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孫子兵法) 제6장 ‘虛實(허실)’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故我欲戰,敵雖高壘深溝,不得不與我戰者,攻其所必救也。」
(내가 결전을 원하면, 적이 높은 성벽과 깊은 도랑으로 숨었다 하더라도 그가 반드시 구원해야 할 곳을 공격함으로써 적을 나오게 할 수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전면에서 모두를 무너뜨리려 애쓰기보다, 상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지점을 찾아 그곳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이 원리는 고대 전장에만 국한된 교리가 아니다. 배드민턴 코트에서도, 법정 변론석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은 이 교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린단(Lin Dan)은 리총웨이(Lee Chong Wei)를 상대로 전술을 단순화했다. 화려한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리총웨이의 백핸드 약점을 지속적으로 공략했다. 리총웨이는 포핸드와 전반적 수비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반복되는 백핸드 노출은 그의 리듬과 자신감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결국 기술적 약점이 심리적 약점으로 증폭되며 경기의 흐름은 린단 쪽으로 기울었다.
현대 전략서의 대가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도 비슷한 논지를 펼친다. 『전쟁의 기술(The 33 Strategies of War)』에서 그는 “적의 전체를 공격하려 하지 말고, 그의 취약한 고리를 찾아 집중하라”고 말한다. 중심을 흔들면 전체가 무너진다 — 배드민턴에서의 ‘한쪽 코트 집중 공략’은 단지 점수를 얻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경기 운영 전체를 흔드는 전술적 선택이다.
이 원리는 동호인 경기에서 더욱 자주 목격된다.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포핸드에 비해 백핸드가 약한데 그것은 평소 연습량과 근육 사용 빈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백핸드는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의 협응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 완성도가 포핸드보다 낮고, 급박한 상황에서 실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상대의 백핸드를 꾸준히 시험하고 압박하는 플레이는 효율적인 득점법이자 심리적 압박 수단이 된다.
흥미롭게도 ‘코트(court)’라는 단어는 법정과 경기장을 동일하게 가리킨다. 법정에서는 논리와 증거가 오가고, 배드민턴 코트에서는 셔틀콕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 겉보기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두 코트 모두 경쟁과 전략이 시험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같다. 배드민턴 선수가 상대의 백핸드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며 경기를 지배하듯이, 법정에서 변호사는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판세를 뒤집으려 한다.
그렇다면 이 전술적 통찰은 법률 실무, 특히 산재(claim) 대응에 어떻게 적용될까? 예컨대 상대 보험사 변호사가 강하게 압박할 때,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그의 ‘허점’을 찾아 공략하는 편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상대가 제출한 IME(Independent Medical Examination) 보고서가 겉보기에는 설득력 있어 보일지라도, 뉴욕산재 보험법 137조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은 결함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신뢰도는 크게 약화된다.
절차적 결함: 정해진 기한 내에 당사자에게 보고서가 송달되지 않았거나, 관련 통지 절차가 누락된 경우
범위의 결함: 사고 관련 부위를 충분히 검사하지 않았거나, 핵심적인 검사가 누락된 경우
비교·참고자료의 결핍: 진료기록이나 다른 의학적 소견과의 비교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론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
이처럼 기술적·사실적 논쟁에서 밀릴 때는 절차적·구조적 약점을 공략해 전체 논의를 재편성할 수 있다. 손자의 ‘공기소필구(攻其所必救)’는 결국 효율적 집중의 다른 표현이다. 모든 곳을 두루 공격하려는 자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반대로, 단 한 곳의 허점을 정확히 겨냥해 집요하게 두드리는 자가 승리를 가져간다. 전쟁과 스포츠, 법정 모두에서 승리하는 자는 모든 곳을 두루 치려는 자가 아니라, 단 한 곳을 정확히 겨냥해 무너뜨리는 자다. 한국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이 원리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대사는 아래와 같다.
“난, 한 놈만 패!”
배드민턴 코트에서도, 법정의 코트에서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힘은 이 단순한 진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