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유감
우리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영리 목적이 아니다. 이 일은 스스로에게 큰 즐거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외부의 강요가 아닌, 순수한 내재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세 가지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충족될 때 내재적 동기가 강화되며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경험한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쓰는 글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 외부의 평가라는 제약 속에 이루어진다. 이는 글을 쓰는 이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제한한다. 반면, 우리가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은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원하는 시간에 글을 쓰며, 내용과 형식을 온전히 자기 뜻대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된 환경에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감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며, 글쓰기를 통한 만족감은 바로 이 자율성 욕구의 충족에서 비롯된다.
또한 글을 올리는 행위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발휘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유능감을 충족시킨다. 디지털 콘텐츠는 오랫동안 남아 후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이러한 유능감을 더욱 강화한다. 더 나아가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독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관계성을 경험한다. 직접적인 보상이나 감사의 표현이 없어도,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
결국 우리의 브런치 스토리 글쓰기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이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행위다. 우리가 글쓰기를 즐겁게 여기는 이유는 자율성이 이끄는 내적 동기가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삶에서 진정한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외부의 보상이나 의무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과 주도적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앞서 말했듯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순수한 즐거움, 즉 내재적 동기 때문이었다. 보상이나 평가와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유료화가 도입되면서 ‘돈’이라는 명확한 외적 보상이 글쓰기와 결부되었다. 이 순간 작가의 심리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글쓰기의 초점이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돈을 지불할까’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통제 효과(controlling effect)’라 불리는 현상으로, 보상이 자율적 행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작가는 글쓰기 본연의 즐거움을 잃고, 판매량이라는 외적 기준에 의해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한 글쓰기는 더 이상 순수한 자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유능감의 기준 또한 변질된다. 예전에는 좋은 글을 쓰고 독자와 소통하는 질적 만족에서 유능감을 얻었다면, 유료화 이후에는 ‘많이 팔리는 글을 쓰는 능력’이라는 양적이고 외부적인 평가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자기결정성 이론에서 말하는 진정한 만족과는 거리가 있다.
나의 경우, 유료화 경험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외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잠식하여 글쓰기의 즐거움과 주체성을 해쳤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내재적 동기가 행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