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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Apr 15. 2024

루베와 덩케르크, 릴에서 1시간 이내의 가볼 만한 곳

루베 라 피신(la piscine) & 다이나모 작전의 덩케르크

프랑스 릴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경험했던 프랑스의 마지막 글이다! 내가 가보고 느낀 프랑스에 대해서는 모두 적고 싶었는데 못 적고 있었던 루베와 덩케르크를 한 번에 적기로 했다. 둘의 공통점은 여행 같지 않은 여행이었다는 것인데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릴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루베와 덩케르크는 사실 꼭 가봐야만 하는 여행지!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릴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람이 1시간 이내의 가볼 만한 곳을 찾고 있다면 둘은 가볍게 기분 전환하기에 괜찮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루베 (Roubaix)

릴에서 메트로로 1시간 이내

처음 루베에 간 것은 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루베에 큰 아시안 마트 '파리스토어'가 있다고 해서 한국인 친구들과 대만 친구 H와 함께 다녀왔다. 확실히 릴에 있는 작은 아시안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처음 왔을 때는 뒤에 나오는 수영장 미술관도 같이 갔지만 나중에 루베에 올 때는 '파리스토어'만 들르고 바로 다시 릴로 돌아왔다.


대만 친구가 버블티를 해주겠다며 대만 버블을 사기도 했고, 외국인 친구들에게 빼빼로 데이를 챙겨주려고 빼빼로를 사고, 또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는 약속을 잡았을 때 재료를 사러 오는 등 하나의 마트일 뿐이지만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처음 루베에 왔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다. 루베는 위험하다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라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처음엔 걸을 때 누구를 마주치면 왠지 긴장이 됐다. 처음에 왔을 땐 친구들이랑 꼭 붙어 다녔는데 몇 번 오다 보니 그래도 조금 괜찮아지긴 했다.


파리스토어에 갔다가 수영장 미술관을 가기 전에 Monsieur M - Roubaix라는 카페에 들러 음료를 마셨다. 분위기가 편안하고 창도 커서 루베에 온다면 추천할 만한 곳!



루베 수영장 미술관 la piscine (라 피신)

조금 어둑어둑 해질 즈음 마지막 코스로 수영장 미술관에 왔다. 짐도 들고 있는데 이곳에 마지막에 온 이유는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Every Friday, free admission from 6:00 pm to 8:00 pm.라고 적혀 있는데 그래도 방문 전에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루베에 온 가장 큰 목적이 수영장 미술관이었는데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나에게 엄청 큰 의미를 준 영화는 아니지만 일단 근처에 영화 촬영지가 있고, 또 이 미술관이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직접 보니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내가 꼭 와보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곳이다! 이 미술관은 수영장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있고, 사진과 같이 물이 가운데에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수영장을 개조해서 만든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원래의 수영장은 루베의 노동자들이 일이 끝나면 샤워를 하던 곳이었다. 다만 1970년대가 지나면서 섬유 산업이 쇠퇴하였고 동시에 황폐해진 수영장을 미술관으로 변형시킨 곳이다.


따라서 작품 말고도 미술관 자체의 모습에 대해 구경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첫째로는 수영장 미술관의 모형도 전시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건축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로는 수영장에 계속 소리가 나왔다. 미술관 공식 웹사이트에도 나와 있는데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연상시키는 음악을 제작하여 청각적 감각을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청각적 경험까지 신경 썼다는 게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진짜 수영장의 형상이 남아 있는 곳도 부분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은 평일 저녁 6시 이후여서 사람들이 많이 없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분은 서서 조각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분이었는데 왠지 괜히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당시에 프랑스어를 하지 못했지만 그림을 가리키며 Très bien!이라고 말을 걸었다. 짧은 대화 후에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았고 그분이 그리시던 그림을 사진으로 찍었다. 후에 수영장 미술관에서의 문화적 경험을 작성하는 팀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때 이 분과의 만남을 적어서 냈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북부의 Hauts-de-France는 직물(textile)이 유명했던 지역이다. 그래서 라 피신에도 과거의 직물과 옷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어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리고 메인 홀의 조각 말고도 그림도 많았는데 특히 나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달리고 있는 자전거의 속도감을 그림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점, 그리고 계속해서 자전거라는 소재를 그렸다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때 루베에 꼭 다시 와서 위에서 만난 분처럼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진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의 la piscine 정말 따뜻하고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다.




