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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날이 Aug 02. 2022

FA 커뮤니티 실드와 쟁점들

리버풀-맨시티의 대결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빌드업"까지

FA 커뮤니티 실드는 리그 개막 전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과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이 펼치는 슈퍼컵 느낌의 대회이다. 커뮤니티 실드는 FA 공식 대회이기는 하지만 아직 리그가 개막하기 전의 경기이기도 하고 연장전도 존재하지 않는 단판전이기 때문에 리그컵이나 FA컵만큼의 권위는 없지만, 라이벌리가 강한 두 팀끼리 붙을 경우는 열기가 뜨거워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번 22-23 FA 커뮤니티 실드는 어느 시즌 못지않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단순히 리버풀 F.C.(이하 리버풀)과 라는 맨체스터 시티 F.C.(이하 맨시티)라는 빅클럽들 사이의 경기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두 팀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라이벌리, 다르윈 누녜스와 엘링 홀랑(홀란드)이라는 스트라이커의 영입 및 전술적 차이가 이 두 팀의 경기를 시즌을 시작하기 전 가장 뜨거운 경기로 만들었다. 3-1로 리버풀의 승리로 끝난 커뮤니티 실드를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경기전,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누어지는 분석은 각각 두 팀의 라이벌리, 두 팀 간의 경기의 흐름, 그리고 가장 뜨거웠던 대결: 누녜스와 홀란드라는 주제들을 통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실드를 통해서 벤투호의 빌드업 논쟁에 참여해보고자 한다. 



1. 전통적인 빅클럽 vs 신흥 제국: 리버풀 F.C.와 맨체스터 시티 F.C.

리버풀과 맨시티 사이의 라이벌리는 사실 잉글랜드 축구의 전통적인 라이벌리는 아니다. 리버풀은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러 참사 이전까지 붉은 제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축구 전통의 강팀이었고, 흔히 암흑기라고 불리는 시기에도 리그를 제외한 모든 컵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었던 클럽이다. 더구나 리버풀은 EPL 출범 이후 19-20 시즌 이전까지 리그 우승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18회의 리그 우승을 기록했을 만큼 잉글랜드의 전통적인 빅클럽이다. 반면, 맨시티는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이하 만수르) 이전에는 리그 우승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중하위권에 더욱 가까웠던 팀이다. 맨시티의 연고지인 맨체스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라는 EPL 출범 이후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이 존재하고 있었고, "Manchester Is Red"라는 표현은 맨유에 비하여 맨시티의 열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의 맨시티의 지위도 상징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수르의 인수 이후 공격적인 자본의 투입은 맨시티를 새로운 클럽으로 만들었다. 11-12 시즌 마지막 3:2의 역전승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순간, 또 하나의 거대 클럽의 등장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이 두 클럽의 라이벌리는 13-14 시즌 두 클럽 간의 우승 레이스가 있었지만, 사실상 유럽 축구계를 이끄는 두 명의 감독의 영입으로 인해 불붙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15-16 시즌 브랜든 로저스를 경질하고 게겐프레싱이라는 전술을 통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유럽을 뒤흔들었던 위르겐 클롭을 영입하며 암흑기를 벗어나 강팀이 되었고, 맨시티는 16-17 시즌을 시작하며 마누엘 폐예그리니 감독의 계약 종료 후 유럽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던 펩 과르디올라를 데려왔다. 이 두 감독의 등장으로 인해 리버풀과 맨시티는 EPL을 넘어서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강팀으로 거듭났고, 서로가 서로의 우승을 방해하는 유일한 라이벌과 같은 관계가 되었다. 클롭은 리버풀을 강팀으로 만들며 리버풀에서 들 수 있는 모든 우승컵을 들었고, 과르디올라는 챔피언스 리그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매 시즌 리버풀과 맨시티는 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우승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18-19 시즌 클롭의 리버풀이 97점의 리그 승점을 쌓았음에도, 과르디올라의 맨시티가 98점이라는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고, 21-22 시즌도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 경쟁을 한 결과 리버풀이 92점, 맨시티가 93점으로 다시 한번 맨시티의 승리로 이어졌다. 특히나 21-22 시즌 마지막 경기 맨시티가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리버풀 선수들이 역전골을 넣고 우승을 직감하다가 맨시티가 역전했다는 팬들의 말을 듣고 슬퍼하는 장면은 스포츠의 묘미를 보여주는 시즌 최고의 명장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팀 간의 라이벌리가 격화된 것은 단순히 이 두 감독들의 우승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맨시티는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첼시 F.C. 이후 아랍에미리트의 왕자 만수르의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며 빅클럽으로 거듭났다. 즉, 맨시티는 2010년대 이후의 최고의 클럽인 동시에 거대한 자본을 통해 빅클럽이 되었다는 이유로 기존의 축구팬들과 축구 클럽들에게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물론 리버풀도 펀웨이 스포츠 그룹(FSG)이라는 미국 자본이 들어왔지만, 리버풀과 맨시티의 구단주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리버풀의 구단주 FSG는 존 헨리라는 미국 스포츠 경영인이 소유한 스포츠 투자 그룹으로 막대한 자본을 통해 팀을 거대한 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철저한 수익 계산을 통해 손해 보는 장사를 지양한다. 반면, 맨시티는 다르다. 만수르는 막대한 자본을 통해 에티하드 스타디움 주변의 환경을 정리할 뿐 아니라 거대한 주급을 안겨주며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팀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맨시티는 잉글랜드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 등 다른 빅클럽만큼의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다. 21-22 우승 경쟁 중 과르디올라가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리버풀을 응원하는 것 같다"는 표현은 단순히 심리전을 넘어서 실제적인 대결구도이기도 하다. 즉, 전통 vs 자본의 대결구도이다. 이 대결구도는 현재의 빅클럽들이 21년 벌인 슈퍼리그 논쟁에서도 드러났다. 새로운 시스템, 즉 막대한 자본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시작된 슈퍼리그와 "축구"라는 스포츠의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는 유럽의 축구팬들 사이의 강렬했던 갈등은 축구가 동시대에 유일하게 전통과 자본 사이의 실제적인 대결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러한 구도 속에서 잉글랜드를 넘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리버풀과 맨시티의 라이벌리는 전통 혹은 낭만이라고 부를 만한 것과 자본이라고 부를 만한 것 사이의 대결이기도 하다. 


