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음악으로 음원을 내려고 할 때 제일 처음 선택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녹음 스튜디오에서 실제 피아노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해서 음원을 낼 것인지,
아니면 가상악기 피아노를 이용해서 녹음하여 음원을 낼 것인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각 경우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피아노 녹음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나는 피아니스트인가? 아니더라도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는가?
피아니스트시라면 전문연주가답게 당연히 실제 피아노 녹음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문연주가가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가 이 곡에 대한 연주에 자신이 있다면, 또 특별한 음색을 지닌 어쿠스틱 피아노 소리를 담기 원한다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간크기의 영향을 받지만 어쿠스틱 피아노가 가지고 있는 자연 배음(자연적인 음의 자체울림)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쿠스틱만이 주는 느낌을 가상악기로 근접하게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피아노 녹음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면! 녹음 스튜디오를 알아봐야겠죠. 검색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점점 더 좋은 게 눈에 보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예상한 금액을 훨씬 넘게 되기도 합니다.
아래의 사항들을 체크하며 잘 살펴보시고 자신의 기준선을 정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너무 열악한 곳이 아니라면 큰 고민 하지 마시고 스튜디오를 고르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 피아노 녹음할 때 알면 좋을 몇 가지
1) 녹음 시간은 곧 돈이다.
녹음스튜디오에서 녹음할 경우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현장 녹음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다소 제한을 받습니다. 그만큼 사전에 연습도 많이 되어 있어야 녹음당시 당황하지 않고 실수를 줄일 수 있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지불할 수 있는 예산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녹음실마다 다르지만 보통 1프로(3시간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습니다. 요즘은 경우에 따라 1시간 단위로 받는 스튜디오도 있습니다.
검색하다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보통 규모가 있고 전문적인 곳일수록 홈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거나, 1프로 단위로 예약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으실 겁니다.
2) 녹음실은 어떻게 알아보나요?
주변에서 추천받는 방법
주변 음악하는 지인들에게서 신뢰할 만한 곳을 추천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또한 주관적인 선택이기에 참고만 하시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을 한정해서 지도앱에서 검색하여 일일이 찾아보는 방법
제가 바이올린과 첼로 실연 녹음할 때 찾았던 방식인데요. 연주자분들이 오시기 편한 지역을 설정해서 지도 어플에서 ‘녹음실’ ‘녹음스튜디오’ 검색어로 찾았습니다.
또 1프로의 시간이 필요한 분량이 아니란 판단하에 시간당으로 예약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녹음을 진행하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결국 1프로에 해당하는 시간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업하고 있는 대표적인 음원들을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서 홍보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좋아하는 음원의 크레딧을 보라!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가까운 국내 음원의 레퍼런스 음악들이 있다면 그 곡의 크레딧 정보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장 녹음일 경우에 대부분은 녹음한 스튜디오의 정보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사운드는 믹싱 마스터링이라는 과정을 거치기에, 녹음을 그 스튜디오에서 했다고 그 사운드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스튜디오가 있구나! 하는 정보를 내가 좋아하는 음원에서 발견하실 수 있는 것이죠.
저도 음악적으로도 음향적으로도 좋아하는 곡을 떠올렸다가 크레딧을 보고 알게 된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녹음 환경은 물론, 믹싱 마스터링까지 너무 맘에 드는 곳이었어요. 당장은 그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형편과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날을 가끔 그려보곤 한답니다.
엔지니어님 체크체크!
보통 믹싱을 같이 진행할 경우 녹음을 받아주실 엔지니어님까지 지정하여 예약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있습니다. 홈페이지나 이메일로 해당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위처럼 대형 스튜디오가 아니라면 대부분 메인 엔지니어님은 한 분정도 계시는데, 어시스턴트 엔지니어가 있는 경우엔 예약하시면서 메인 엔지니어로 진행되는지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간혹 스케줄상 어쩔 수 없이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님께 녹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3) 피아노 음색 1 : 무슨 피아노로 연주할 것인가?
