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글쓰기>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가끔씩 "이런 거 안 먹을 거 같은데 잘 먹네" 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한 번은 나보고 딸기우유만 먹을 것 같다는 말을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무튼 들어본 적도 있다. 딸기 우유도 좋아하지만, 보기와 달리(?) 나의 입맛은 허영만 아저씨의 백반기행에 가깝다.
살코기보다 내장을 더 좋아하고, 얌전한 설렁탕보다 소머리 국밥이 더 맛있고, 함경도식 아바이 순대는 나의 최애 메뉴 중 하나이다. 내 친구들이 잘 못 먹는 닭발은 엄마가 맛있게 볶아주셔서 꼬맹이 시절부터 잘 잡고 뜯었다.
육지가 고향인 나는 회는 스무 살에 처음 먹어봤는데 회는 처음부터 잘 먹었고, 처음부터 맛있었다.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육회는 마트에 소 잡는 날에 잘 맞추어가면 살 수 있는데, 엄마가 직접 만든 찰보리 고추장에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그리고 달달한 배를 채 썬 것도 함께 넣어 무쳐주시면, 입에 짝짝 달라붙어서 혼자서 한 접시 다 먹는다.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하는 예민한 사람이어서 가리는 음식이 많을 것 같은데, 실상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맛의 기대치가 보통의 혀보다는 높은 편이라 아무거나 맛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못 먹는 음식은 거의 없다. 언젠가 그런 나보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도 삭힌 홍어는 못 먹을걸? 그때까지 삭힌 홍어는 안 먹어 봐서 정확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그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이모가 바닷가 시댁에 갔다가 올라오시는 길에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잔뜩 가져다주셨다. 그중에 삭힌 홍어도 있었다. 나보고 안 좋아할 거라고 접시를 어른들(?) 쪽에 놓으셨다. 그런데 웬걸. 내가 젤 많이 먹었다. 내가 처음 먹어 본 삭힌 홍어는 까망베르 치즈맛이 났다. 별거 아니었다. 별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