2. 경기의 흐름: 게겐 프레싱 vs 티키타카

위르겐 클롭을 상징하는 전술은 게겐 프레싱이다. 게겐 프레싱은 상대의 수비진에서부터의 전방 압박과 이를 통해 뺏은 공으로 재빠르게 역습하는 전술로, 다시 말해서 공격을 하다가 공을 빼앗기면 수비를 재정비하는 것이 아닌 공을 뺏긴 위치부터 강력한 압박을 통해 공을 재 탈취해 공간을 만들고 빠르게 공격을 이어나가는 전술이다. 이는 4-4-2 포메이션을 통해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 사이의 간격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며 효율적인 공격과 수비를 지향하는 사키이즘의 발전된 버전으로, 도르트문트에서 헤비메탈 축구라고도 불리며 엄청난 활동량으로 시종일관 상대 선수들을 괴롭히고 압박하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시종일관 압박하던 전술은 리그컵의 존재, 박싱데이 그리고 겨울 휴식기가 존재하지 않는 잉글랜드 리그의 특성상 시즌 내내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클롭은 이러한 배경에서 자신의 전술을 한 번 더 교정한다. 이는 경기장 전체에서의 압박보다는 콤팩트한 간격 유지를 통한 존 프레싱과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이다. 그러나 클롭의 빌드업은 결코 짧은 패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롱패스에 장점을 지니고 있는 골키퍼 알리송,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 풀백 알렉산더 아놀드, 앤디 로버트슨, 중원의 파비뉴, 조던 헨더슨, 티아고 등의 존재는 한쪽으로 상대의 수비를 끌어당기고 반대쪽으로 전환하거나, 한 번에 전방으로 볼을 투입하는 등 킥 앤 러시와 유사한 롱볼 사용하기도 한다. 클롭은 이 전술을 통해 유럽을 정복하고, 곧바로 잉글랜드까지 정복했다.

