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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삐 Nov 18. 2021

레몬이와 주먹이

1. 토성 유기충 센터

 알 수 없는 넓이감과 어두움에 깊이 빠져 무서움이 느껴지는 곳. 그 가운데 다양한 색으로 빛을 내주는 별이 있기에 무서움이 아름다움으로 변하는 신기한 이곳은 바로 우주이다. 그 광활함 위를 부초같이 둥둥 날아다니는 돌이 있었으니 바로 우석이다. 이전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수수한 모습으로 변한 우석. 그의 손에는 버킷리스트가 있었는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여 큰 것까지 50개는 족히 넘어갔다. 그의 첫번째 리스트는 바로 ‘토성 유기충센터에서 봉사하기’였다. 우주에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돌들과 함께 사는 반려생물들이 있는데 그들은 주로 벌레들이다(앞이 보이지 않는 돌을 안내해주는 안내벌레, 사냥을 함께하는 사냥벌레등 다양한 벌레들이 있다). 우석이는 어렸을 적부터 벌레를 사랑했다. 벌레들을 보면 지켜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어했던 그는 벌레훈련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기업을 물려받을 것이 그에게는 숙명처럼 와닿았기에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유기충 센터에 가서 봉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매순간을 초단위로 사는 그에게는 힘든일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시간이 주어졌고 하고 싶은 것을 순서대로 적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유기충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었다.

 토성은 헬륨이 많고 차가운 행성으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우주벌레들은 헬륨을 먹고 살기에 토성에 큰 유기충 센터가 설립되어있다. 그곳에는 해왕성에서 발견된 벌레, 목성에서 발견된 벌레등 다양한 출신의 벌레들이 있었고 돌들은 그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이곳 유기충 센터에서 봉사하려면 반드시 ‘우주벌레 양육법’과 ‘우주벌레 언어’ 과목을 한달간 공부를 하고 시험을 통과해야만 봉사단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지구벌레들과 달리 우주벌레들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 과정들을 필수로 이수하여야한다). 유기충을 입양하려면 봉사자와 마찬가지로 필수과목을 공부하고 한달간 센터에서 입양 예정인 벌레를 돌보며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유기충 대부분이 돌들에게 받은 상처가 있기에 이 과정은 꼭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면 누가 입양을 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주돌들은 이 과정을 당연시 생각하며 책임감을 배운다. 우석이 역시 이 과정을 이수하며 봉사원으로 선발되어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바로 유기충을 구조해오는 것이었다. 각자 정해진 구역에서 발견되는 유기충들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이 그의 업무였던 것이다. 우석이는 조장과 함께 해왕성 구역을 배치받았다. 해왕성은 주로 튼튼하고 운동신경이 좋은 돌들이 파견가는 곳인데 그 이유는 바로 풍속 때문이다.  그곳의 풍속은 600ms-1에 달하는 속도로 매우 빠르다. 그 때문에 이쪽으로 잘못 흘러오게 된 많은 벌레들과 돌들이 바람에 의해 집을 잃기도 한다. 특히 행성에 사는 것이 아닌 우주에 동동 떠다니는 집에 사는 많은 벌레들이 유기충이 되어 토성으로 오곤 하는데 해왕성팀원들은 이곳에 그런 벌레들이 없는지 꼼꼼히 주변을 살펴야했다. 조장과 우석이는 집중하여 주위를 둘어보는데 어디선가 노랑색과 초록색 점이 계속하여 비명소리가 함께 흔들렸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우석이는 본능적으로 우주벌레라고 생각했고 조금만 더 늦으면 벌레들을 영영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바람에 몸을 맡겨 그들에게로 날아갔다.

 예상대로 그들은 벌레들이었고 우석이는 바람 때문에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을 생각하여 아주 큰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이 안으로 힘을 빼지 말고 재빨리 들어가세요!”

“우석씨! 지금 벌레들 데리고 빨리 와야해요! 아니면 흑점으로 빨려들어가게 될거에요! 밧줄을 줄테니 그걸로 몸을 감아요!”

“ 네! 감사합니다, 조장님!”

 벌레들은 힘겹게 케비넷에 몸을 넣고 케비넷 문을 닫았다. 그들이 안전해진 것을 확인한 우석이는 조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해왕성을 빠져나왔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노란벌레와 초록색 벌레는 기절해있었고 우석이와 조장은 응급처치를 하며 센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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