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ua - Ryuichi Sakamoto
언젠가 글을 쓴다면 이 이야기를 꼭 적어내기로 다짐했었다.
너무 뻔한 질문이지만, 첫사랑은 왜 이루어지지 못할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지 못해서 그동안 이 이야기에 대해 적는걸 망설였었다.
그러다가 최근들어서야 문득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첫사랑은 서툴기에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첫사랑은 서툰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영원히 놓치는 상대방의 손을 바라만 보고 있던 것으로 끝이 났다.
첫사랑은 끝이 아니라 평생 가슴 한구석에서 작게 살아있는거라 한다.
사라지지 않아서 언젠가 다른 사랑을 만나도 늘 가장 해맑고 서툴렀던 그때의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영원히 흐릿하게 마음속에 남아 빛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살다보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 자신이 다치고 상처받는 것보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고 상처받는 것을 보는 것이 더 큰 고통임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내가 아픈건 내가 감내하면 되지만, 그저 옆에서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는 건 더 힘들더라. 근데 그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고통이 나로 인해서라면 그건 더 끔찍할 것이다. 이 마음을 알아가게 되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모진 말만 했던 그 사람이 결국은 모든 걸 자신이 혼자 스스로 감내하는 것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결말이 이미 나 있는 이야기를 시작하려한다.
모든 것은 지극히 어느 한사람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관점으로 쓰여진 추측이고, 망상일 수도. 하지만 결국은 시간이 흐른뒤에 조심스럽게 건네는 뒤늦은 이해일 것이다.
첫사랑은 왜 이루어지지 못하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첫사랑은 그 마음이 너무 커서 그 당시에는 품을 수 없던 것이었고, 동시에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어도 중력이 아주 강한 곳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듯 다른 속도로 사랑을 느끼고, 다르게 아파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랜시간이 지나고 뒤늦게 상대방의 두려움, 방어, 사랑의 방식까지 이해했을때야 비로소 나는 첫사랑과 같은 시간대에 도달한 것이었다. 우리는 결국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 같은 마음으로 만나는 날까지 계속해서 시간여행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답변과 앞으로 적어나가게 될 이야기가 '첫사랑은 왜 이루어지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나처럼 마음아파하고, 그 답을 찾아 시간여행을 하며 헤매고 있을 것 같은 이들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