펩 과르디올라를 대표하는 전술은 티키타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과르디올라는 티키타카의 완성한 감독으로 불리지만, 티키타카라는 표현을 극도로 싫어한다.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강력한 압박과 콤팩트한 축구의 사키이즘과 짧은 패스 중심의 크루이프이즘의 조합을 통해 빠르게 공을 탈취해오고,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전술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라는 역대 최고의 선수와 중원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차비 에르난데스, 세르지오 부스케츠는 이러한 전술의 핵심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개인기와 드리블 그리고 정확한 패스가 가능한 선수들이었다. 과르디올라는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며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보다는 메시의 펄스 나인을 통해 바르셀로나의 전대회 우승을 이끌었으며, 이후 뮌헨에서의 분데스리가 제패, 그리고 맨시티에서의 EPL 지배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패스, 압박, 스피드, 득점력 등 수많은 능력들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어려운 난이도의 전술인 만큼 어느 정도 레벨의 선수들은 따라가기 어려운 전술이기에 흔히 말하는 "선수 빨"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는 가장 완벽한 전술임은 분명하다.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는 강력한 압박과 짧은 패스를 통한 높은 점유율은 이론적으로 상대팀을 말려 죽일 수 있는 최고의 전술일 것이다. 일례로 역대 최고의 감독으로 뽑히는 알렉스 퍼거슨은 자신이 지금까지 만난 팀들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팀으로 펩의 바르셀로나를 뽑기도 했다. 


이 두 감독의 전술을 여전히 압박축구와 패스축구의 대표 격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두 감독을 유럽축구 최고의 감독으로 뽑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두 감독의 전술 성향은 이번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여전했다. 리버풀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압박을 구사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영입한 다르윈 누녜스가 아닌 로베르토 피르미누를 선발로 기용했다. 또한 21-22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루이스 디아스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사디오 마네의 왕성한 활동량을 떠오르게 만드는 수비 가담과 전방 압박을 보여주었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4-3-3 포지션을 바탕으로 공격 시에는 왼쪽 풀백인 로버트슨이 전방까지 오버래핑을 하고 살라가 오른쪽 사이드로 빠져나가며 피르미누와 살라 사이를 아놀드와 헨더슨이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2-3-5 포지션을 만들었다. 중원의 티아고는 중원의 모든 지역을 커버해주며 짧은 패스를 통해 빌드업에 기름칠을 해주었고, 파비뉴는 최후방 보호를 비롯한 맨시티의 패스 길목을 잘라주고 긴 다리를 통해 적극적인 태클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한 맨시티의 대답 역시 강력한 압박을 통해 리버풀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짧은 패스와 화려한 개인기를 통한 적극적인 전진이었다. 중원의 베르나르도 실바의 존재는 경기장 어느 위치에서나 화려한 드리블을 통해 리버풀 수비를 휘저을 수 있었고, 케빈 더 브라이너는 어느 위치에서나 위협적인 패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거기에 엘링 홀란드의 선발 출장은 맨시티의 티키타카에 언제든지 전방에서의 위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의 결합이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간간이 나오는 맨시티의 위협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의 우위로 이어졌다. 물론 리버풀이 프리시즌 동안 맨시티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르며 경기력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버풀의 우위는 두 팀의 전술적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리버풀은 전반전에 티아고를 통한 빌드업을 중요시하면서도 최전방에서부터 맨시티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펄스 나인의 대명사인 피르미누는 적극적으로 중원까지 내려와 맨시티의 중원을 괴롭혔고, 빠르게 전방까지 올라가 패스와 볼 소유를 통해 디아스와 살라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전성기에 비해 기량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맨시티를 괴롭히기에는 충분했다. 이에 반해 맨시티는 어느 위치에서나 골을 넣을 능력을 갖고 있는 홀란드를 선발로 내세웠지만, 홀란드의 약점인 활동량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간혹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난 시즌의 맨시티의 펄스 나인보다는 여전히 부족한 압박 능력과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맨시티 선수들 역시 아직은 홀란드와 적응을 마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나 잭 그릴리쉬 쪽에서 홀란드와 겹치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사이드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그릴리쉬의 성향은 지속적으로 전방으로 침투하는 홀란드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레즈의 단순한 공격 패턴 역시 지속적인 공격 실패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선제골은 리버풀이 성공시켰다. 맨시티의 윙포워드들과는 다르게 리버풀의 살라는 적극적으로 사이드로 벌리면서 수비수들을 끌고 나왔고 벌어진 맨시티의 수비수들 사이를 침투하는 아놀드의 정확한 슈팅이 네이선 아케의 머리를 스치며 골로 이어졌다. 이후 홀란드의 괴물 같은 피지컬을 통해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어냈지만 전반전은 1:0 리버풀의 승리로 마쳤다. 


