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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May 21. 2024

17. 체조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체조부에 관한 모든 것: 테스트부터 전학까지

전학 가기로 결정을 했다. ㅊ초등학교. 지하철을 타면 55분 걸리고, 버스를 타면 75분 걸린다. 차로 가도 최소한 35분 정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반 친구들, 새로운 분위기, 이 모든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할 일이 과제이다. 서두른다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마련해 본다.




금요일에 테스트를 보러 갔다. 체조부는 3시부터 7시까지 연습을 한다. 취미로 하는 아이들은 2시간-2시간 반 정도하고 귀가하는 데, 선수 아이들은 7시까지 또는 필요하면 될 때까지 한다고 들었다. 아인이는 지난번 ㄷ초등학교에서는 체조부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이 연습할 생각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다. 운동복을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묶어서 젤로 고정시켰다. 간식과 물도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2층에 있는 체육관은 역시 넓었다. 남자 선생님은 쾌활하게 우리 모녀를 맞이했고, 아인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문 옆에 마련해 놓은 의자에 앉아서 지켜봤다. 선생님은 몸을 풀게 하고, 바닥에 그어 놓은 선을 따라 다섯 바퀴 뛰게 했다.


체육관을 찾아 들어가는 뒷모습_어떤 기대를 가지고 가니? 


3시에 몸 풀고, 체조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지녔는지, 유연성과 근력이 있는지 다양한 테스트를 했다.  
지난 1년간 연마한 기술과 자세를 선보였고, 옆에서는 체조부 아이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과연 어떤 소견을 듣게 될까?


일련의 동작들을 열 가지도 넘게 시켰다. 서서, 누워서, 엎드려서, 앉아서, 거꾸로 서서. 그리고 측전을 비롯한 몇 가지 기술을 할 줄 아느냐고 묻고, 할 수 있다고 하면 해 보라고 시켰다. 어떤 동작들은 동갑내기 선수에게 시범을 보이게 했고, 고쳐야 할 점을 알려 주면서 다시 해 보라고 했다. 곧잘 따라 하는 것을 보며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스트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선생님은 아인이가 유연성도 좋고, 근력도 좋으며 소질이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고 전학을 올 마음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작년에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소질이 있지만 4학년이라서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대회에서 메달을 따기는 어렵단다. 당장 대회를 나갈 수도 없고, 1년 정도는 준비를 해야 한단다. 그 학교 체조부에서 제일 잘하는 친구는 4학년인데, 전국소년체전에서 마루 분야 3위를 했단다. 이런 아이를 뛰어넘어야 메달권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 친구는 1학년부터 하루에 4시간씩 연습을 했던 아이란다. 허허허. 



체조부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체조부는 축구부, 야구부처럼 학교에 소속이 되어 있는 운동부이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는데, 저학년의 경우, 선수 등록을 하더라도 취미로 하는 아이들이다. 연습 시간은 3시부터 7시지만, 3학년 이하 아이들은 5시 정도까지 하고 귀가하고, 요일을 정해서 한다. 4학년부터는 7시까지 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만 학원 일정이 있으면 그 시간은 빼 주고, 취미로 하는 아이들의 경우 매일 하지도 않는다. 진로를 체조로 하기 희망하는 아이들도 주 5일 연습을 하기는 하지만, 수요일은 자유롭게 '놀이식'으로 한다고 한다. 법으로 하루는 쉬게 정해져 있어서. 


선수가 되겠다고 나서는 아이가 없더라도 체조부 유지를 위해 취미로 하는 아이들까지 선수 등록을 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봐서 알던 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었다니! 신기하고 흥미롭다.) 이 학교에 고학년 선수는 4명이고, 나머지는 저학년이다. 작년에 선수로 활동하던 6학년 선수들이 여럿 졸업해서 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선수로 등록을 하게 되면 10-15만 원 정도 월 회비를 내고, 그 밖의 비용은 학교, 교육청, 구청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 밖의 비용이라 하면 대회 출전비, 안무비, 단체복, 훈련 관련 비용 등이다. 



운동부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경우, 해당 학군으로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초등학교는 거주 지역 관할 학교로 배정받는 게 일반적이라 마음대로 전학을 갈 수가 없다. 하지만 운동부 소속 선수의 경우는 다르다. 운동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려면 우선 관할 지역 내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없다면, 관할 교육청 내에서, 그래도 없다면 서울 시 안에서 통학이 가능한 곳으로 전학을 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아인이가 사는 동네에는 체조부가 없다. 교육청 관할 학교 어디에도 체조부가 없다. 그래서 통학이 용이한 학교를 알아봤던 것이다. 전학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왜 우리 학교에는 체조부가 없는 거야? 있었으면 전학을 가지 않아도 되고, 더 일찍 시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며 눈물을 보였다. 정든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 



전학을 가려고 하는데 뭘 해야 하나요? "담임 선생님한테 말씀하시면 돼요." 


한 아이가 전학을 가는 '생의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절차는 '통보'가 전부다. 행정실에서 어떠한 서류도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모든 서류는 전산으로 간단다. 이 학교를 떠나게 될 때 선생님께 언제 가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단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반면, 새 학교에서는 작성할 서류가 꽤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선수 등록에 필요한 서류다. 체조부 담당 선생님이 신신당부한다. "아이랑 첫날 오시면 쓰실 서류가 몇 가지 있으니까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저는 아침 일찍부터 와 있습니다." 


수요일까지 다니고, 목요일에는 새 학교로 등교한다. 

금요일 밤까지 심란했던 아인이는 주말을 보내며 완벽하게 마음 정리를 끝냈다. 

(마음 정리하는 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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