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피아노 가상악기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었는데요. ^^
오늘도 피아노 가상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가볼까 합니다.
가상악기 회사가 그랜드 피아노나 업라이트 피아노를 마이크를 이용하여 모든 소리를 녹음해서, 미디에서 실제 악기처럼 칠 수 있게 프로그램화 시킨 것이 피아노 가상악기입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피아노 가상악기 TMI
하나! 같은 스타인웨이인데, 소리가 다 다르다고?
같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이용해서 녹음하더라도, 만든 가상악기 회사마다 소리가, 터치가 모두 다 다릅니다. 녹음환경, 엔지니어, 소리를 구현하는 기술력과 방향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스타인웨이는 피아노텍에도 있고 아이보리에도 있고 VI Labs American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각자 자기들 방식으로 스타인웨이를 가상악기로 재현한 거예요. 그래서 같은 스타인웨이라도 그 가상악기마다 소리가 꽤 다릅니다.
스타인웨이의 대항마 Yamaha CFX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 중에서 CFX 모델이 제일 최고 사양의 그랜드 피아노입니다. 2010년에 나와서 요새 콩쿠르에서도 스타인웨이 다음으로 많이 친다고 합니다. 가장 모던하고 섬세한 피아노로요.
저의 싱글 곡인 <푸른 고요> 영상을 찍을 때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했었는데요. CFX가 아닌 하위 모델인데도 손가락이 실어내며 움직이는 대로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소리로 받아줘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연주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더군요. 실제 스타인웨이는 어떨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CFX 모델을 표현한 가상악기가 바로 게리탄 Garritan 회사가 영국 에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CFX Concert Grand 가상악기입니다.
Lite 버전과 Concert Grand 버전 2개가 있는데요. 마이킹 방식에 의한 공간 소리를 더 제어할 수 있고, 관찰자적 시점으로 소리를 배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Concert Grand 버전을 추천합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피아노 가상악기 TMI 둘!
악기 용량이 소리에 영향을 끼친다고?
아이보리 2는 2010년에 나왔고 키스케이프와 cfx가 그나마 신상인 편인데 2014년에 나왔습니다.
게리탄 CFX가 널리 못 알려진 이유 중에 용량 문제도 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키스케이프는 77기가에 36가지 피아노와 건반(프리셋은 500개)인데
게리탄 cfx는 피아노 한 대가 125기가입니다. 그래서 로딩도 길죠.
키스케이프는 건반악기 하나당 평균 2기가 정도고
cfx는 60기가쯤 되는 거라
어찌 보면 개별 프리셋끼리는 퀄리티가 차이 나는 게 당연하기도 합니다.
벨로시티란 피아노 음의 터치하는 세기를 미디에서 보여주는 수치값의 명칭인데요.
0 -> 소리 나지 않음
1 -> 제일 작은 소리
127 -> 제일 큰 소리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저렇게 용량부터 차이가 나면 벨로시티에 따라서 키스케이프가 0~127 수치의 벨로시티를 실제 녹음은 (간단한 숫자로 예를 들어) 3~5개 정도로 강약 조절해서 치고, 더 디테일한 차이는 그냥 볼륨만 조절한 것을 cfx는 20단계 이상 처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연주를 해 보면요.
같은 벨로시티가 큰 터치에서 키스케이프는 특정 세기 강도에서 볼륨만 커진 느낌을 받는데, CFX나 아이보리 2의 경우엔 터치 세기 강도를 있는 그대로 소리로 잘 반영해 주는 편입니다. CFX와 아이보리 2를 더 비교하자면 CFX가 더 섬세하게 잘 받고요.
키스케이프를 칠 때 세게 쳐야 할 부분에서 소리는 커지지만 터치가 더 세게 먹히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키스케이프도 나올 당시에는 퀄리티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 기준에서는 퀄리티보다는 다양한 음색의 어쿠스틱, 일렉트릭 피아노를 총망라한 컬렉션 장점이 더 큰 것 같아요. 어쿠스틱 피아노도 프리셋마다 믹싱 효과를 듬뿍 줘서 음색의 매력으로 작곡의 영감을 얻는데 좋은 영향을 줍니다.
제가 만약 다이나믹 차이가 크지 않는 편안한 뉴에이지 풍의 곡이나, 대중음악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일렉트릭 피아노를 많이 썼다면 키스케이프를 훨씬 더 많이 사용했을 겁니다.
저는 다양한 소리보다도 어쿠스틱 자체 소리가 다이나믹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피아노 솔로로서의 악기가 더 필요로 했던 것이고요.
그러니 작업자의 상황이나 용도, 의도에 따라 악기를 선택하는 방향성에 답이 있습니다. 거기에 개인 취향까지 더해지고요.
알아두면 쓸데 있는 피아노 가상악기 TMI 셋!
게리탄 CFX는 미래 악기다?
"무려 132GB의 샘플을 생성하여 다양한 다이내믹 레벨에서 샘플링된 피아노의 모든 음을 전체 길이로 제공합니다."
2014년 출시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pc에서 돌아가기 힘든 스펙의 가상악기였습니다. 저 때 당시에는 풀 오케스트라 구성의 가상악기도 이것보다 용량 작은 게 많았을 때였다고 해요. 처음 출시 때 좀 탄력받아야 하는데 그때 주목받지 못하고 그대로 잊혀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대로 한 2018~2019쯤 발매했으면 훨씬 잘 팔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종종 그런 악기들을 '미래 악기'라고 부른다고 해요.
좋긴 좋은데 너무 고퀄리티로 개발해서 몇 년 뒤에나 쓸 수 있겠다 싶은 악기들을요.
게리탄의 CFX는 마이크도 많고 벨로시티도 많이 쪼개서 로딩도 많이 걸리지만,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 표현력이 특히 솔로 연주일 때 훨씬 수월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아이보리 2도 마찬가지고요.
다이나믹 차이가 크지 않은 편안한 피아노 솔로곡이라면, 사실 어떤 가상악기를 써도 무방할 것이고, 곡의 의도에 맞는 음색에 심혈을 기울여 잘 고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설명서보다 더 전문적인 리뷰 글 링크입니다.
https://www.soundonsound.com/reviews/garritan-cfx-concert-grand
함께 보면 좋은 글 링크입니다.
https://brunch.co.kr/@minachoi/107
제가 경험한 것은 적고 주관적입니다. 제 지식과 정보는 극히 적지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부딪히며 알게 된 부분, 공부하며 알게 된 부분을 지금 시점에서 정리한 것이라 표면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시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고 시정할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피아노 작업,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