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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Jan 19. 2023

일단 해봐야 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며

브런치 공식 첫 글이다.

새해도 됐고 재밌는 것 좀 해보자고 생각해 낸 것이 브런치 작가 되기였다.

(사실 5분 전에 정했다.)


브런치 작가 되기 쉽지 않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봤기 때문에 아주 합리적인 한국인 가위바위보 국룰에 따라 삼세판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첫 주제를 뭘로 할지 고민하다 내 인생은 이거다 하며 떠올린 문장

'일단 해봐야 안다'


얼핏 보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후후... 난 생각이 아주 많아 나조차도 나 자신이 질릴 때가 많은 INTJ 인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매몰되어 지치면 언제나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

“그냥 답이 없어. 해보자, 해봐야 알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고, 생각이 많으면 인생이 맛이 간다. 적절한 때에 생각을 매듭짓지 못하면 달달한 내 인생에 상한 맛이 나기 시작한다. 아무런 답을 못 찾고 끙끙 앓다가 시간만 버리는 거다.


사실 누가 이걸 모르겠나. 나도 서른몇 해 지나고도 이 같은 실수를 여전히 반복하는 어리석은 인간이다. 다들 그럴 수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다행히 놓친 게 행운으로 작용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정답이 없다면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나는 '미래에 후회하겠느냐'가 그것이다.

내가 후회를 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재에서 내가 후회할 것 같은지 안 할 것 같은지는 가늠할 수 있다.


짝사랑을 예로 들어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소심한 성격이라 잘 다가가지 못해서 매번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아쉬워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사람부터 생각나고 잠들기 전에는 그 사람과 웃고 떠들던 일이 떠오른다.

보고 싶다. 다음에 만나면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옷과 화장품에 신경을 쓴다.


내가 저 사람에게 대시하지 않는다면 후회할까?

99% 후회할 것 같다. 아쉽고 보고 싶은 감정들은 내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 암시한다.

 

이제 여기서부터 큰 걸림돌이 생긴다.

'잘 안되면... 상처받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옛날 초등학생 때 달리기 시합 다들 한 번쯤은 나갔을 거다. 경주를 하려는데 달리다가 넘어지면 무릎에 상처가 까질까 봐 두려워서 출발을 안 한 적이 있는가?


실제로 초등학교 2학년 때 달리기 시합에서 뛰다가 모래밭에 제대로 슬라이딩해서 온몸에 피를 철철 흘려 양호실에 끌려간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과연 달리기 시합에 나온 걸 땅을 치며 후회했을까?

난 그때 아픈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상처가 빨리 아물길 바랐고 다음 시합에선 안 넘어지고 잘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린 언제부터 저 어린 초등학생보다 더한 쫄보가 되었을까.

어른이 돼서는 생채기 한번 안 내고 손해 1도 안 보고 언제나 최선최고의 선택만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고 있다. 나도 그렇고 모두 그럴 것이다.


근데 정작 그런 삶을 살면 재미 드럽게 없을 거다. 잘 안 될 수도 있고, 잘 될 수도 있으니까 흥미진진한 거 아니겠는가.


털고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만신창이 여러 번 되어봤고, 마음이 여러 번 꺾이기도 했고 지금도 좀 그지같지만(...) 나에겐 나를 일으켜 세워줄 아주 소중한 뒷배인 친구들이 있어서 다시 뛸 용기를 얻는다.


그러니 일단 해보고 잘 안되면, 상처가 아물 때까지 좀 쉬고 다시 가면 된다.

다만 모두가 각자의 안전바쯤은 하나씩 꼭 갖고서 뛰자.



Photo by Josh G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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