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이어지는 중국의 교육
우연히 온라인 뉴스를 보다가 중국 국영채널 라이브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그날은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호가 발사되는 날이었다. 세 명의 우주인이 우주선 안에서 방송을 보는 사람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고 곧 우주선이 발사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후 다시 한번 우주선 발사와 관련된 라이브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야 선저우호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 보았고, 중국은 1년에 두 번이나 우주 정거장으로 우주선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그들이 우주에서 임무를 진행하는 3~6개월의 시간 동안 종종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구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방송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톈궁 교실(天宫课堂) 프로그램이었다. ‘하늘궁전’이라는 뜻의 중국 우주 정거장 이름 ‘톈궁’을 딴 이 교육 프로그램은, 중국 내 곳곳의 교실과 우주 정거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함께 소통하며 공부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우주인들이 우주선 곳곳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보여주고, 학생들이 우주인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우주인이 그에 대한 답을 해주는 시간도 있었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내용은 우주와 지구에서 동시에 같은 과학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우주인이 우주에서 2m 길이의 긴 빨대를 이용해 물을 빨아들였을 때, 물을 마실 수 있을까?’ ‘식물은 지구와 우주 중 어디에서 더 빨리 자랄까?’ 같은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교실에서 2m 길이의 빨대로 물을 마셔보고, 우주인들은 우주에서 마셔보는 것이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지구와 우주에서 각각 키운 식물의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실험 결과를 실시간으로 비교해 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모세관 현상이나, 커다란 물방울의 표면 장력이 우주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은 교실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많은 학생들에게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더 큰 세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자라서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 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활 가까이에서 우주의 모습을 목격하고 직접 소통하며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주를 보는 것과는 다른 경험과 기억, 그리고 동기를 제공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중국에는 또 다른 많은 우주인들이 탄생할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호기심과 놀라움을 넘어서, 부러운 마음과 함께 질투도 났다. 중국인들이 하늘궁전에 살고, 미국에서는 민간 우주여행이 열리는 이 시대가 아닌가.
몇 달 후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하는 모습을 담은 라이브 방송이 다시 시작됐다. 귀환용 우주선이 중국 모처의 땅에 안착하고 문이 열리는 동안 그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 중 한 사람의 어린 자녀가 보내온 영상 편지가 라이브를 통해 방송을 탔다. 아이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톈궁 교실을 통해 얼굴을 보았던 우주인들이 차례로 의자에 실려 우주선 밖으로 꺼내졌다. 오랜만에 지구의 중력을 온몸으로 받게 된 우주인들은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대체로 건강했고 활기찼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우주인들의 모습이, 나에겐 아직까지도 어떤 SF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처럼 기억되고 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은 사람에게 엄청난 의식적 전환을 선사한다고 한다. 작가 프랭크 화이트는 저서 『더 오버뷰 이펙트 The Overview Effect』에서 이 개념을 ‘오버뷰 이펙트’ 우리말로 ‘지구 조망효과’라고 명명했다. 우주적 사고의 전환, 말로만 들어도 황홀한 그 사건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겁이 많은 나도 언젠가 우주행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함께라서 단단한 우리의 이야기, 인스타그램 @magazine dandan을 팔로우하시고 전 세계 각자의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글 미리 보기부터 작가들과 일상을 나누는 특집 콘텐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