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은 겨울 날씨가 며칠째다. 어제 오늘은 최고 온도가 8도, 내일과 모레는 최대 14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날씨가 따듯한 참에 오랜만에 야외 달리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푸르렀는데 저 멀리 산이 흐릿해 보였다. 안개는 아닌 듯했다. 혹시나 해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해 보았는데 역시나였다.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란한 나와 상관없이 대전보다 따뜻한 어느 남쪽에서는 개나리가 정신 못 차리고 꽃망울을 틔웠을지도 모르겠다.
여름과 겨울은 덥거나 추워서 달리기가 어렵고 봄과 겨울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달리기가 어렵다. 점점 야외 활동하기가 어려워진다.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심해지면 심해지겠지 더 좋아지지는 않을 듯하다. 막연하게도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자리 잡는다. 도시는 커녕 시골에서도 자연의 정취를 느끼기 어려워지는 마당에 이 땅에서 건강하게 아이를 기를 수는 있을까.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을 고립시킨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장이 가동되고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집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세상인데, 밖으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여름엔 더우니까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겨울엔 추우니 히터가 있는 실내로, 봄과 겨울에는 미세먼지가 심하니까 실내에 있어야 한다.
기술이 삶을 윤택하게 하지만 기술이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대답이 되지는 못한다. 기술은 타국 땅에 있는 친구의 소식을 알려주지만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며 느끼는 박탈감까지 해결해주지 못하고, 마트에서 수 백가지 물품을 살 수 있지만 바다 위 플라스틱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어찌 보면 기술은 왼쪽의 것을 빼앗아 오른쪽에 얹어 놓는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