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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여사 Jan 01. 2022

우리 동네 노인 공화국

  

‘오늘은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이 쪽 팔이 너무 저려서요. 한 번씩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리릭 하니, 그럴 때면 기분도 나쁘고요.’

병원만 오면 내 목소리는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공손함(응석이 섞인)으로 전환되곤 한다.   

‘언제부터 그러셨습니까?’

‘일주일 정도요. 실은 제가요 목이 뻐근해서 목 운동을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목을 너무 심하게 돌렸는지 갑자기 팔에 전기가 흐르더라고요.’

‘목 디스크가 있으신데 그렇게 심하게 하셨다니.’ -쯧쯧!!! -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의사는 전에 찍어 두었던 나의 엠알아이 검사 결과를 살피며 말했다.

‘엄청 시원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돌렸어요.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삼 백 육십 도 회전을 마구마구 하면서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목 주변 근육이 엄청 아픈 거예요. 그래도 아픈 건 뭉친 근육들이 풀리느라 그러려니 하고 더 열심히 열심히 돌렸어요.’

‘과유불급이라.’ -쯧쯧!!! - 또 한 번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의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반웃음을 보였다.

‘신경이 끊어진 건 아닐까요?’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의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일단 약 복용과 물리치료를 병행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 …… 네.’

나는 서운했다. 내 병에 대한 나의 심각함에 비해 의사의 처방이 너무 경미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엠알아이는 안 찍어도 되나요?’

‘네. 일단 경과를 좀 지켜 본 다음에.’

의사는 여전히 반웃음을 보였다.

‘물리치료는 꼭 받아야 하나요?’

그냥 네! 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서운함에 의사의 말에 어깃장을 놓았다.  

‘약만 복용하시면 약 다 드신 후 같은 증상이 또 생길 수 있으니까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 오셨으니까 받고 가시죠?’

‘아, 네에. 시간 확인해보고 결정할게요.’

‘우리 병원까지 오시기 힘들면 집 근처 병원이라도 가서 받으세요.’

‘네~~~~.’

나는 속으로 메롱!을 했다. 그리고는 물리치료를 받지 않고 병원을 나왔다.      


다음 날도 팔은 계속 저렸다.  

아침 약을 먹다가 -집 근처에서라도 꼭 받으세요.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집근처 병원이라면 전에 갔던 동네의원인데,      

- …가? …말아? -     

머그잔에 넘칠 듯 담겼던 커피가 동이 날 때까지 나의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일단 바깥 날씨를 살폈다.

십 삼층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보였고, 대기에 가득한 햇살은, 오늘의 날씨는 맑고 따뜻하니, 가까운 곳에 가실 때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셔도 좋을 듯합니다. 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원피스를 입고 귀걸이, 목걸이, 반지까지 착용한 후 선글라스도 챙겼다.            

‘어서 오세요!’

병원 문을 밀고 들어서자 간호사는 웃는 낯으로 인사를 했다.

-이 병원 간호사들, 웃음이 너무 헤퍼. -

접수처에 있던 간호사 둘은 선글라스를 쓴 채 실내로 들어오는 나를 스캔했다.

나는 접수처 앞에 가서 섰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물리치료 받으려고요.’

나는 선글라스를 벗어 머리에 썼다.

‘일단 원장님 진료를 보신 후에.’

‘진료를 꼭 받아야 하나요?’

‘네. 성함이 오여사님 맞으시죠?’

‘아, 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니 고마울 법도 했지만, 이 병원에서의 지난날의 일들이 떠올라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의사는 내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물었다. 의사가 반웃음을 보이는 걸 보니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기억 못할 수 없겠지. 이렇게까지 차려 입고 왔는데 기억 못한다면 나 오여사님 많이 서운하답니다. -

‘팔이 저려서.’

‘어쩌다가?’

‘목디스크가 있는데 목운동을 무리하게 했나 봐요. 물리치료를 받으려고요.’

‘그러시죠. 약도 드시고요.’

-약은 다른 병원에서 이미 받아왔습니다, 이 의사양반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

라고 웃는 낯으로 답했다.

‘삼 일치 드릴까요, 오 일치 드릴까요?’

-본인이 알아서 주세요, 이 의사 양반니임. - 대신

‘이왕이면 오 일치가 좋겠죠?’ 라고 했다.

억지로 웃고 있으려니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진료실을 나와 굳게 닫혀 있는 물리치료실 문을 노크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자 넓지 않은 공간에 커튼들이 줄지어 쳐있었다. 커튼 사이에서 남자 물리치료사가 모습을 보였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물리치료사는 나를 스캔하며 빈 침대로 안내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그만 좀 물어봐라! 나 오여사 짜증난다 짜증 나! - 대신

‘팔이 너무 저려요. 목디스크 때문에 그렇다는데.’