피아노 음색은 캐릭터를 잡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피아노 솔로곡인 경우는 오롯이 그 소리만 드러나기에 어떤 소리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피아노 브랜드마다 또 그랜드와 업라이트인지에 따라서도 음색적인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피아노 색채의 호불호가 확실하다면 그 피아노가 구비된 스튜디오 위주로 찾아보는 것이 좋겠죠.
요즘은 업라이트 피아노의 경우 다양한 음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정한 피아노 사운드를 의도하고 있고, 그런 환경에 맞는 곳을 발견한다면 훨씬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4) 피아노 음색 2 : 피아노 마이킹에 의한 음색의 차이
피아노는 공간과 사운드의 의도에 따라 최소 2채널(마이크 2개) 이상 녹음하게 됩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마이크를 어디에 무슨 형식으로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피아노의 음색과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현에 가까울수록 소리는 맑고 타격감이 강하게 느껴지고, 현에서 조금 멀어지고 캐비넷에 가까워질수록 좀 덜 공격적이고 부드러운 소리가 납니다.
그러니 가까운 클로즈 마이크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
또 룸 마이크(공간, 엠비언스)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죠.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연주자와 디렉터가 확실한 사운드의 방향성이 있다면 엔지니어와 소통하여 거기에 맞춰서 녹음하면 됩니다. 정해놓은 방향성이 없다면 그 스튜디오, 그 장소에 맞게 세팅하여 많이 진행해 보신 엔지니어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상 어떤 방식을 써도 대부분 좋게 나올 겁니다.
피아노는 주로 다음과 같은 마이킹 방식으로 녹음하게 됩니다. 이런 방법들이 있구나, 같은 피아노여도 녹음 소리의 색채가 달라질 수 있구나. 하고 인지하고 가볍게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① 기본 방식으로는 피아노의 낮은음과 높은음에 각각 하나씩 배치하여 좌-우로 오가는 폭넓은 음역대를 스테레오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② 4개를 설치할 경우 - 좌우 평행 스테레오로 담고, 근접한 공간음을 캐비닛 근처 윗 공간에서 AB형태로 설치한 방법입니다.
③ 이 경우도 2개만 설치할 경우 많이 하는 방법입니다. 사이즈가 커서 현의 길이가 긴 그랜드의 경우 클로즈 마이크를 저역대를 더 끝쪽으로 두기도 합니다.
④ 좌-우 소리가 차이 나지 않기를 의도한다면 캐비넷 근처에 그에 맞는 마이킹 방식(AB나 ORTF)으로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스테레오 사운드는 아닌 것이죠.
⑤ 공간마이크를 많이 활용하는 경우
공간이 크거나 거장의 피아노 녹음, 가상악기 녹음, 그리고 돌비 사운드를 위한 녹음일 경우엔 룸, 공간의 소리를 담는 마이킹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⑥ 업라이트 피아노 마이킹의 경우는 이 글에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uplight piano miking으로 검색하시면 많은 정보가 나와있습니다.
마이크 종류, 설치 방법, 위치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테스트를 한 영상을 소개해 드립니다.
https://youtu.be/bAoAMfY_XIw?si=PUutbby5Vj9NotGa&t=330
5) 피아노 음색 3 : 노이즈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피아노의 경우엔 생각보다 많은 피아노 자체 노이즈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피아노의 구조상 그랜드보다 업라이트의 경우 더 그렇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녹음을 진행하며 모니터링받아보시면서 스튜디오 녹음 엔지니어 분과 상의하시면 좋습니다.
피아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노이즈들을 내 입맛에 맞게 완벽하게 제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점이 바로 실연 녹음의 단점이지만 녹음하게 될 곡만의 음색적인, 음향적인 매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의도하여 특별한 천을 해머와 현 사이에 끼워 넣는 다든지, 현에 어떤 특정한 물체를 설치해서 특별한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거든요.
