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일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by 짱무원

학교는 생각보다 넓다.


아침이면 모두 같은 교문을 지나 들어오지만

누군가는 교실로 향하고 나는 행정실로 들어간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웃으면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가 잦아질 때쯤 교실마다 수업이 시작된다.


그 시간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공문을 배분하고

급여를 점검하거나 제출해야 될 서류를 확인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교무실에 갈 일이 없었고

교사들과 접점이 없다고 생각해서

친해질 생각조차 못했다.


처음에는 그 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행정직이고, 선생님들은 교사니까.

각자 맡은 일이 다르고,

서로의 자리를 크게 넘나들 일은 없을 거야.


다 같이 회식할 때도 나는 행정실 직원 사이에 앉아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생님이 쪽지를 보냈다.

“주무관님~ 혹시 저랑 같이 공모전 나가보실래요?”


뜻밖의 제안이었다.


그간 다양한 대외활동을 조용히 하고 있었지만

출장을 갈 일이 잦았고, 학교는 너무 좁았기에

금방 행정실을 넘어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의 귀에 들어갔다.


좁은 학교 내에서 어느덧 나는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앗 저랑 같이 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쑥스럽지만 설레는 말투로 답변드렸다.

공모전은 왠지 교사들의 영역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행정직보다 교사가 훨씬 더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괜히 짐이 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함께 해보자는 말에

용기를 내어 시작하게 됐다.


막상 같이 일해보니

우리는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이 더 의미 있을지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나는 예산 내에서 집행이 가능한지,

절차상 문제는 없는지,

이 일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부터 살폈다.


처음에는 서로의 방식이 낯설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히려 그 차이가 도움이 됐다.
한쪽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서로 채워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과도 의미 있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건 다른 감정이었다.


아, 나도 이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중 하나구나.
그 사실을 그때 처음 조금 실감했던 것 같다.




그 일을 계기로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선생님들과

마주하는 순간이 늘어났다.


함께 교육청에서 홍보 활동을 하기도 했고

TF 회의 자리에 나란히 앉아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회의를 하다 보면

직렬이 다르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때도 있다.

교육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하는 것도 즐겁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결국은 아이들을 위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공통 과제라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면,

늘 하던 일이 기다리고 있다.
쌓여 있는 공문, 처리해야 할 민원,

꼼꼼히 맞춰야 하는 지출과 급여 숫자들.
교육행정직의 하루는 대부분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면
예전에는 해야 하는 일이어서 했다면

지금은 그 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교사는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단순히 학교의 뒤편에만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행정과 교육 사이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학교를 움직이는 일.


그 일이 결국 아이들의 하루를 지탱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한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학교가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일들을 차분히 이어간다.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이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2. 교사와 일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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