나는 공손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이쪽으로 누워 보세요. 목걸이는 빼시는 게 좋습니다.’

‘아, 네.’

나는 목걸이를 뺀 후 침대에 누웠다.  

물리치료사는 누운 내 목 뒤쪽과 저린 팔 쪽에 핫 팩을 해 주었다.

‘삐 삐 삐~~~~~!’

물료치료사는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갔다.       


나는 물리치료실을 살폈다.

허리 때문에 두어 달 다녔던 한방병원 물리치료실이나 어제 갔던 준 종합병원 급 물리치료실과는 많이 달랐다. 공간이 넓지도 깨끗하지도 최신 시설로 갖추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병원의 소란이 물리치료실까지 온전히 전해졌다. 자세히 보니 원장실로부터 간호사실과 물리치료실까지 문을 통하지 않고 드나들 수 있도록 벽을 다 터놓았다.       


‘어머니, 호호호!’

‘아버님. 호호호!’

간호사들은 여전히 헤픈 웃음으로 환자들을 맞았다.     

-으~~~~~시끄러워! 내가 미쳤지 미쳤어. 요즘 같은 코로나시기에 이런데서 물리치료를 받겠다고 덜컥 발을 디디다니. -     


후회막심이었다. 문을 열었을 때 이곳의 상태를 재빨리 파악하고 얼른 뒤돌아설 것을, 물리치료사가 들어오란다고 선뜻 들어와서는 누우세요, 라고 한다고 벌러덩 드러눕다니, 나란 인간 -싫다 싫어! 정말 싫다! -

나는 하마터면 나 집에 돌아갈래! 라고 외치며 발버둥을 칠 뻔했다.     


‘어머니, 이쪽으로 돌아 누워보세요.’

커튼 너머로 물리치료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

물리치료실에서 어머니, 라는 호칭을 듣다니. 보통 환자를 부를 때, 환자분 또는 이름에 님자를 붙이지 않나? 어머니? 혹 정말 물리치료사 어머니인가? 나는 귀를 쫑끗 세웠다.


‘어머니, 허리가 불편하시잖아요?’

‘에고~~~!!!’

노인은 앓는 소리를 냈다.  

‘주무실 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누우시면 안돼요. 그 자세가 편하다고 자꾸 그렇게 누우시면 더 안 좋아져요. 똑바로 누워서 무릎을 구부려 보세요. 그렇지요. 이렇게 주무시도록 노력하세요.’

‘잠들면 또 이렇게 될 텐데. 에고~~~~!’  

‘그런 건 어쩔 수 없지만 잠 들기 전까지는 이렇게 누우시도록 노력하세요. 그래야만 좋아질 수 있어요.’     

-여기 물리치료사 뭐지? -     

내가 여태 본 물리치료사들은 여자였으며  

-환자분, 이쪽으로 누우세요. - 라고 한 뒤 적외선 치료나 전기 자극기 치료나, 한방일 경우 부항을 뜰 때면 -환자분, 여기 맞으세요? -라는 질문을 할 뿐이었다. 그런 다음 -환자분, 끝났습니다. 옷 정리 잘하시고 가시면 됩니다. 나가시면서 예약하시고요. -거의가 그런 식이었다.      


‘자 이제 반대쪽으로 돌아 누워 보세요.’

내게로 온 물리치료사는 핫 팩을 정리한 후 전기 자극 패드를 목 주변과 어깨와 저린 팔에 붙이며,

‘여기 괜찮으세요? 여기는? 또 어디요?’  

나를 상대로 일일이 체크했다.

‘강도는 괜찮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십 분 해드릴게요.’

‘네.’

내 목소리는 빠르게 공손 모드로 전환되었다.      

‘삐 삐 삐~~~~~!!!’

물리치료사는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갔다.    


그때였다.

‘오랜 만에 왔지?’

노크 소리와 함께 우렁찬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간 바쁘셨어요?’

‘지방에 다녀오느라고. 아들은 상 받았나?’

‘아, 네.’

‘답이 시원찮은 걸 보니 못 받았나보군.’

‘이등했어요. 상대가 00에프씨 소속 어린이 축구팀이라 잘하더라고요.’

‘거기 상대로 이등 했으면 잘했네.’

‘오늘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걸으면 이 쪽 다리가 자꾸 바깥쪽으로 돌아가. 계속 치료 받을 땐 괜찮았는데.’

