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갈 길을 가는 이 발걸음이 가볍고 감사하다.
커리어에 있어서 필요한 양만큼의 고통과 인고의 시간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다들 고통스럽다면 벗어나려고 노력을 한다. 발버둥을 친다. 나 역시 팀도 옮겨보고 되돌아오기도 해 보고 별의 별것을 다했다. 그런데 그 고통의 시간은 피하고 도망갈 것이 아니라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오늘의 나를 보면.
지금의 나는 내가 노력해서 만족스럽게 된 것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상황이 바뀌어서 내가 원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만족도와 감사함 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 대한 무덤덤함이 함께 왔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면 성취감에 짜릿했겠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감사함과 무덤덤함이 함께 있다. 이 무덤덤함은 나를 덜 경쟁하게 만들고 덜 노력하게 만들고 나만 내 갈길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가게 하는 힘이 된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내 방향으로 내가 가는 것에 있다. 그렇게 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그 어려웠던 힘든 시간이다. 가끔은 노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내하고 견디고 버티다 보면 원하는 자리에 와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원하는 자리에 있음은 이 고통 전에 온 것과 고통을 견디고 나서 온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훨씬 안정적인 기분이 들고 나에게 집중하게 도와준다. 기회가 왔음을 제대로 인식하게 해 주고 그 기회에 집중하게 해주는 것이 지난 2년간의 방황이 아녔을까 싶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반드시 걸려야 하는 절대적인 양의 시간이 있다. 커리어도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모든 투자나 꿈이 그렇듯. 조급증을 버리는 과정이 꿈을 내가 원하는 일을 찾는 방법과 길이기도 하다. 오직 진정 원하는 자만이 오래 꾸준히 할 수 있고 그런 자만이 이룰 수 있으니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내고 나면 좋고 나쁨에 초연해지는 것 같다.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힘들지도 말자. 영원히 힘들것도 영원히 좋은 것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