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초기
집을 맞추는 일이었다
버스에서 길을 잃었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안에 집이 있었다
잠시 아주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버스는
집의 방향을 벗어나 성수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길의 윤곽, 처음부터 조각들을 맞추어 보는 일
그것이 필요했다 기억을 조작해 낼 염려가 있는데
어디서 흘린 조각들은
차가운 망각 속에 얹혀져 어둠을 물어오고
마지막 기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뒤섞여버린
이름들을 이곳저곳에서 불러내다
물의 등불인양 그에게 불빛을 쏘아 올려 줄 한 사람만
길의 퍼즐 안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늦가을 바람이
사방으로 펴져나갔다
낯선 풍경이 많은 말을 쏟아내고 다시 머릿속에서
까다로운 것들이 서로 일어나고 밀어내고
길은 끝나지 않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다시 끝날 것 같지 않은
방향으로 가버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가느다란 이음줄을
찾아 집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조각을 들고 길을 건너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