후반전은 맨시티의 위협적인 움직임과 알리송과 캘러허의 부상으로 인해 선발 출장한 리버풀의 서드 키퍼 아드리안의 불안한 발밑으로 인해 맨시티의 위협적인 공격이 지속되었지만 리버풀의 조엘 마팁이 센터 서클 부근부터 공격을 막아내며 후반 초반이 흘러갔다. 두 팀의 후반전 카드는 57분부터 시작되었다. 맨시티는 전반부터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릴리쉬와 마레즈를 빼고 필 포든과 훌리안 알바레스를 들여보냈고, 리버풀은 전반부터 왕성한 압박을 보여주었던 피르미누를 빼고 다르윈 누녜스를 투입했다. 드디어 경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은 홀란드 vs 누녜스의 대결의 시작이었다. 

 

3. 후반전: 엘링 홀란드 vs 다르윈 누녜스

잘츠부르크에서 분데스리가라는 빅리그로 이적하자마자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여주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었던 홀란드와 지난 시즌부터 이름을 알리게 된 우루과이의 신예 누녜스를 비교하는 것은 아직은 홀란드에게 실례일지도 모른다. 둘의 포지션은 똑같은 스트라이커이고 훌륭한 슈팅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두 선수의 플레이 성향은 약간 다르다. 홀란드는 괴물 같은 피지컬과 스피드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말 그대로 파괴시키며 페널티 박스 안의 어떤 위치에서도 슈팅을 만들어내고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 보여준 홀란드의 득점력은 이 어린 선수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되게 만드는 가장 뛰어난 능력이다. 또한 최근의 스트라이커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킬리안 음바페를 제외하면 홀란드가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반면 누녜스는 21-22 시즌이 되어서야 유럽 축구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녜스 역시 21-22 시즌 많은 득점을 기록했지만, 빅리그에 비해 조금 아래에 있는 포르투갈 리그 소속이었다. 또한, 누녜스의 투박한 터치와 거친 드리블은 홀란드만큼의 파괴력을 지녔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를 듣게 했다. 그럼에도 누녜스는 품귀현상의 스트라이커 자리에 얼마 안 남은 유망주였기에 마네를 떠나보내며 공격수 영입이 절실했던 리버풀로 1000억이 넘은 이적료로 이적했다. 누녜스는 홀란드에 비해서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이다. 홀란드가 주로 공격진에 머무르며 외쪽과 중앙을 파괴하는 스타일이라면, 누녜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내고 수비 가담이 장점이다. 

이러한 두 선수의 차이는 커뮤니티 실드 후반전에 드러났다. 57분에 투입된 누녜스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통해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었지만, 한 번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고 다른 한 번은 에데르송의 선방에 막혔다. 누녜스가 투입하자마자 위협적인 모습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지만 두 선수 중 먼저 웃은 선수는 홀란드였다. 루이스 디아스의 무리한 드리블로 인해 시작된 맨시티의 역습에서 홀란드는 빠른 원터치 패스를 통해 더 브라이너에게 연결했고 곧바로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며 리버풀 수비수들을 유인하는 미끼 역할을 했다. 공간이 만들어진 포든이 아놀드와 1대1 속에서 빠르게 침투해 발리슛을 날렸고 아드리안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끝까지 침투하는 알바레즈가 골로 만들어냈다. 골 직후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지만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판정되었고, 골로 인정되었다. 역습을 만들어내는 홀란드의 원터치 패스도 일품이었지만 골 장면에서도 빛났다. 마팁은 존재만으로도 위협인 홀란드를 견제하기 위해 알바레즈에게 강하게 붙지 못했고, 아놀드도 홀란드를 보다가 제대로 수비하지 못했다. 결국 홀란드의 패스와 움직임이 교체돼서 들어온 알바레즈의 골을 만들어냈다. 


동점을 허용한 리버풀은 곧바로 제임스 밀너와 하비 엘리엇을 투입시키며 반전을 꾀했다. 한동안 공방전으로 이어지던 두 팀의 플레이는 79분이 되어서 다시 균열이 생겼다. 노련한 밀너의 수비와 전방으로의 한 번의 침투 패스는 한 번에 누녜스에게 투입되었고, 누녜스는 잠시 공을 잡고 바로 살라에게 연결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살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교체된 맨시티의 윙포워드들과는 다르게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살라는 무리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지 않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누녜스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누녜스는 살라의 크로스를 머리에 맞추었다. 누녜스의 헤딩은 후뱅 디아스의 손을 맞으며 맨시티의 소유로 이어졌고, 이후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간 후 VAR이 진행되었다. 디아스가 점프하는 움직임 속에서 공이 디아스의 손에 맞았지만, 확실하게 디아스의 손에 맞으며 공의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VAR을 확인한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페널티킥 전담 키커인 살라가 완벽한 슈팅을 통해 골을 성공시키며 다시 리버풀이 앞서나가게 되었다. 


