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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삐 Sep 28. 2023

돌의 구멍

Part2. 별똥별이 준 깨달음

 쿵! 소원을 빌기 무섭게 놀이터 뒤의 연밭에서 큰 소리가 났고 큰 빛이 일어났다. 미끄럼틀에서 자고 있던 삼색 고양이는 큰 소리에 놀라 깼다. 나는 그의 등에 올라타 함께 연밭으로 갔다. 그곳엔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중심에는 검회색의 빛나는 동그란 돌이 있었다. 사람들이 보면 이 돌을 신비의 돌로 생각하고 가만두지 않을게 뻔했기에 무서웠지만 비틀거리고 있는 그 돌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우리는 그 돌을 등에 싣고 함께 놀이터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뭇잎 위에 그를 눕혔고 새벽마다 열심히 모아둔 이슬을 한모금씩 먹였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검회색 돌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고 우린 그런 그를 진정시켰다.

"여긴 어디죠?! 저 죽은건 아니죠?"

"네, 다행이도 살아있어요. 여긴 평화아파트 놀이터에요. 혹여나 사람들이 당신을 해코지할까봐 우리가 여기로 얼른 데려왔어요."

"아, 네….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라면....여기 혹시 지구인가요?"

"그렇죠…? 혹시 우주에서 온거에요? 아까 별똥별들이 우수수 떨어지던데 혹시 당신인가요?"

"네. 제 이름은 우석이고 우주에서 왔어요. 예전에 잡지에서 보니 사람들이 지구에 떨어지는 저희 모습을 보고 별똥별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

"별똥별이 돌이라니....너무 신기해요! 그나저나 우석씨는 정말 제가 생각했던것처럼 너무 예쁘네요. 반짝반짝 빛나고 구멍도 없고....전 구멍이 엄청 커서 못생겼거든요. 우석씨처럼 매끈하고 예쁘고 싶은데 말이에요."

"네? 저도 구멍 엄청 많은데요? 안보이세요? 그리고 빛이 나는건 제가 지구로 떨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걸거에요. 곧 이 빛도 사라지겠죠."


 분명 우석이가 말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구멍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니 난 너무 놀랐다. 놀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우석이 역시 내가 구멍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까지는 전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각자의 구멍이 다른 돌멩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파란 바람이 거짓말을 속삭여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쁨에 차 서로의 구멍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때, 우석이의 구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놀라 숨을 멈춘채 바라봤다. 우석이는 그런 나의 반응이 익숙했는지 웃으며 이야기했다. 

"인사해요. 주먹이와 레몬이에요. 마음이 아프다보니 몸에 구멍이 생겨버린 전 치유하고자 여행을 떠났어요. 그때 해왕성의 바람에 휩쓸려서서 살던 집을 잃은 주먹이와 레몬이를 만났죠. 나는 흉하다고 생각했던 구멍을 주먹이와 레몬이에게 보여줬을 때, 그들은 안락한 집이라고 얘기해줬어요.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나한테는 흉하고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구멍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니까요. 어떤 돌이던 구멍은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보는 시선에 따라 구멍은 아름답게도, 흉하게 보일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 후 저는 레몬이와 주먹이를 입양하여 제 구멍에 담아 함께 여행을 떠났고 지금 여기, 지구까지 오게 되었네요. "


 우석이의 말을 들은 나는 나의 구멍 역시 내 눈에는 못나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석이처럼 이 구멍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어주고 싶었다. 우석이와의 대화가 끝나고 구멍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아침이 찾아왔다. 차가운 아침 바람이 내 구멍에 지나갔고 그 후엔 따뜻한 햇살 역시 구멍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구멍에 담으며 바람과 햇살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구멍이 나에게 있어 새로운 존재가 되었을 때, 별똥별에게 빌었던 소원은 결국 모두 이뤄졌다. 더이상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는 것을 안 파란 바람은 찾아오지 않았고 못났다고 생각한 나의 모습 역시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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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구멍,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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