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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Dec 09. 2022

전단지

읽히는 마음

그녀의 인생 주기의 행간을 얼마큼 뛰어넘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오십 대 후반쯤 되었을까

가방 속에서 필라테스 광고 전단지를 꺼내 우체통에 넣다 주인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거세게 항의하는 주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죄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시 돋친 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마음에 여닫이 문을 달아줄까

부끄러운 표정을 숨길 수 있도록 얼굴에 커튼을 달아줄까


전단지에 강렬한 햇빛 아래 명품 몸매를 뽐내는 젊은 여자는 너무나 환하다


안에서 컹컹 짖어대는 개소리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과 마주하기도 하고

경비아저씨가 뭐냐며 다가오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할 때 심장이 놀라 그 순간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던 거지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나도 전단지를 돌린 적이 있다 예기치 않은 일들이 저도 모르게 공명하듯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일들을

불러오던 위기에 A4용지를 네 등분으로 자른 전단지를 만들어 나의 이력과 전화번호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과외의 문구들을 빼곡히 실어 이집저집에 내려놓았다 그때, 기억과 망각이 섞여 아득한


우리 집 현관에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알지 못한다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 읽히지 않는 그녀를 읽고 싶은 건 아마도 그늘 서려 서글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행간 어디쯤 그녀의 마음이 내게 들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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