‘요즘 일이 많으세요?’

‘어제도 지방 갔다 왔어.’     

물리치료실에서 이웃집 형님과의 사이에서나 오갈 법한 대화가 오가다니.

-뭐지? 여긴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쉼터? -

나는 그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물리치료실에서의 진풍경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삐 삐 삐~~~~~!’

내 전기 자극기가 타임 오버를 알렸다.

물리치료사가 왔다.

‘그대로 계세요. 초음파 해드릴게요.’

‘… ….’

‘목이 많이 안 좋으신데요.’

‘거북목이 된지 꽤 됐어요. 어느 날 거울을 통해 뒷목에 혹이 있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병원마다 다니면서 물었는데 거북목이라고 하더라고요. 목디스크도 있고. 도수치료 물리치료 마사지, 다 했는데도 효과가 없더라고요.’

‘목도 목이지만 등도 많이 굽으셨는데요.’

‘어제, 전에 검사했던 병원에 갔었는데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자, 이제 끝났습니다.’

-이렇게 끝? 쳇! -

‘이제 여기 서 보세요.’

-으잉! 끝이 아니네? -

나는 물리치료사가 하라는 대로 벽에 등을 붙이고 섰다.

‘손바닥이 이렇게 보이도록 하고 이렇게 올려보세요.’

‘아~ 아~ 안~~돼~~~~요!’

나는 겨우 겨우 동작을 했다. 물리치료사는 내 모습을 보며 웃었다.

‘어떠세요? 등이 펴지는 느낌이 드세요? 계속 하세요.’

‘으~~~~~네.’

‘집에서 그 운동을 해보세요. 등이 굽으면 목이 이렇게 더 쭈욱 빠지니까, 먼저 등을 펴는 습관부터 들여야 해요. 하늘 볼 때 목을 이렇게 뒤로 확 젖히는 게 아니라 등을 이렇게 뒤로 젖히세요. 이래도 하늘이 보이죠? 시간이 쪼끔 더 걸릴 뿐이지요.’

-뭐야? 물리치료가 완전 도수치료급인데? 좋아좋아. 완전 내 스타일이야! -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물리치료실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외손녀를 등원 시킨 후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서 오세요!’

‘물리치료 받으려고요.’

‘수납하시고 가시면 되어요.’     


나는 물리치료실 문을 노크하면서 들어섰다.

‘아, 어서 오세요.’

물리치료사는 나를 알아봐 주었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물리치료사가 말하기 전에 침대에 누웠다. 물리치료사는 목과 저린 팔에 핫 팩을 놓아 주었다.

‘운동은 하셨어요?’

‘네.’

‘삐~~삐~~삐~~~~!’

물리치료사는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갔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라는 기대에 마음까지 설레었다.


‘이제 바지 내리셔도 돼요.’

물리치료사의 말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처럼 여길 내리시면 되는데, 전에 어떤 분은 허리춤에서 바지를 쑤욱 내리는 거예요. 여기까지. 그래가지고 저도 민망하고 그 분도 민망했던 적이 있었어요.’

물리치료사는 환자를 상대로 우스갯소리를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군. -

나는 혼자 웃었다.       


처음으로 물리치료실에 갔을 때였다. 물리치료사가 –반대쪽으로 돌아 누우세요. -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을 머리와 다리를 반대로 하라는 줄로 알아 들었다. -환자분, 반대로 누우시라고요. - 물리치료사는 내 행동에 당황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물리치료사보다 더 당황했었다. 반대로 누우라고 해서 그렇게 누웠을 뿐인데,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리치료사를 쳐다보았다. -이마를 여기에 대시고. - 나는 그때야 비로소 엎드렸던 몸을 천장을 보는 자세로 돌리라는 말의 뜻을 알아차린 적이 있었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허리가.’

‘어떡하다가?’

‘군대 가서 맞아서 그래!’     

-목소리만 들어도 나이가 나 보다 위인 것 같은데, 군대 탓을 하다니. - (내 생각)     

‘지금까지 계속 아프게 지내셨어요?’

‘아니, 늙으니까 아파.’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묻어 있었다.

‘누워보세요.’

‘핫 팩 뜨거우면 말씀하세요. 그리고 이건 서비스로 해드리는 건데 발이 아프거나 다리가 너무 조이면 말씀하세요. 빼면 되니까요.’     

아마도 공기압다리마사지기를 신긴 것 같았다.  

-가만, 서비스라고? 나는, 나는 왜 안 신겨 주는 거야? 난 어제 처음 와서? 저 사람은 오늘 처음인 것 같은데, 뭐지? 이 오여사 지금 차별 대우 받고 있는 거야? -     


‘삐 삐 삐~~~~~~!!!!’