아래의 두 곡은 피아노 자체의 노이즈를 살린 곡인데요. 일반적인 피아노곡과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https://youtu.be/i262-DFo2b8?si=oSHyabzoY_jKz2l0
https://youtu.be/E_n2AhC13Ew?si=O2uanKuPOnRQx6ya
2. 녹음을 진행하며 꼭 감안하고 상기해야 할 점 2가지
1) 단점은 곧 장점이 되고! 연습만이 살 길이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면 녹음된 소리를 WAV, mp3 음형 파일로 받게 됩니다. 하나로 녹음된 파일은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피아노 솔로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긴장을 최대한 줄이고 시작부터 끝까지 그 하나의 컷에 최선의 연주를 담아야 하는 것입니다.
더러는 편집으로 가능하지 않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아노 솔로 음악에 있어서 편집으로 서로 다른 부분을 연결한다면 그 연주는 다른 결로 연결되기 때문에 소리가 자연스럽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야 하는 정도였다면 애초부터 녹음을 진행하기엔 무리인 경우겠지요.
평소와 다른 낯선 곳에서의 연주는 생각보다 많이 떨릴 수 있습니다. 그런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에요.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템포와 강약을 자연스럽게 잘 살려 나만의 스토리 있는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스러운 배음과 피아노 소리의 리얼녹음의 매력을 담기 위해 스튜디오 녹음을 선택했다면 연습, 또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2) 디렉터로 존재하기
음원을 발매하는데 디렉터가 따로 있으면 모르겠지만, 이 글이 필요해서 읽고 계시는 분들은 저처럼 그렇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날은 우선 작곡가이자 연주자로서의 연주를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내 연주 소리를 들으며 테마에 맞는 방향을 다시 잡고 반복해서 녹음을 하게 되죠.
그렇게 녹음한 수많은 파일 중에서 베스트컷 몇 개를 최종선택하는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내 소리에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해서 듣다 보면 이건 아니다. 이거다! 충분히 말을 걸어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걸 선택하시면 됩니다.
3. 다른 접근 방법! 녹음실이 아닌 홈레코딩도전!
여건이 된다면, 집에 있는 피아노에 마이크를 대어 직접 녹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명 홈레코딩인데요. 마이크를 직접 설치해서 사운드를 잡고 컴퓨터로 직접 녹음을 받는 등 여러 환경을 세팅하는 것입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한 공부와 이해도 필요한 부분이죠.
단, 이 과정을 오래 해보지 않으신 분들, 경험이 적은 경우라면 개인적으로는 전문가가 있는 녹음스튜디오에서 녹음해서 음원진행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꼭 음원을 위한 녹음이 아니더라도 다른 차원에서 이 환경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만약 집에 피아노나 건반이 있고, 피아노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실 분들이라면? 피아노 연주영상을 찍으면서 동시녹음을 하여 SNS에 가볍게 자주 올리는 겁니다. 피아노 음악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정체성을 쌓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피아노 음악활동을 하는데 장기적이고 큰 관점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보아온 피아노 아티스트들의 모습은 그래왔고 그것이 또 거의 주효하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 경우엔 마이킹의 위치, 녹음받는 방법, 간단하면서도 내 마음에 맞는 믹싱 마스터링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며 성장하면 더욱 좋겠죠?
오늘은 피아노 녹음을 하게 될 경우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습니다. 어떤 선택이 되었든 그 안에서 부딪히면서 배우고 깨닫게 될 점이 있습니다. 실수하고 실패하며 깨달은 것, 아쉬운 점은 다음 작업 때 보완하고 감안해서 반영, 결정하면 됩니다. 신중한 것은 좋지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기 위해 선택을 위한 고민의 시간을 너무 오래 가지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
많은 이야기를 남긴 것 같지만 단순하고도 중요한 핵심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여기서 언급한 것들이 사실 음원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아닙니다. 녹음 스튜디오의 선택이나 음색의 고민이 곡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일부분인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그것은 결코 좋은 선율과 좋은 연주를 이길 수 없습니다.
좋은 곡을 만드는 것, 그리고 피아노 연습만이 살 길인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적고 주관적입니다. 제 지식과 정보는 극히 적지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부딪히며 알게 된 부분, 공부하며 알게 된 부분을 지금 시점에서 정리한 것이라 표면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시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고 시정할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피아노 작업,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