 열리고 있는 <STEAL THE APPLE> 전시회는 스티브 잡스 10주기를 맞아 ‘추모’라는 말 대신 그가 남긴 유산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삶의 방향과 영감을 전하는 전시이다. 더불어 스티브 잡스의 17가지에 어록과 함께 그동안 그가 쌓아온 업적을 체험할 수 있다.

 나는 그가 변화시킨 세상에 완벽히 적응했으며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 전시회 평점을 보면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가격에 비해 볼 게 없다.”

전시가 열리는 곳인 <가로골목> 건물은 총 5층이다. 1층부터 다양한 소품샵, 스티브 잡스 미디어 zone 등 5층에 가지 않아도 눈요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돈을 내고 5층을 가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다는 의견이었다.

 그럼 5층 메인 전시장에는 어떤 게 있나. 1976년에 발표한 APPLE 1부터 최초의 맥을 보고 게임을 할 수 있다. 아마 이 게임이 이 전시회에 포인트 일 것 같다.

 입구 쪽에 놓인 6대의 컴퓨터로 팩맨, 그래픽, 명령어 프로그램을 실행해볼 수 있다.

 나는 옛날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고 1976년 컴퓨터와 2021 컴퓨터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전시 끝에서 우리가 익숙한 얇고 모니터가 큰 맥을 보다가 잠깐 고개를 돌리면 45년 전 심지어 컴퓨터 같지도 않은 고철들이 놓여있다. 어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고 변화했는지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런 점이 이 전시회에 가격이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기격이 비싸고 싸고를 떠나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적은 금액을 내고 많은 것을 보기 원하기 때문에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렇다. 내 기준으로 15,000원까지 고민하지 않고 보러 간다. 근데 그 이상으로 가면 후기를 찾아보고 가격을 비교해 ‘내 시간과 돈을 쓸 만큼의 전시될 것인가’라는 깊은 생각을 한다.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규모가 작은 전시를 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많은 작품이 있는 전시를 봐도 빨리 보고 싶어서 빠르게 넘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저번 글에 요시고 작품은 작품수가 정말 많았다. 그런 많은 작품들을 사진만 찍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사진 한 장 한 장 많은 생각을 하며 감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두 자신만의 감상법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규모가 작고 전시 개수가 적은 건 사실이다. 크게 두 가지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 공간에서 전시를 보고 게임을 하고 다음 공간으로 가면 약 20대에 컴퓨터, 그게 끝이다. 나도 보고 살짝 아쉬웠다. 

 그러나 작품의 개수만 생가하지 말고 이 작품이 어떻게 이곳에 왔고 어떻게 배치가 되었고, 두께는 얼마나 얇았졌는지, 키보드를 치는 느낌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마우스는 작아졌나?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아직도 남아있는 기능이 있는지, 그들이 컴퓨터를 만들었던 60-80년대로 돌아가면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을지 생각하면 이 전시는 더욱 풍성 해질 것이다. 분명

 키보드를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마치 그 시대 사람들이랑 같은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고 사진이 앞에 같이 놓여 있어서 그런가 컴퓨터를 만드는 사무실의 공기, 소리, 내가 그때 개발자였가 된다면 어떤 걸 추가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까지 더해져 난 이곳에서 꽉 찬 시간을 보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은 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했고 완벽하다고 느낀 후 전 세계사람들에게 발표를 하는 영상에서 느낄 수 있다.  현재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하는 이벤트에서도 그들의 자신 있는 말투와 자신감은 그 제품을 사게끔 만드는 묘약이다.


“이게 바로 대학교수가 원하는 학생들 발표의 표본이다.”


라는 댓글이 달린 2004년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아이폰 첫 이벤트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은 자연스럽고 재치가 있었고 확신이 있었다. 자신이 이 제품을 좋아하고 애정을 쏟았고 준비를 많이 했고 

'너희들이 어떤 표정을 하던 어떤 질문을 하던 난 다 막아낼 준비가 되어있다.'라는 확신.


이 전시회 제목은 <STEAL THE APPLE> 이지만  <STILL THE APPLE> 이라는 다른 제목을 붙여보고 싶다. 


steal the apple, still the appledl 


steal the apple, still the app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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