내 옆자리에서 들렸다.

‘어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초음파 해드릴게요.’

물리치료사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에게 오더니 핫 팩을 뺐다.

‘옆으로 반 만 돌아 누워보세요.’

나는 끄응 소리와 함께 물리치료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물리치료사는 전기자극기 패드를 어제와 같은 곳에 붙였다.

‘강도 괜찮으세요?’

‘네. 혼자해서 그런지 많이 바쁘시네요?’

‘아, 네.’

물리치료사는 서둘러 옆 자리로 갔다.   

-으이그 오지랖 오지랖! 누가 그런 걱정해달라고 했냐고! -


‘애는 아들 하나로 끝낼 거야?’

옆자리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귀를 활짝 열었다.

‘실은 하나 더 낳고 싶은데 봐 줄 사람이 없어요.’

‘애 엄마도 일하나?’

‘예. 특수 직업 훈련 교사에요.’

‘어머, 멋지다!!!’

나도 모르게 옆 말소리에 내 소리를 더하고 말았다.

-으이그 주책주책 못말려못말려 조용히 치료만 받고 갈 것이지. -

나는 내 입을 내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래도 하나 더 낳아야지 하나는 안 돼.’

‘그렇기는 한데, 첫 애 낳았을 때 봐 줄 사람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까 쉽게 결정을 못하겠어요.’

‘저도 외손녀 키우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둘째 낳으면 못 봐 준다고 했어요.’

내 입은 틀어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잘도 나불거렸다.

‘우리 딸도 딸 하나 낳아서 키웠는데, 어려서는 공부도 잘하고 해서 걱정을 안했는데, 사춘기 들어서더니 애가 백팔십도 변하더니 부모 속을 엄청 썩이니까 후회하더라고. 하나 더 낳을 걸 그랬다고.’

‘저희도 그런 생각 하기는 해요.’

‘요즘 애 하나 키우는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데,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맞습니다. 하나 키우는데 둘이 버는 데도 헉헉 대겠더라고요.’

‘자꾸 쓸데없는 거 가르치려 드니까 돈이 많이 들지. 내 말 듣고 더 늦기 전에 하나 더 낳도록 해. 저 먹을 건 저가 다 짊어지고 나오니까.’

내게는 그 말이,

-어디 신참이 남의 말에 함부로 토를 다는거얏! 입 다물고 치료나 잘 받고 가라고. 공연히 남의 말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 로 들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 파워가 만만치 않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앓는 소리를 내더니만. - 한 마디 더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듯했다.


‘다 됐습니다. 어머니, 오늘도 안마 침대 하고 가세요.’

‘암만 공짜라도 오늘은 안 할래.’

‘왜요? 바쁘세요?’

‘바쁘긴, 다 늙은 게 바쁠 일이 뭐 있어? 서비스니 뭐니 하면서 이것저것 막 하면 전기는 누가 공짜로 주나?’

-에고, 결국은 물리치료사한테 불호령이 떨어지는군. -

‘어머니, 그런 거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신경 안 쓰긴. 마음만 좋아 갖고는. 내가 다시 한 번 말하는데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면 된다느니 하는 그런 쓸데없는 말은 무시하고, 애는 꼭 둘 이상 낳아야 한다는 내 말 대로 얼른 애 하나 더 만들어!’

나에게 그 말은 –여긴 내구역이라고. 그러니 함부로 남의 말에 끼어들 생각일랑은 아예 말앗! -로 들렸다.  

-뭐야? 저 노인네가 감히 나  오여사에게 도전장을? -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나, 가요. 점심 맛있게 들어요!’     

-뭐? 점심 맛있게 들어요?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

나는 이미 가고 없는 어머니(?)에게 눈을 흘겼다.     


‘삐 삐 삐~~~~~~!!!!’

내 전기 자극기가 타임 오버를 알렸다. 물리치료사가 왔다.

‘초음파 치료 해드릴게요.’

‘좀 전에 그 분 어머니세요?’

‘아니요.’

물리치료사의 마스크에 가린 얼굴이 웃고 있었다.

‘그럼 원장선생님 어머니?’

‘아니요.’

‘그런데 선생님한테?

‘그냥 환자분이세요. 저 이 병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오셨는데, 어느 자식이 이렇게 해주겠냐면서 매일 오시다시피 하셔요. 그러다 보니 모두들 병원 가족이려니 하고 지내고 있어요.’     


-여기가 노인 공화국이야? 어따 대고 텃세야 텃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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