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아일랜드는 밤 11시 되어야지 해가 저무는데,
지금은 6시가 되면 어느덧 어둑어둑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오후 4시에 어둠이 드리워진다고 말한다.
밤이 낮보다 길어지는 매일의 연속성은 낮과 밤의 온도차를 높이고 덕분에 난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가습기를 구매하러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구할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늘 비가 내리는 아일랜드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각성했다.
친한 친구는 내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늘 다음의 두 가지를 말한다.
“너는 도대체 모가 힘드니?”와 “네가 뭘 알아?”가 그것이다.
눈뜨고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영어에 대한 질식과 폐쇄공포증을 느껴보지 못한 친구의 첫 번째 이야기는 동의할 수 없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인정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가 말했고, Game of thrones(왕좌의 게임) 주인공 John Snow(존스노우)가 많이 듣는 이야기 역시 “You know nothing, John snow”(네가 뭘 알아? 존스노우)이다.
지난주 아일랜드에서 문화생활을 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마치자마자,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고 더 많은 공연을 예약하게 되었다.
제법 안다고 생각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렸는데, 역시 내가 아는 건 ‘the tip of an iceberg’(빙산의 일각)이었다. 지난 번 못다 한 이야기와 꿀팁이 있어서 이번 주 이야기를 더 이어가고자 한다.
수요일 Dublin 3 arena에서 Muse 콘서트가 있어서 다녀왔다. 춥고 허전한 아일랜드에서 한가위 명절을 보내는 아린 마음을 Superband 공연을 통해 잘 승화시켰다.
아프고 고생하면서 서운했던 내면의 허전함을 채우고, 함께하는 열기를 통해 이들과 하나가 된 느낌을 체험했다. 지난 회에서 아일랜드 콘서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이번엔 느긋한 마음으로 공연 전 10분 전에 도착하는 마음으로 갔지만, 그 10분 마저도 밖에서 기다렸다.
다시 말하자면 티켓에 6시 30분으로 적혀 있으면 6시 30분이 입장시간이란 이야기다(콘서트에 한해서만).
뮤지컬은 티켓에 적혀있는 시간이 공연시간이다.
이번 공연엔 특별히 좌석으로 구매했다.
(3 arena는 1층은 스탠딩이고 2,3층이 좌석이다)
야외스탠딩에 육체와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던지라, 좌석으로 예매했는데 너무 좋았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아주 작은 나만의 스페이스가 있다는 공간감과 맥주를 거치할 컵홀더가 있다는 소소한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앞자리가 4로 바뀐 현재는 더 이상 내 피지컬이 순수하게 공연에 집중하고 즐기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다 또 앞자리가 바뀌는 그 언제가 되어선 디너쇼를 선호하겠지란 생각도 들었다.
스탠딩석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포기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더라도 좌석에 앉아 공연을 함께 하는 이 순간에 만족했다. 지금 내가 여기 공연장에 있다는 것에 의미 부여하는 합리화 과정을 하면서, 신체적 나이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아일랜드에 와서 다른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하게 될 때면 내 머릿속엔 동사를 고르고 연결구를 어떻게 채울지가 언제나 준비중이었다.
그 잠깐 멈칫하는 1~2초 사이 앞에서 답답해하는 상대방의 눈과 비언어적인 요소는 충분히 내게 전달되었고,
그걸 채워줄 수 없는 답답함과 자괴감이 지속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버티는 자가 승자란 말이 있듯이” 시간은 조금씩 그 시간을 단축시켜 주었고, 그래도 이제는 상대방의 말이 들리기에 콘서트 좌석은 나 혼자만의 외딴섬이 아니라
그들의 옆 자리에서 함께 들이마시는 공기와 내뿜는 이야기의 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다 함께한 슈퍼밴드인 ‘Muse’의 공연은 이들과 남은 벽마저 허물게 되는 체험을 가져다주었다.
어쩔 수 없는 언어의 장벽이 존재한다.
음악은 그 경계를 허물고 타인과 타인이
공감할 있는 공통의 분모를 제공한다.
시대마저도 뛰어넘는 예술의 힘을 리스펙 하기에 내 통장 잔고는 비어가지만, 진리를 향한 목마름은 언제나 현실성을 넘어가기 마련이다.
지난주 브런치에 글을 올린 이후에 무려 콘서트 4회와 뮤지컬 2회 오페라 1회를 더 예매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론 ‘Muse’, ‘The Doors’, ‘’Simon&Garfunkel, ‘Carpenters’의 Tribute콘서트와 겨울에 개봉을 앞둔 ‘윙카’를 기념해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록키호러쇼 그리고 ’Opera La boheme‘이다.
더블린은 정말 문화생활 하기에 최적의 도시이다.
콘서트와 뮤지컬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풀자면,그 중심엔 UK(영국)과 함께하는 파급력과 경제성이 동반된다.
예를 들어, 유명 가수가 전국투어 콘서트를 한다고 했을 때, 지방공연을 돌고 마지막에 서울공연을 피날레로장식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래서 더블린은 거의 첫 번째로 이들이 공연을 선보이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장소이기에, 이 공연이 끝나면 그들은 영국으로 향한다.
내가 지난주 예매했던 모든 콘서트가 여기 더블린을 거치고 영국으로 향하니 어느 순간 이 지도가 그려지게 되었다. 덕분에 이 혜택을 아일랜드 사람들은 누리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브로드웨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순회공연을 아일랜드로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2024년 표를 예매할 수도 있다.
뮤지컬의 경우는 지난 회에 이야기했다시피, 가격경쟁력 면에서 압도적이다. Original Broadway Musical의 가장 좋은 좌석이 10만 원을 넘어서지 않는다.
물론 New York의 경우는 VIP Ticket Price가 80만 원을 넘어선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일랜드와 비교했을 때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격은 좀 지나치다는느낌이 종종 든다.
끝으로 더블린에서 공연예매를 하는 분들을 위한 꿀팁을 방출하면, 예매는 Ticketmaster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Main화면에 뜨는 공연만 보지 마시고, 검색란에 극장 키워드를 입력하면 좋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으면 검색란에 Bord Gáis Energy Theatre를 입력하고, 콘서트를 좋아하면 3arena를 입력하고, 연극에 관심이 있으면 gaiety theatre를 입력해서 예매하면 된다.
그동안 이 걸 몰라서 좋은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수 없이 놓쳤기에,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리고 바로 예매하지 말고, 작품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Carmen 공연의 경우 오페라를 생각하기 쉬운데 3arena에서 준비 중인 카르멘은 발레 공연이었다.
비록 송편과 명절음식은 못 먹지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더블린에 잠시 지내는 것에 감사하며이 글을 함께하는 모든 분들께 명절 인사 올립니다.
올 한 해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결실을 맺어가는 가을의 정취 안에서 남은 명절시간도 뜻깊고 유의미한 시간들로 점철되길 바라며 멀리서 여러분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