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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오차와 만족감의 역설

슐츠의 도파민 이론과 프리스톤의 예측모형을 중심으로

by 뉴욕 산재변호사

뉴욕의 산재 변호사로서 나는 수많은 의뢰인을 만난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종종 갈등의 원인이 되는 '보상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는다. 많은 의뢰인이 사건 초기에 예상 보상액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나는 늘 즉답을 피하고 2-3년 후에 다시 논의하자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법적 절차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인지와 보상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반한 전략이다.


슐츠의 도파민 이론, 기대감을 조절하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에는 볼프람 슐츠의 도파민 보상 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 슐츠는 도파민이 단순히 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아니라, 예측과 보상의 차이(Prediction Error)를 학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뇌는 예상했던 보상이 주어졌을 때보다 예상치 못했던 보상이 주어졌을 때 더 강하게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는 '이 행동을 기억해!'라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여, 해당 행동의 가치를 높인다. 반대로, 예상했던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도파민 분비는 감소하며, 이는 '이 행동은 효과가 없어'라는 학습을 유도한다.


만약 내가 사건 초기에 의뢰인에게 특정 보상액(예: 10만 달러)을 제시했다고 가정하자.

예상액과 일치하는 경우 (보상액 10만 달러): 의뢰인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고 인식하며 도파민 분비가 예상만큼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보상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만족감은 기대치에 갇히고 만다.

예상액보다 적은 경우 (보상액 8만 달러): 이는 뇌가 '부정적인 예측 오차'로 인식한다. 의뢰인은 실망감을 느끼고, 이는 변호사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미리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위다.


프리스톤의 예측 모형, 만족감을 극대화하다

이러한 전략은 칼 프리스톤의 자유 에너지 원리(Free-Energy Principle)로 더욱 풍부하게 설명된다. 프리스톤은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예측 오류(prediction error)'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뇌는 끊임없이 외부 세계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빗나갈 때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행동이나 내부 모델을 수정한다.


내가 의뢰인에게 보상액을 미리 말하지 않고, '2-3년 후'라는 불확실성을 제시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기대감의 예측 오류'를 낮추는 행위다. 이 전략을 통해 의뢰인은 보상에 대한 확고한 기대치를 형성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오랜 시간 후에 최종 보상액이 결정되었을 때, 의뢰인은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놀라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예측 오류는 도파민의 강력한 분비를 유발하며, 이는 보상 자체에 대한 깊은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Psychology of Money)에서 말하는 행복이 '현실과 기대의 차이값'이라는 명제는 바로 이 원리를 완벽하게 담아낸다. 기대가 낮을수록 현실이 주는 만족감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결론

나의 접근 방식은 단순히 고객을 만족시키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신경과학적 보상 체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미리 예상 보상액을 제시하여 의뢰인의 기대치를 고정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신뢰를 얻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의 만족감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통해 기대치를 관리하고, 최종 결과에서 긍정적인 예측 오류를 유도하는 것이 의뢰인에게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는 변호사로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감정적인 만족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법률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은, 나와 의뢰인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성공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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