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빈수레
금요일 퇴근길, 홍대 앞
바로 옆 골목으로 벗어나
편의점에 밀려 보기 힘든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다
문 옆에 한 허름한 남자 노인이 쭈그려 앉아
한 손에는 반쯤 비어있는 소주병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거의 끝까지 핀 담배가 들려있다
왼편에 폐지를 모으는 작은 수레
몇 백 원.. 아님 몇 천 원
하루치의 고단함과 바꿔버린 소주 한 병의 만찬을 손에 쥐고
석양은 낮달을 붙잡고 취해있었다
조금만 벗어나면
끝 모를 추락이 더 밑으로 밑으로 향하고
한 번만! 기회를 달라는 그 간절함이 희망이었을 때
홍대 저녁의 거리가 흥청거렸다
삶이라는 한 글자를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되뇌고 있을 시간이
허공에서 붉어질 때 노인은 담뱃불을 끄고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빈 수레를 끌고 간다
문득
그 노인, 낡은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나도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었다
그의 뒷모습은 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