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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May 03. 2024

3. 일요일 오후, 철봉 하러 학교 운동장에 가겠다고?

근육통이 있어도 체조 연습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일요일 오후, 아인이는 학교 운동장에 가자고 간다. 아파트 단지 옆에 바로 붙어 있는 학교는 여유롭게 걸어도 7분 거리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에 일출부터 일몰까지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던 운동장을, 코비드19 기간 3년 포함, 4년 가까이 이용하지 못했다.  이제는 하절기에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고 날이 좋은 주말에는 온 가족이 나와 함께 신체 활동을 즐긴다.

 

토요일 오후에는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체조 학원에 가기 때문에 갈 시간이 없지만, 일요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운동장에 가고 싶어 한다. 이유는 하나. 철봉이 있어서이다. 운동장이 크지는 않지만 인조 잔디를 깐 축구장도 있고 그 주위를 돌며 달리기 트랙이 있다. 축구장  한 면에 붙어 학교 건물 쪽으로는 농구 코트가 있고, 그 반대쪽에는  병설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과 3단 철봉이 나란히 있다.

    

학교는 대략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학교    건물                

                = = = = = = = = = = =  [병설유치원]

             ㅐ                                               철봉

학교     ㅐ   농구장    축구장             놀이터

건물      ㅐ  


각자 물 한 병들고 운동장에 가면 아인이는 중간 높이 철봉에 한 바퀴 뺑그르 돌며 올라가 골반 앞으로 뒤로 몇 바퀴 돈다. 전날 학원에서 배웠던 기술을 복기하면서 연습하기도 하고, 철봉에 매달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 앞으로 돌기, 뒤로 돌기, 흔들거리다 몸을 들어서 양발로 철봉을 디뎠다 뛰어내려 오기 등등.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엄마는 사진을 찍어 주거나, 아인이가 한 동작을 마치면 와~ 와~ 하며 응원하고 박수를 치거나 동작들 해 주는 설명을 들으며 체조에 대한 정보도 얻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듣는다.

처음 봤다면 아슬아슬하게만 여겨졌을 동작들이지만 학원에서 동작의  모든 단계를 어떻게 습득해서 연습하는지를 봤기에 엄마는 덤덤하게 지켜본다. 운동장에 나와 있는 아이들 중에는 힐끗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이도 있고, 좀 더 어린아이들은 감탄을 하며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할래!" 하며 차례를 기다리며 넋 놓고 구경하기도 한다.  


그런 관심에도 으쓱해지지만 사실 아인이가 원하는 것은 함께 놀 친구를 만나는 것이었다. 일요일 오후, 함께 놀 친구들을 찾아 전화를 돌려 봐도 시간이 되는 친구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도 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 있었지만 휴대폰이 없어서 연락이 안 된 아이도 있었다. 학원에 가는 아이, 밀린 학원 숙제를 하느라 못 나오는 아이도 있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운이 좋았다. 철봉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 아이 네 명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아닌가. 아싸! 아인이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도 있고, 지금 같은 반인 친구도 있다. 친구의 친구도 있고 한 명은 잘 모르지만 눈에는 익은 아이였다. 한 아이는 오빠 따라 축구를 해서인지 제일 힘이 좋다. 철봉에 다리를 걸치고 매달려 있기도 하고 기둥을 이용해 올라가 철봉에 걸터앉기도 했다.


"아인아~ 제일 어려운 거 보여 줘. 아인아~ 이거 해 봐. 아인아~ 어떻게 하는 거야?" 아인이는 신이 나서 시범을 보이고, 설명을 곁들이고, 준비 동작과 팁을 알려 줬다. 평소와 달리 엄마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어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더니 트랙 쪽에 가서 함께 기초 체력 운동을 이것저것 했다.

철봉에는 이렇게 돌아서 올라가는 거야~      런지하면서 끝까지 가기!        

학원에서는 2시간 중 40분 이상 체력 운동을 시킨다. 뭐든 기본이 10번이고, 30번, 50번이다. 원을 그리며 10바퀴 달리기도 하고,  한쪽 벽에서 다른 쪽 벽까지 두 발 모아 콩콩 뛰며 10번 갔다 오기, 런지 하듯 큰 걸음을 딛고 무릎을 90도로 굽혀 가며 걷기, 네 발 걷기, 뒤로 네 발 걷기,  등등을 연이어 계속 시킨다. 윗몸일으키기를 50번씩 하고,  아이들 숨이 차오르고 얼굴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면 그때부터 소그룹으로 나누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멀리서 지켜보니, 친구들하고 이런 저련 운동을 하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잘하는 것이든 잘 못하는 것이든 즐겁게 했다. 날이 더워져서 땀을 흘리면서도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기운이 빠 만할 때가 돼서야 앉아서 하는 놀이를 잠시 하고 친구들하고 헤어졌다.


 날 아인이의 소감은 "재미있었어!"였다. 손가락 쪽 손바닥은 물집이 잡혔다가 터져서 쓰리고, 손에서는 열이 나고, 골반 한쪽에는 철봉에 부딪혀 멍이 들어 있고, 정강이는 쓸려서 피가 나기 일보직전이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엄마만 여기저기 생긴 상처를 보고 안쓰러울 뿐이었다. 게다가 친구들한테 동작들을 하는 법을 설명하고, 난이도 조절하는 법을 고민하는 시간들을 통해 자신이 고민하는 지점들을 파악하고 해결할 방법들을 모색했다.


다쳐도 어려워도 재미있다니 참 다행이지만 엄마의 고민은 깊어간다. 집에서 쉬고 싶은 일요일 오후가 이렇게 지나갔다.


어디서든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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