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

갓 스무 살을 앞두었던 어린 시절의 나.

by 서내

고등학교 3학년의 나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수능이 끝나면 알바를 알아볼 거야."

"수능만 끝나봐라."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렇게 수능이 끝났고, 나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다녔다.


카페, 아이스크림가게, 식당서빙 등


이제 막 수능이 끝나서 수능성적표도 받지 못한 나에게 바로 일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없었다.

고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대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길어봐야 두세 달 일할 애송이에게 선뜻 자리를 내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 고급 중식당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두둥!

이곳은 동네에서 유명한 고급중식레스토랑에 속하는 곳으로 서빙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뽑고 있었다.

친구를 꼬셔서 함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높은 천장과 붉은색, 황금색의 장식구들이 '나 고급 레스토랑이야'라고 소리쳤다.

처음 보는 면접에 긴장된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다른 알바고용주들은 1:1로 면접을 봤는데 여기서는 10명이 넘는 인원을 단체 방에서 한 번에 동시에 면접을 봤다. 알바를 보러 온 이들은 모두 이제야 수능을 끝내고 사회에 대한 호기심에 꽉 차 있는 근처 고등학교의 동갑내기들이었다.


둥그런 얼굴에 퉁퉁한 몸뚱이를 정장에 끼어 넣은 지점장님이 직접 단체 면접을 시작했다.


"부모 동의는 받았지?"

"집은 어디?"


결과만 말하자면, 나는 친구와 함께 합격했다.

치파오를 입고 서빙을 하는 식당이었다.

치파오는 계획에 없던 것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듯 '여기는 이렇게 진행하는 곳이구나'하고 순순히 따랐다.

사회생활의 첫 시작인 느낌으로 설레며 서빙교육을 받았다. 한 손으로 쟁반을 들고 음식을 날라야 했고 보이차를 따르는 교육을 받았다.

옅어진 기억이지만, 일주일은 교육기간이고 실제 업무 수행은 그다음 주였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께 들켰다.

사실 나는 몰래 알바를 했던 것이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를 하라는 주의의 부모님은 나의 아르바이트를 결사 반대하셨다.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딸내미 힘든 일 시키고 싶지 않았던 어버이의 마음이었으리라.)

결국 담당관리자분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고대하던 나의 아르바이트.

나의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대학교를 입학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에 전념했다.

그때 남자친구가 말했다.


"임용고시에는 수업시연도 있으니까 학원 알바를 해보는 건 어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 말이 이렇게 내 앞 날을 결정짓게 될 줄은.


학원알바를 하면 임용고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대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길가에 보이는 교차로를 집으로 가져와서, 집 근처 학원 아르바이트 구직란을 들여다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과 수업시연을 보았고, 규모가 크지 않은 학원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사교육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역시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었다.

거기에 아르바이트비라는 명목으로 페이도 받게 되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원장선생님께서 나를 좋게 보셨는지 개인적으로 과외도 연결해 주셔서 학원수업과는 별도로 과외도 시작하게 되었다.


수업에 자신감이 붙으니 직접 과외도 구해서 더 많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아빠의 반응은 어땠냐고?

"아르바이트는 안돼!" 하시던 아빠도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니 별말씀이 없으셨다.

표면적으로는 임용고시를 위해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교육에 종사한 지 한 해, 두 해 수업이 계속될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임용보다는 사교육 시장에 마음이 기울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돈을 벌기 위한 조금 더 쉬운 루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임용고시해서 학교로 가는 방법 말고도 이렇게 학원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쳐서 돈을 벌 수도 있는데? 하는 미성숙했던 어린 나의..



당시 내가 주변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조언을 구했더라면,

정말 마음잡고 임용공부를 했더라면 현재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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