이후 홀란드는 전체적으로 떨어진 맨시티의 에너지 속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맨시티에 비해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던 리버풀은 마치 안필드를 방불케 하는 팬들의 응원 속에서 지속적으로 최전방으로 골을 침투시키며 맨시티를 위협했다. 교체된 선수들이 추가시간까지도 강력하게 전방 압박을 한 결과 맨시티의 공을 탈취해냈고, 이를 바탕으로 카르발류가 오른쪽의 살라에게 살라가 다시 반대쪽의 로버트슨에게 크로스를 성공시켰다. 로버트슨이 헤딩으로 안쪽으로 공을 떨궈놓았고, 끝까지 움직임을 통해 빈 공간으로 침투한 누녜스가 헤딩을 성공시키며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살라의 정확한 크로스와 누네스의 완벽한 움직임을 통한 공간 침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후 홀란드는 아드리안의 손을 맞고 나온 공을 빈 골대에 슈팅했지만 힘이 실린 나머지 골대를 맞히게 되었고, 골에 실패하며 경기는 끝났다. 

이렇게 EPL에서 앞으로의 스트라이커 대결을 만들어갈 누녜스와 홀란드의 첫 대결은 누녜스의 판정승으로 마감했다. 그럼에도 단순히 홀란드를 실패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되고 선수를 비판할 수도 없다. 아직 맨시티는 공격진들 사이의 움직임이 정리가 안되기도 했고, 홀란드에게 공이 투입되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또한 한 경기만에 선수의 실력을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어리석다. 홀란드가 도르트문트에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여준 만큼 리그가 개막하고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하기 어렵다. 반대로 누녜스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도 될 것처럼 보인다. 누녜스가 프리시즌에는 상당히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이번 커뮤니티 실드에서의 누녜스의 모습은 본인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정확시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디아스와 아케를 상대로 보여준 누녜스의 움직임은 영리한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리그가 개막하고도 이어질 두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리버풀과 맨시티가 만들어낼 리그에서의 대결만큼 흥미로울 것이다.


