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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는 얼마만큼의 운이 필요한가?

  누구나 자신의 주변의 사람들이 성장하거나 또는 실패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아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 같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노력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사라져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잘 안 되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정말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과연 한 사람의 성공은 얼마만큼의 운에 달린 것인가? 자신의 노력과 실력보다 타고난 운이 더 인생을 좌우하는 것인가? 엉뚱한 소리지만, 이 화두를 가지고 오래토록 고민했습니다.  


운칠기삼, 과연 얼마나 맞는 말일까요?


운칠기삼, 이 말의 의미를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일의 70퍼센트는 운에 달린 것이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자신의 노력과 재주에 달렸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주로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또는 반대로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운 좋게 어떤 일이 성사되었을 때 쓰이는 말입니다. 


이 말은 사실 상당한 비관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하는 일마다 잘되어 성공을 거둘 경우에 빗대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는 인생사는 모두 운수나 재수에 달려 있어서, 내 노력만으로는 성취하기 힘들다는 체념의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듣는 사람에게 의욕과 도전 대신 무기력함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인간의 운명은 이미 사람들마다 제각기 정해졌다는 운명론처럼 들립니다. 


과연 사람에게 능력보다 운이 더 중요한 것인가? 사람의 능력과 노력은 얼마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관찰했던 사례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어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A는 소위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혼자 돈을 벌어야 했고, 자녀들을 고생하며 어렵게 키웠습니다. A는 열심히 공부를 했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장학금을 받기도 하며, 중위권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다행히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꽤 이름이 알려진 기업에 합격을 하여 주변의 축하를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입사하고 사귀던 사람과 결혼을 하였고,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A는 휴가도 제대로 가본 적도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정말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주말과 연휴의 절반은 출근을 해서 밤까지 일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밤을 새우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누구든지 A의 성실함을 칭찬하였고 팀장으로 승진할 것이라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B는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도매업을 크게 하여 다소 여유가 있는 부모의 지원으로 공부 이외에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고 자랐습니다.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B는 원만한 성격과 뛰어난 친화력으로 입사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많은 선배들과 어울리며 상사들의 귀여움도 차지하였습니다.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고, 실수가 자주 있는 편이었으나,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변의 선배들의 도움을 필요할 때마다 잘 받았고, 언제나 자신의 실수를 잘 만회하였습니다.


B대리는 주변에 동료들을 돕고 어울리는데 주저함이 없어서 자신의 일을 못하더라도 남의 일을 해결해 주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찾기 어렵지 않은 유형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이라면 꼭 있을 법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을 비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모두 선한 사람들입니다.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의 우열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두 사람의 성장과정을 마치 CCTV로 관찰하듯이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 후로 5년이 지났습니다. 


A는 헌신적으로 궂은일을 부서에서 도맡아 하면서 묵묵히 일을 하였다. 상사인 팀장의 부당한 행동이 몇 년간 지속되는 데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그 팀장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결국 그 상사는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A가 팀장으로 승진할 것이라 생각하고, 심지어 A에게 그동안 미련하게 버틴 보람이 있었다며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그 팀장의 자리에 외부에서 채용한 사람을 앉혔습니다.  


A는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그동안 헌신적으로 일을 했던 자신을 생각할수록 허탈감이 몰려왔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더욱더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들의 말조차 어디까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이 되기 시작하였다.


B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B는 더욱 사교적인 활동도 더 활발해지고 대인관계도 넓어졌습니다. 맡게 된 일도 늘어나서 주변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B를 지켜보던 임원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새로운 사업을 맡는 팀장으로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B는 팀장이 된 직후에 중요한 회사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였습니다.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B는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었고, 선배들을 통해서 중요한 정보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는 많은 것들이 변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본인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 가고, 그 난이도도 점점 어려워져 갔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점점 자신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 다시 또 5년이 지났습니다. 


A는 승진에 떨어진 충격도, 그리고 새로 외부에서 온 팀장의 등장도 잊으려고 다시 맘을 가다듬고 새 출발을 하였습니다. 새로운 팀장은 직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높은 사람들과의 친분을 더 중요시 여기며, 일은 죄다 다시 A에게 맡겼습니다. 


A는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 같았고, 회사에 대한 원망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학벌을 중요시 여기던 그 회사가 유명한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어느 임원이 자신과 대학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팀장을 외부에서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직을 하려고 준비하였습니다. 


그럴수록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아까웠고, 그리고 매일 힘들게 야근을 하면서도 몇 년 더 고생하면 전세금을 올려서 좀 더 넓은 아파트로 가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거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직을 하면 그곳에 적응하기 위해서 다시 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걱정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자신은 정말 운이 없고, 왜 열심히 사는 자신에게 번번이 좌절감만 생기는지 심하게 우울해했습니다. 그러던 중 상사인 팀장은 다른 대기업의 중요한 자리로 스카우트가 되어 이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A를 팀장으로 승진을 시켰습니다.  


