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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대로되는사람 Apr 18. 2022

꿈대로 되는 엄마와 아이

미리 써본 프롤로그

 내 아이의 등원 길, 등굣길 들꽃들은 몇 년간 엄마인 나의 눈물로 키워졌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늦된 아이 키우며 호되게 마음고생 좀 했던 엄마다. 정말 뜻하지 않게 늦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사실 ‘육아’라는 롤러코스터, 그 악명 높은 기구에 오르면서 어떤 준비도 없었다. 더욱이 워킹맘으로 살면서 늦된 아이를 키우려니 그 놀이기구는 어지럽고 좌우 분간이 안되어 제대로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조차 버겁게 했다. 오로지 아이를 안고 떨어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젖 먹던 힘을 다해 매달렸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죽을 만큼 힘들고, 겁도 났던 시간들 속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깨닫게 된 것들이 있었다. 바로 엄마 자신을 잃으면 안 된다는 사실. 그때부터 엄마 자신의 삶을 잃지 않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읽고, 기록하며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엄마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는 언제나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이의 삶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던 엄마가 자신의 삶에 몰입하는 훈련을 통해 이제 서로의 세상을 함께 넓혀가고 있음을.    


 늦된 아이를 키우며 늘 채워지지 않는 무엇 때문에 부족한 엄마라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내 눈에는 영재에 가까운 뛰어난 아이들로만 보였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평범하지 않은 늦된 아이를 키우면서 겪어냈던 아픔과 주변의 시선은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딱히 장애가 아니기에 사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서 늦된 아이는 오로지 부모가 감당해야 될 몫이 된다. 나는 아이의 언어발달이 느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더 늦기 전에 내 딸아이에게 엄마로서 어떻게 책임과 최선을 다할 것인지 수없이 다짐하고 어떤 결정들을 해야 했다. 엄마도 처음이고, 육아도 처음이고,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매번 무너지고, 주저앉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일 또한 스스로 감당해야 될 몫이었다. 내 딸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이 내게 두 번째 경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럴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조금 덜 실수하는 엄마가 되었을 텐데 하면서...     


 어찌 됐든 아이를 위해 나는 한동안 삶의 전부를 갈아 넣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은 더욱 커졌고,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부족한 엄마라는 기분, 미안한 엄마라는 죄책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아이의 성장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는 답답한 마음, 억울한 마음이 교차하며 힘들었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했다. 나와 내 아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 했다. 내가 ‘누구 엄마요’하고 아이를 자랑삼아 목에 걸고 다닐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아이와 내 삶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기쁜 마음보다 더 크게 안고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런 의문이 던져지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내 아이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내 아이를 향한 진짜 가슴속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내 아이는 느린 아이, 느린 아이는 잠재력이 큰 아이’, ‘내 아이는 그릇이 큰 아이, 그래서 채울 것이 많아 넘치는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 ‘내 아이는 꿈대로 되는 아이, 그 꿈의 크기가 큰 아이’... 이런 울림들이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엄마로서 살아갈 새 힘을 얻게 되었다. ‘늦된 아이도 반드시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3년의 시간을 견뎌보니 결국 아이도, 엄마도 훌쩍 자라 있었다. 결국 엄마의 시선이 바뀌고, 엄마의 세상이 넓어지면 아이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순간, 엄마는 진짜 내 아이만을 위한 육아로 아이와 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평범한 ‘어른 여자’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삶을 아주 심하게 덜컹거리게 하는 ‘육아’라는 롤러코스터, 그 악명 높은 놀이기구에 겁도 없이 올라타 ‘엄마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짜릿함에 놀라 엄청 겁을 먹고 이제 잠시 내려왔다. 그동안 너무 꽉 붙들고 있었던 탓에 온몸의 근육이 굳어있다. 너무 힘들고 어지러워서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야 했다. 한번 이렇게 게워내고 나니 오히려 개운해진다. 이젠 제대로 즐기기 위해 다시 올라타려 한다. 지난 몇 년간 두려워 고개도 들지 못했고,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면, 이번에는 세찬 바람을 맞을지라도 마음껏 고개도 들고, 신나게 비명도 지르고, 손도 높이 들어 흔들며 그 짜릿함을 즐겨보려고 한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매 순간이 고비였고, 한 고개, 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숨이 차올라 다음 고개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감사가 넘치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초보 엄마로 지지고 볶으며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노력 중이다. 그렇게 우리의 역사가 될 시간들을 소중히 만들어 볼 생각이다. 느린 아이로 인해 겪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육아의 시간 동안 많이 당황하지 않고, 외롭지 않고, 우울하지 않도록, 힘들어 주저앉아 울고 싶어질 때마다 ‘늦된 아이도 반드시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어코 발견해 내고 마는 엄마가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한동안 매일 좌절했던 엄마, 매일 아이의 얼굴 표정과 기분을 살피며 아주 가끔 안도했던 엄마, 그런 엄마가 미친 듯이 책을 읽으며 어린 자식과 보낸 시간들을 기록하면서 최선을 다해보려 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이 먼저 지쳐 평범한 일상이 그립고, 매일 낯설고 매서운 좌절 속에서 허우적대는 엄마들과 함께 하고 싶다. 이젠 ‘어른 여자’이면서 ‘엄마 여자’로도 멋지게 살아갈 엄마들을 힘껏 응원하는 마음이다. 나는 여전히 어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엄마와 아이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때마다 느껴졌던 감정들, 아이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전하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삶을 통해 아이의 거울이 되겠노라 약속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인 나의 육아는 그래서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채워갈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책들과 글쓰기는 늘 엄마의 육아시간에 힘이 될 것이다. 그것들을 거름 삼아 나는 아이에게 남길 가치 있는 유산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매일 아이에게 가치 있는 유산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읽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스스로를 돌보며,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그것이 얼마나 존경받을 일인지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서로 공감하고, 다독여주고, 응원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한결같이 아내의 꿈을 응원해주는 평생의 꿈 친구 남편, 잠든 딸아이의 숨소리조차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자상한 아빠, 그 사람도 아빠가 처음이기에 나만큼 힘들었을 텐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품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고맙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나의 소중한 보물 딸내미, 건강하게 예쁘게 엄마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너의 최고의 성장임을 알게 해 줘서 고맙고, 엄마로 살아갈 기회를 주어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기도로 응원하며 바쁜 언니를 도와 육아를 기꺼이 함께 해준 동생 가족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실 때마다 애써주시는 친정엄마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순간에, 내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마다 하나님은 늘 나와 함께 하셨다. 짧지만 간절했던 기도에 응답하시며 항상 결과를 책임져 주셨던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으로 받게 될 영광이 있다면 모두 하나님께 돌린다.  

  

2022년 3월, 꿈대로 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송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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