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아노 솔로곡을 작업하고 믹싱하기 전에 꼭 체크해야 할 팁들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작업한 곡이 의도한 대로 믹싱의 효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원본이 깨끗하고 해상도가 높아야 합니다.
그럼, 우선 믹싱과 마스터링의 간단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에 우리가 스테이크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고기가 싱싱하고 숙성이 잘 되어 있다면 소금, 후추만 뿌려서 구워 먹어도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반면 싱싱하지 않은 오래된 고기를 가지고 소금, 후추만 뿌려서 요리한다면 오래된 고기 냄새가 올라오겠죠? 게다가 스테이크로 적합하지 않은 부위를 썼다면 식감 때문에 더 먹기가 힘들 거예요. 그래서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가염버터를 넣고, 스테이크 소스를 넣고 각종 향신료를 더 추가하면 가까스로 먹을 만한 요리는 되겠지만, 혀끝에 고기의 비릿한 맛마저 없애기는 힘들 겁니다. 고기 자체의 감칠맛도 느끼기 힘들 테고요.
애당초 스테이크를 먹으려고 했는데, 각종 소스로 가려진 고기 요리를 먹게 되는 것이죠.
고기처럼, 음악도 작업 원본 자체의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요리에 따라서 싱싱한 고기를 준비하고 잘 숙성시켜 놓아야 하겠죠. 의도하는 고기 요리가 불고기인가? 스테이크인가? 비프스튜인가? 함박스테이크인가? 생각하고 선택해서 그에 맞게 부위를 선택하고 밑간과 손질, 숙성의 과정까지 준비하는 것이 우리 작곡가와 작업자의 몫입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는 의도에 맞게 지지고 볶고 삶는 등 요리에 맞게 조리하고(믹싱), 먹기 좋게 그릇에 플레이팅(마스터링)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믹싱, 마스터링입니다.
이제 그 요리를 먹는 사람은 바로 음악을 듣는 청중인 것입니다.
작편곡가나 작업자가 고기를 싱싱하게 준비하고 잘 숙성시키면, 그 고기를 가지고 어떤 고기 요리를 하든지 그 조리법과 레시피가 의도대로 잘 먹혀서 맛있는 요리가 될 거예요.
대중음악 장르의 경우는 기타, 피아노, 드럼, 신스와 보컬 등 악기와 트랙이 많습니다.
그럴수록 작업 원본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의 역할도 더 중요해지고, 여러 변수가 소리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반면 피아노 솔로곡인 경우, 악기가 단 하나이고 트랙도 최소 1개이기 때문에 작업 자체가 소리로 오롯이 잘 드러납니다. 거의 최종 음원에 가까운 소리가 되죠. 재료 준비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조리까지는 일부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기에 피아노를 섬세하게 다뤄야 합니다. 엔지니어의 작업강도는 대중음악 장르보다는 용이할지 모르지만, 피아노 솔로를 연주하는 원본 작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겠죠? ^^
피아노 곡, 믹싱 보내기 전 꼭 체크해야 할 6가지 팁
1) 곡의 의도는 명확하게
곡의 주제와 좋은 선율, 그에 따른 강약, 그리고 피아노 음색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에 맞게 기술적인 부분들을 조절해야 하니까요.
물론 처음부터 정해놓지 않더라도 여러 작업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면서 듣다 보면 찾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연히 너무 맘에 드는 곡의 사운드에서 그것을 발견하여 힌트를 얻어 작업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요.
2) 세심하게 벨로시티(터치)와 노이즈를 조절하기
피아노 작업 파일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치고 나면 음압이 올라오게 돼서 생각보다 피아노의 터치감과 노이즈가 세게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 이렇게 센 터치의 느낌은 필요 없는데?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요. 벨로시티가 너무 강하게 들린 지점을 체크하고 다시 녹음을 했습니다. 엔지니어님께 양해를 구하고 원본 파일을 바꿨던 경험이 있습니다. 애초에 작업할 때 이런 부분도 감안하여 벨로시티와 노이즈 관련 값들을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인페(오디오 인터페이스) 볼륨을 최대한 크게 키우고 터치에 신경 써서 녹음을 하면 됩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기만의 벨로시티 데이터가 쌓이게 될 거예요.
가상악기로 피아노 작업을 하셨다면 변수들의 설정값을 바꿔가면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 어쿠스틱 피아노를 녹음했다면 녹음한 마이킹의 위치와 방식에 따라 공간감이나 노이즈에 따라 다루는 방법이 또 달라지게 될 겁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페달이나 해머 노이즈가 많이 들어갔는데, 마이킹 방식을 단조롭게 사용해서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다소 세게 들리는 노이즈를 컨트롤하기는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큰 공간에서 다양한 마이킹으로 여러 채널로 녹음을 받는 것이 음원을 만들고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녹음도, 가상악기도 피아노 음색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한 사운드 이미지를 가지고, 그에 맞게 사전 작업과 녹음을 진행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이미지가 없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프리셋이나 여러 변수값들을 조절하면서 듣다 보면 찾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다양하게 시도해 보세요.
