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제주도는 봄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맑은 하늘 아래 포근한 바람이 불고, 유채꽃은 생기가 넘치며 벚꽃은 조용히 화려하다. 봄의 꽃은 무채색으로 일관하던 겨울을 지우듯 형형색색이다. 특히 유채꽃은 봄의 신호로서 더없이 적합한데, 노랑의 어리숙하면서도 활기찬 생명력은 그 다채로움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게 한다.
제주도의 동, 서쪽은 관광하기 좋은 명소들로 정평이 자자하다. 대중교통만으로도 접근성이 좋고, 유명한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앞에는 갖가지 제주도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카페들이 즐비하다. 목이 좋은 자리에는 비싼 호텔이 들어섰고, 그 뒤로 게스트하우스나 펜션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건물들, 멋들어진 간판과 메뉴판이 눈길을 끈다.
제주도의 남쪽, 서귀포는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곳이었다.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과 몇 없는 식당과 카페,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산책길까지. 어떤 길은 해수욕장으로 이어진 줄 알았더니 일반 가정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불편함은 동시에 이곳이 사람의 때가 덜 탄 곳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인위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경우도 있다. 서귀포의 풍경이 그러했다. 산책하면서 보기 좋게 조성한 유채꽃밭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돌담벼락 사이에 피어난 유채꽃도 아름답다. 꼬불꼬불하고 정리가 되지 않은 길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재밌는 풍경이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았다. 무질서하게 피어난 유채꽃 바로 옆에 기둥을 세우고 포클레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곧 직선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언제까지고 사람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늦게까지 그 풍경을 간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