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지원까지의 생각과 마음가짐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는 그 이유가 중요하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그에 맞는 목표가 생기고 그게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그냥 하고 싶어서'라도 그것을 짚고 넘어가는 게 생각 없이 저지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나는 교환학생을 왜 가야 하는가? 답은 단순했다. 이때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나눴던 대화가 있다. 그 나이에,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경험과 도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거다. 외국에 나가 공부하거나 그곳에서 살아보는 일은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환학생' 신분은 대학생일 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나는 연세대학교 동문회 장학생으로서 교환을 가면 한 학기 당 500만 원의 생활비 지원을 받는 게 가능했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한 번도 영어권 나라에 가본 적이 없다는 점과, 영어 사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한국에서 영어 실력으로 문제 될 만한 일은 없었지만 딱 그뿐이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영어와 관련된 나의 경험은 전부 간접적이었다는 거다. 이전까지 책, 영화, 드라마, 교과서 등에서만 접했던 영어는 현지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영어가 모국어인 이들의 생활은 어떠하지? 그곳 대학생 문화는 정말 하이틴 영화 같으려나? 가서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시원스레 풀 수 없는 물음들을 스스로 깨우칠 기회였다. 교환학생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과 효과적인 언어 학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길이나 다름없었다.
추가적으로 나는 현재 MLB의 프로야구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 김하성 선수의 오랜 팬인데, 해외로 나가면 그의 경기를 실제로 볼 기회를 만들기 용이하지 않을까 싶은 덕심도 작용했다.
교환을 가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했다. 학교에서 올려 준 교환학생 지원 가능 학교 목록을 보기 전에 나는 세 가지 기준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매겼다.
첫째, 영어권 나라일 것. '왜 가야 하는가?'에서 영어가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둘째, 토플 성적을 많이 보지 않는 학교일 것. 교환교가 명문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날씨가 좋고 현지 야구 경기를 보기에 용이한 지역일 것. 김하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학교 목록에 과거 교환학생을 다녀온 사람들의 파견보고서까지 참고하여 기준에 따라 학교 목록을 살펴보니 미국 학교 네 군데와 캐나다 학교 한 군데를 고를 수 있었다. 이 중 하나가 University of California(캘리포니아 대학교, 이하 UC)였는데, 학교 캠퍼스가 샌디에이고에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1순위로 결정하게 되었다.
교환학생 지원자는 6개월 파견과 1년 파견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두 선택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6개월 파견은 대부분이 '이제 적응될 만하니 돌아와야 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로 경험을 충분히 쌓기엔 부족하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교환학생 입장에서, 학점 관리와 졸업 계획 세우기가 용이하다.
반대로 1년 파견은 한국 생활을 떠나 있는 공백기가 길기 때문에 한국 복귀 이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훨씬 부담이 되는 선택지다. 그러나 교환교의 완전한 학사 일정, 그 나라의 사계절과 1년 동안의 명절 등을 전부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하다.
고민이 될 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교환학생을 왜 가야 하는가?' 단순하게 정리하면 문화적·언어적 경험을 위해서다. 경험적 측면에서 봤을 때 6개월 파견보다 1년 파견에 이점이 훨씬 많다. 여기에 나는 장학금으로 1년 파견이 주는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이왕 인생에 한 번 가는 교환학생, 제대로 보고 먹고 즐기고 느끼고 오겠다는 각오로 1년 파견을 선택했다.
왜, 어디로, 그리고 얼마나. 위와 같은 순서 대로 기준을 세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지원이 쉬웠다. 나는 UC에 1년 파견을 1순위로 지원했고, 무난한 토플 점수 덕분인지 큰 어려움 없이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