덩케르크 (Dunkirk)

릴에서 기차로 1시간 이내

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가까운 곳부터 여행을 다녔는데 9월에 다녀온 곳 중에 덩케르크도 있다. TGV MAX는 구매하지 않았고, 꺅트 쥰느만 구매하였는데 꺅트 쥰느 가격으로 하니 왕복 4유로에 덩케르크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래서 H랑 다녀왔다.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덩케르크에 가고 싶어! 하면 정말 모두 '도대체 할 거 없는 거길 왜 가?'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나는 해리 스타일스가 나온 영화 <덩케르크>의 촬영지이자 역사적 지역인 덩케르크에 가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릴을 선택한 것도 있다. 그래서 '해리 스타일스를 좋아해서 가보고 싶어.'라고 말하면 다들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도 재밌다.


덩케르크 역에서 내려 들어가는 동안 동상을 꽤 많이 봤다. 이런 동상들이 왠지 여기가 항구 도시임을 실감케 했다.


벼룩시장 같은 게 하고 있어서 걸으면서 시장도 보고, 해안가 쪽으로 걸었다. 걷는 길에 주택이 즐비한 주택가를 지나쳤는데 너무 평화로워서 좋았다.


덩케르크 바다에 도착했다. 번역기를 사용하니 덩케르크 전투에서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기리는 내용이었다.


이 모습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가 떠올랐다.


9월인데도 바람이 정말 세찼다. 북쪽의 바다여서 그럴까 파도가 엄청 세찼다. 연을 날리고 있던 가족들이 있었다. 또 바람이 불어서 바닥에 모래 바람이 불었는데 영화 <Dune> 같다고 느꼈다.


프랑스어 표기는 Dunkerque

영-프 연합군 40만 명이 독일군에게 에워싸인 채로 갇혀 있었던 곳이고, 민간인 소유의 배들까지 끌어모아 병사들을 영국으로 탈출시킨 덩케르크에 와볼 수 있었다. 세계 제2차 대전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있었던 곳이자 그 내용을 담은 영화 <덩케르크>의 촬영지에서 한 컷!

 

바닷바람을 한참 맞고 걷다가 발견한 베이커리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타르트를 먹었다. 기숙사에서 기다릴 친구들을 위해 타르트 하나를 더 사서 포장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기숙사에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다 같이 나눠 먹었다.


그리고 덩케르크 박물관에 갔다. 박물관 초입에는 영화 <덩케르크> 촬영 비하인드 사진도 남아 있었다.


당시 군인들이 사용한 물건들이 남아 있어 둘러볼 수 있었고, 배지나 옷도 남아 있었다. 세 번째 사진은 '다이나모 작전'을 통해 일자 별로 철수한 군인들의 수를 담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덩케르크 해변의 모래를 담은 키링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었다. 귀엽지만 사지는 않았다.


항구 도시여서 바람이 많이 불기도 했고, 덩케르크 바다와 덩케르크 박물관을 제외하면 확실히 구경하게 많은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쇼핑몰에 들어가서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일부 때웠다.


마지막에는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었다. 덩케르크에서 먹은 이 베트남식 비빔국수인 분보가 너무 맛있었다. 분보라는 음식을 처음 알게 된 계기였다.


오늘 글을 통해서 릴에서 기차나 메트로로 갈 수 있는 1시간 이내의 가까운 곳 두 곳을 소개해봤다. 루베와 덩케르크 모두 그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루베는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그리고 덩케르크는 영화 <덩케르크>의 촬영지로 소개했는데 가보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고 다녀오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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