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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Jan 16. 2024

여권사진


며칠 전, 온 가족이 여권 사진을 찍으러 갔다.

긴 코로나 기간 동안 해외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덕에 여권 갱신 기간마저 놓쳐 버렸다.

여권을 새로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오랜만에 출동한 사진관은 그새 비용이 많이도 올라있었다.

세 식구 여권에 사진 한 장 붙이려고 6만 원을 쓰고 가성비 떨어지는 사진 속 내 얼굴에 한숨이 나왔다.

너무하네… 비싸게 주고 찍은 사진 속 내 모습은 내가 거울로 보는 나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생겼어??? 내가 이렇게 넙데데하게 생겼어? “

사진을 보고 잔뜩 성이 나서 남편에게 물었다.

운전 중이던 남편은 내 얼굴을 잠깐 쳐다보고는 곧바로 “없는 게 나오지는 않았겠지.”라고 대답했다.

남편의 도움 안 되는 대답에 코평수가 넓어지면서 콧바람이 씩씩 나왔다.

“진짜?! 진짜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뒷자리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가 그런 엄마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엄마, 나도 못생기게 나왔어~ 엄마 실물보다 못 나오긴 했다.”라며 위로해 주었다.

크게 위안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여권 사진 볼 일이 얼마나 있겠냐며 우울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여권을 발급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몰아쳐 가까운 일본에 여행을 다녀왔다.

두 나라를 오가며 입국과 출국 심사대에서 여권 사진과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확인하는 공항 직원들을 향해 어색한 옅은 미소를 띠었다. 

'어, 그래. 그 사진 속 넙데데한 여자가 나야.'

'정말? 정말 이게 너라고??'라고 의심하는 이 하나 없이 심사는 너무도 순조로웠다.

그래도 그중 누구라도 '사진이 정말 못 나왔군.'이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 한 명쯤 있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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