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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족이 되는 시간 Aug 29. 2022

EBS 다큐 <어린人권> 촬영 후기

어린이날 100주년으로 EBS에서 특별 제작한 다큐다.  

나는 마지막 6부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했다.

은지를 만나고, 내 안에 어린 나를 만나고

은지를 키우고, 내 안의 어린 나를 키워가는 이야기.


3일간 촬영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건, 은지 얼굴이 공개되면 안 된다는 거였다.

누구도 은지를 알아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평범하지 않은 책임감 속에서 촬영을 했다.


카메라 감독님은

은지의 발, 은지의 손, 은지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은지가 나중에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싶을 만큼 철저히.


가편집을 마친 제작진이 다시 연락해 왔다.

은지 노래에 모두가 반했다고. 감동이라고.

메인 홍보물은 바닷가에 서 있는 은지네 모습으로 했다고.

그래서 본방이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나올까?


지난 5월 24일(화)

은지랑 꼭 붙어 앉아서 노트북을 펼쳤다. 둘이 이어폰을 나눠 끼고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은지야, 이제 시작이야!"


https://docuprime.ebs.co.kr/docuprime/vodReplayView?siteCd=DP&prodId=348&courseId=BP0PAPB0000000005&stepId=01BP0PAPB0000000005&lectId=60216144 


우린 킥킥 웃기도 하고, 서로의 표정을 살피기도 하고

눈물이 찔끔 나오는 걸 서로 곁눈질하다가 토닥토닥 안아주기도 했다.

제주도 날씨 같은 아이, 은지가

이제는 엄마를 안아준다.


주황색 후드 티를 입고, '문어의 꿈'을 부르는 은지.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기타를 치던 어진이도 당황해서 휴대폰으로 악보를 찾았었다.

은지가 신이 나서 갑자기 부른 노래가 의외로 반응이 좋다니.

 

"신의 한 수다!"

PD님이 더 신나 했다. 은지 노래에 힘이 느껴진다고 무한 반복하며 들었다고 했다.

우리 컨디션을 일일이 다 신경 쓰고, 듣고, 기다려 줬던 제작진 한 분 한 분이 고맙고 존경스러웠다.


은지가 갑자기 부른 노래 '문어의 꿈'은 이야기 안에 있었고,

원래 부르기로 했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엔딩 크레디트에 깔렸다.

은지 목소리에 맞춰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다큐를 찍은 3일간의 시간도 스쳐 지나갔다.

15분 분량을 찍기 위해 3일 내내 고생한 제작진과,

6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어린이 인권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 PD님의 의도가 보드랍고 따뜻했다.  

그 후로도 나는 고민 중이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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