4. 커뮤니티 실드와 벤투호의 빌드업

리버풀과 맨시티의 경기는 유럽 축구의 가장 트렌디한 전술 대결인 만큼 지금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게도 좋은 참고점이 된다. 최근에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게 0:3으로 패배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벤투호의 전술 역시 이 경기를 통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비록 월드컵 최종예선을 압도적으로 통과했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에 빌드업 축구가 맞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리버풀과 맨시티가 보여주는 골키퍼부터 이어지는 빌드업은 역시나 현대축구에서 빌드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서드 키퍼인 아드리안이 출전한 리버풀은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에서 계속된 실수가 나왔고, 이는 맨시티의 압박과 공수 전환으로 이어졌다. 에므리크 라포르테를 대신해서 출전한 맨시티의 네이선 아케의 불안한 패스 실력도 최후방 수비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에서부터 삐걱대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의 대표선수인 황희찬은 브라질과의 평가전 이후 "빌드업 축구"라는 단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황희찬의 말에 의하면 "빌드업 축구라는 단어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축구에서는 패스와 빌드업이 기본이다."(김태석 기자, 6월 5일 베스트일레븐 기사, https://www.besteleve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106) 이청용 역시 작년에 한국 축구에 빌드업은 꼭 필요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이청용과 황희찬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현대 축구에서 빌드업은 기본이다. 여전히 상위권들의 빌드업에 대한 카운터 어택으로 두줄 수비와 롱패스 위주의 전술이 사용되지만, 그러한 전술 속에서도 패스와 빌드업이 없다면 이기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빌드업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빌드업은 축구의 기본이 되어야지 전술 그 자체가 되면 안 된다. 조금 더 철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빌드업은 내용의 일부이지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르디올라는 뮌헨 시절 의미 없이 짧은 패스를 반복하는 자신의 선수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과르디올라가 티키타카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이유는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의미의 티키타카라는 표현이 의미 없는 짧은 패스의 연속을 연상시킨다는 점이었다. 이는 20-21 시즌 리버풀과의 대결에서 패배 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리버풀의 압박을 통과하면, 반 다이크는 살라의 가슴에 80야드 패스를 정확하게 날리면서 압박을 풀어낸다. 그것이 퀄리티이다."(https://youtu.be/JgaBhwcA1Wg 1:14~1:24) 즉, 빌드업 전술과 압박만큼 중요한 것이 전방으로의 빠른 롱패스이다. 즉, 단순히 뻥축구 혹은 한물 간 킥 앤 러시라고 부를 수 없는, 패스만큼 중요한 것이 전방으로 붙여주는 롱패스이다. 그렇기에 현대축구에서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만큼 중요한 것이 롱패스를 통한 빠른 경합이다. 물론 타켓터를 이용한 롱패스 전술은 분명히 현대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강팀들은 모두 강력한 롱패스를 무기로 갖고 있다. 리버풀의 수비진들이 보여주는 롱패스, 레알 마드리드의 크카모(토니 크로스,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 맨시티의 후뱅 디아스와 데 브라이너 등등을 보라. 롱패스는 이제 단순히 뻥축구가 아니라 상대의 압박을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어수단인 동시에 빌드업의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압박축구를 위한 하나의 공격 수단이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일본은 이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섬세한 패스 플레이를 꿈꾸던 일본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듯하다. 그러나 벤투의 전술은 전혀 그렇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벤투호가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이유 중에 하나는 짧은 패스에만 집착하지 않고 적절한 롱패스를 통한 공격 작업이 성공하면서부터이다. 이번 일본전에서 그러한 롱패스가 없었던 이유는 정확한 롱패스가 가능한 김민재나 정우영 선수가 차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동아시안컵에서 해외파를 차출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본은 스피드가 빠르고 현재 폼이 좋은 선수들을 통해 전방에서의 압박과 롱패스를 통해 전반전부터 대한민국을 갖고 놀았다. 전반전에서 0:3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의 수준 차이였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일본은 다시 전방에서부터 압박했고, 대한민국 선수들은 당황하며 후방에서의 빌드업부터 지속적으로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더 처참한 것은 어떠한 전술 변화도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선수 교체만 있을 뿐, 여전히 후방에서의 짧은 패스를 통해 일본의 압박을 풀어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을 통해 강한 압박을 풀어 나오는 것은 과르디올라 시절의 바르셀로나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짧은 패스를 통한 탈압박은 유럽의 최상급 클럽팀들도 어려워한다. 메시 정도의 드리블 실력이나 차비, 이니에스타 정도의 개인기와 패스 실력이 아니면 짧은 패스를 통해 강력한 전방 압박을 풀어내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순히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선수를 피해 정확한 패스를 날릴 수 있는 선수는 몇 없다. 아르테타의 푸념처럼 리버풀의 탈압박 능력도 짧은 패스를 통해 이뤄지지 않고, 전방으로 길게 뿌려주는 롱패스에서 나온다. 빌드업은 말 그대로 전술의 기본 토대가 되어야지 전술 그 자체가 되면 안 된다. 황희찬의 말처럼 빌드업은 기본이다. 빌드업이 전술이 되지 않을 때 비로소 말이다.


물론 일본 축구의 지속적인 투자와 J리그라는 거대한 산업 구조는 대한민국의 축구 현실보다 훨씬 뛰어나며 성장하는 중요 요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성인대표팀의 연속된 두 번의 패배는 그것을 떠나서 철저한 전술적 패배이다. 두 번의 패배 모두 빌드업을 위해 후방에서 패스 플레이를 만들다 일본의 압박에 무너졌다. 빌드업을 통한 oo 전술을 만들지 않고 빌드업이 곧 전술이 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아시아 레벨의 약팀들을 상대로는 그것이 먹힐 수 있다. 그 팀의 선수들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높기 때문에 쉽게 빌드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레벨 혹은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다. 의미 없는 볼 돌리기 일뿐이다. 오히려 잡아먹히기 위한 먹잇감이 될 뿐이다. 이번 커뮤니티 실드에서 리버풀과 맨시티는 이를 보여주었다. 리버풀은 빌드업을 통합 압박축구, 맨시티는 빌드업을 통한 패스축구. 이것이 세계 축구와 한국 축구 사이의 격차이다. 세계 축구에서 빌드업은 내용이다. 한국 축구에서 빌드업은 형식이다. 이번 커뮤니티 실드는 내용과 형식이 존재하는 두 팀 사이의 대결이었다. 내용을 통한 형식의 결정은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지만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할 뿐이다. 우리가 세계 축구를 보며 배워야 할 점은 전자일 것이다. 






* 이번 축구에 대한 글은 철학적 용어 혹은 이론적 용어를 최대한 배제한 채 진행해보았다. 필자의 목표는 축구에 이론을 접목시켜 분석하는 것이기에 다음엔 조금 더 이론적으로 접근해보는 글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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