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글쓰기>
이쁜이 밥 주고 얘기 나누다 들어왔다. 오늘이 보름인가?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양말을 신고 나가지 않아서 추울까 했는데 하나도 춥지 않았다. 비가 오고 나서 오늘은 봄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포근한 하루였다.
이쁜이는 배가 많이 고팠던지 유난히 꼬리를 아주 빨리 흔들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이쁜이는 밥을 먹는 동안 '그릉그릉' 뭔가 맛있다는 뉘앙스의 소리도 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내가 등을 쓰다듬어 주면 먹는 걸 잠시 멈추고 가만히 있는다. 왜 내가 만지고 있으면 못 먹는 걸까? 나를 생각해서 잠시 멈추는 걸까? 내가 알면 좋을 텐데. 나한텐 신기한 일이지만 이쁜이한테는 어떨지 모르니 밥 먹을 땐 만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쁜이랑 있으면 내 마음이 고와진다. 이쁜이에게는 고운 말만, 좋은 말만 하게 된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쁜이 사랑해'인데,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한다는 말을 아마 이쁜이에게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이쁜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이쁜이도 듣고 나도 듣는다. 이쁜이 덕분에 나 또한,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있다.
이렇게 달빛 아래 이쁜이 옆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정말 이쁜이랑 얘기하는 장면을 간절히 꿈꾸게 된다. 내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쁜이의 말을 듣고 싶다. 이쁜이의 생각이 궁금하다.
네가 무얼 원하는지. 왜 용감한 네가 물 앞에서는 꼼짝을 못 하는지. 야옹이가 왜 싫은지. 무얼 먹을 때 가장 좋은지. 어떤 때 가장 행복한지. 우리랑 있는 게 좋은지 밖에 나가서 돌아댕기는 게 좋은지. 아무도 없을 땐 어떤 마음이 드는지. 발 위에 얼굴을 기대고 있을 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땅은 왜 파놓는 건지. 밥그릇에 오줌은 왜 싸는 건지. 날마다 꼬리 흔드는 거 힘들지는 않은지.
그리고....너도 내가 좋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