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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박두만 Jun 08. 2023

몰입의 즐거움 / 칙센트미하이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와 능력이 만날 때 몰입이 이루어진다

행복은 우리가 따져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감정의 전부가 아니다.

하루하루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에게 행복은 출발점으로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가는가? 9시에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을 생각해 보자. 그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8시간을 노동에 투입한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8시간 취침한다고 친다면 하루의 3분의 1은 노동에, 또 다른 3분의 1은 취침에 수면에 할애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하루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근로 시간과 취침 시간, 그 나머지인 여가 시간으로 나눠진다.

물론 취침 시간과 근로 시간 사이에는 수많은 행위가 존재한다. 씻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하거나 밀린 설거지도 해야 한다. 출퇴근하는 시간과 자잘한 행위들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적을 터이다. 하지만 모두 우리가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령 영어 발음을 되뇌면서 수건을 개고 설거지를 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한다면 책을 읽거나 유튜브로 공부하면서 출근할 수도 있다. 자차로 퇴근한다면 시사나 경제 뉴스를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잠자는 시간을 무의식의 시간이라고 한다면 근무 시간과 여가 시간은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여가 시간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노동 시간은 의무적으로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다.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노동이라는 행위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우리는 일하는 시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을 꺼려 하는 듯하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몰입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예술 계통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회사원이나 생산직 근로자 등 중에서도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몰입하지 않는 사람들은 몰입하는 사람들을 두고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면 되지 뭘 그리 열심히 하느냐는 시선을 던지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는 사람이 더욱 행복감을 느끼고 삶의 질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몰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나의 실력을 비추어봤을 때 집중력이 계속해서 유지될 만큼 적절한 강도의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할 때, 내가 맡은 업무가 의미를 가질 때 비로소 일은 놀이가 되고 기피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여가 시간이 아닌 근무 시간에 더욱 몰입하고 집중한다고 한다. 일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나는 그 목표에 맞춰 노력한다. 그리고 그 성과에 따라 급여와 다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행복은 우선순위가 아닌 몰입 후에 뒤따라오는 것이다. 가령 스키를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올 때는 행복이고 자시고 느낄 새가 없다. 단지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순간에 몰두할 뿐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거나 힘겨운 과제를 마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해결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후에 결과에 따른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가 시간은 어떠한가?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실생활에서 주어지는 여가 시간에 하는 행위가 주로 오락 및 휴식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수동적 여가 활동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음악을 듣거나 사색에서 비롯되는 행복 또한 존재하고, 혹시라도 휴식을 게으름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단방향적이 정보 수용은 목적 없는 행위이자 어떤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고, 사실 건설적인 여가보다는 SNS, 유튜브 시청이나 휴대폰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시각 정보가 오랫동안 차단되면 뇌가 환각을 만들어내서 붕괴를 막듯이, 여가 시간을 건설적으로 보내지 않으면 그 빈자리를 부정적인 감정들이 대체한다. 그렇기에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얻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꼭 여가 시간에 비장한 목표를 이루거나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꽤 어려운 난이도로 해낼 때, 우리는 그 일에 몰입하게 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일에 몰두하고 여가 시간을 현명하게 보낼 때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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