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각자의 책을 읽던 햇살씨와 나무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던 나무군이 말했다.
"이런 책은 챕터별로 독후감을 써야할 것 같아."
"이렇게 많은 챕터를 다 쓴다고??"
"그래야 생각이 정리될 것 같아. 진짜 큰일났어. 생각이 깊게 안 돼."
"맞아. 정리하는 거 필요해. 근데 나도 생각이 깊게 안 돼. 오늘 독서모임하는데, 샘들은 진짜 생각도 깊고 말도 잘 하는데, 난 너무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고."
"그래 맞아. 자긴 생각이 너무 없어."
눈이 커진 채로 대답이 없는 햇살씨를 보고 나무군이 말했다.
"농담이야. 그걸 믿냐?"
역시. 나무군은 햇살씨를 손바닥 위에 놓고 있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