B의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 보겠습니다. B는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가 대박을 치면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는 한 직급 다시 특진을 시키며 연봉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자 B는 팀장이 되고 나서 불안했던 마음이 싹 가시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유명한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습니다.  B는 고민하지 않고 그 회사로 옮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B의 이직을 부러워했습니다. 회사에서 화재가 되며, 사회생활을 정말 잘한 사람이라 역시 다르다는 말이 꼭 따랐습니다. 운을 타고났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B가 이직을 하고 나서 그 회사에서 새로 맡은 일들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새로 맡은 프로젝트들은 번번이 실패를 하였고, 이에 불안해진 B는 다시 다른 회사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을 하였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역시 그것도 능력이라며 부러워했습니다. 


그리고 B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이 절실해져서 같은 회사에 있던 후배들 몇 명을 설득해서 같이 이직을 하였습니다. 물론 그들의 연봉이 얼마나 올랐다는 것이 회사에서 연일 화재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다시 또 5년이 지났습니다. 


A는 팀장이 되고 나서부터 그동안 갈고닦았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회사의 숙원사업들을 차근차근 밀고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의 갑작스러운 합병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다른 회사에 팔린 것입니다. 직원들은 자기 회사의 합병 소식을 뉴스를 보고야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불안한 마음에 삼삼오오 모여서 일손을 놓고 걱정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러던 중 A는 회사를 합병한 측이 경영진에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매우 강도 있고 소신 있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동안의 회사에서 누적된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막힘없이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실 A는 회사를 그만 둘 생각에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고, 그 회사에 대한 애정으로 좀 더 그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경영진에서는 A를 상무로 승진시키고, 자신이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모든 권한을 주었습니다. 


A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내 사태를 파악한 A는 그전에 자신이 눈여겨보았던, 정말 실력은 있으나, 과소평가를 받던 실무자들을 각 부서에서 이 특별 프로젝트팀으로 데리고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놀랄 만큼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B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B는 몇 번의 이직을 하고 나서 B에 대한 소식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리 만큼 B의 근황은 아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B와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진 것입니다. 


함께 이직을 했던 사람들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들 뿔뿔이 다른 회사로 흩어졌습니다. 한때 그렇게 가깝게 지내던 그 많은 사람들, 심지어 그에게 큰 신세를 진 사람들조차도 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B가 이민을 갔다는 소문도 있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이런 말조차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인지, 운이 없는 사람인지는 언제 알 수 있는 걸까요?  


A는 자신이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살았었습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도, 이상한 상사들을 만난 것도, 어려운 일만 하게 된 것들도 모두 자신이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의 상사가 퇴사를 하면서 자신이 승진을 하게 된 것도, 합병한 회사의 경영진에게서 우연한 기회에 신뢰를 받게 된 것도 모두 생각해 보니 엄청난 행운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의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정말 행운아라는 말만 합니다. 


이를 들은 A는 사실 씁쓸합니다. 자신이 그 행운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불운을 만났어야 하는지, 얼마나 남들이 모르는 노력을 했는지 아무도 그것은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B 역시 자신은 너무나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B는 자신의 연속된 실패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모든 연락을 끊고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고, 그동안의 실패의 경험을 살려서 일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B는 이따금씩 자신의 불행을 탓하며 술잔을 기울입니다. 엄청났던 연봉과 지위를 생각하면 지금의 지위가 초라하게만 보입니다. B는 그러나 자신의 경력 초반 승승장구하던 때의 행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아끼던 사람들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에 비해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말을 늘 하며 우울해합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 실제로 있었던 일과 지어낸 가상의 이야기가 뒤섞인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픽션인지는 저만 아는 비밀입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야기를 조각조각 잘라 놓는다면, 어느 한 조각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우리가 평생을 살아야 알 수 있는 답이 있습니다. 


운칠기삼. 이 말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수백 년 전, 어쩌면 수천 년 전에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대부분 운에 달렸다는 이 말은, 그 시대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정말 지금 인구의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죽어갔을 것입니다. 재해, 전쟁, 기아, 무지, 착취 등으로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자신의 인생을 좌우하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의 자신의 인생이 운에 달렸을 것입니다. 


그나마 그 당시에도 운이 70%라고 말한 것은, 그나마 너무 사람들이 무기력한 운명론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였는지도 모릅니다. 달에 사람이 간지 30년도 넘은 이 시대에도 불구하고, 지구 어딘 가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우리는 엄청난 행운아들일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만약 신께서 전 78억 인류를 행복 순으로 줄 세우신다면 우리는 아마도 단연코 앞쪽에 서있을 것입니다. 줄을 서라는 안내글 조차도 읽을 수 없는 문맹자들을 제외한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비록 내가 남들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어렵게 성장하여 경기시간의 처음 70분의 내 기록은 비록 좋지 않을지라도, 나의 노력과 재능으로 남은 경기시간 30분 동안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내가 타고난 환경과 재능으로 처음 70분은 쉽게 갔지만, 오만과 나태에 빠진다면 나머지 30분 동안은 경기에서 맨 뒤로 뒤쳐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성장하기 위하여 얼마나 행운이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내 삶에서 운명과 내 능력은 각각 얼마만큼 작용하는 것인가?’ 우리 모두는 평생 신이 인간에게 주신 이 질문에 답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어느 말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행운이었다고 믿는 사람들과 그저 행운을 기다리는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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