3) 음색에 대한 명확한 의도
피아노 음색을 어떤 것으로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프리셋, 공간계, 스테레오 등 입체감, 노이즈, EQ 등 여러 변수가 영향을 끼칩니다. 부드럽게 할지, 또렷하고 선명하며 고음 부분이 날카롭게 살아있게 갈지, 저음의 에너지가 세게 갈지, 옛날 라디오 소리처럼 지지직거리는 사운드가 들어간 빈티지 로파이로 갈지, 튀는 것이 없이 뭉툭하게 가되 다이나믹 차이도 최소한으로 갈지, 공간을 넓게 해서 소리를 많이 퍼지게 할지, 페달이나 해머 등 피아노 자체의 노이즈는 어떻게 할지 등등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피아노 사운드를 결정하고 최대한 소리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작업 단계에서 할 것들과 믹싱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조율해야 합니다.
4) 사운드 레퍼런스 곡 찾기 - 명확한 사운드 이미지
믹싱에서 곡의 취지에 맞게 어떤 사운드를 만들고 싶은지 엔지니어에게 전달합니다.
스테레오 이미지는 어떻게 할지, 공간감은 어떻게 할지, 믹스에서 피아노 음색에 변화를 더 줘야 할 부분은 어떤 방향인지, 오토메이션(다이나믹 볼륨 조절)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겠는지 등등을요.
이 모든 부분을 엔지니어에게 전달하면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사운드의 기존 음원을 찾아서 그 곡을 함께 전달합니다. 그러면 다소 주관적인 설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를 줄일 수 있으니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어요. 레퍼런스 곡의 사운드를 음원으로 전달함으로써, 함께 그 곡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소통하며 내 곡의 사운드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깝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5) 파일 형식과 라우드니스 체크
음원 유통사에서 요구하는 작업 파일의 세부적인 설정과 형식이 있습니다. 또 엔지니어님께서 파일의 설정값이나 악기 설정값을 조정해서 요청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 두 지점을 잘 크로스 체크하셔서 그대로 넘기시면 됩니다.
특히 볼륨 부분 라우드니스는, 곡을 들어보면서 가장 볼륨이 큰 부분의 순간 LUFS 값을 몇으로 맞출 것인지 엔지니어와 먼저 소통하면 좋습니다. 이 값을 잘 체크해서 볼륨을 적정하게 잘 끌어올리면 곡 원본의 해상도를 높여줍니다. 이러면 믹스, 마스터링에서 우리의 의도대로 소리가 더 잘 먹히는 기본 조건이 충족됩니다. 그러면 애초에 그렸던 사운드를 완성하는데 훨씬 더 도움을 주겠죠.
저의 경우는 가장 볼륨이 큰 부분의 Momentary LUFS 값을 -13~-14 정도로 맞췄습니다.
그리고 공간계를 담당하는 설정값은 최대한 빼서 드라이하게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페달 노이즈는 곡마다 다르게 작업했고요.
: 믹싱에서 다룰 공간계 리버브와 EQ는 끈 상태. 노란 박스 클로즈, 엠비언트 마이크로 원하는 음색으로 맞춘 후 최종 마스터단으로 LUFS 체크하면서 라우드니스를 올림. 추가로 더 올려야 할 경우엔 미디 트랙창에서 볼륨을 조절함.
6) 엔지니어와의 소통
나의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너무 주관적이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백하게 음악 용어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에서 주관적인 표현일 수 있는 ‘ 몽환적으로 ‘ 느낌을 작곡가와 엔지니어는 다르게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사운드의 방향이 서로 엇갈릴 수도 있겠죠.
똑같은 해석으로 플러그인을 써도, 그것을 적용한 소리를 듣고 느끼는 것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음악 용어로 잘 소통하며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희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니까요.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우리의 복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면 됩니다.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물을 감정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음악 자체에 대해서만 담백하게 얘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여러 다른 시도들을 할 수가 있는데, 이때 얘기만 주고받고 있다가 보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 음악에 대한 의도하고자 하는 경계를 잘 정해두어야 합니다. 어떤 순간이 되면 결정해서 작업하고 들어보며 소리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다시 얘기하며 소통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계의 표준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과 기회를 잘 활용해야겠죠.
시간의 텀을 줘가면서 귀를 쉬어가며 작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업하는 곡 사운드에 너무 집중하고 매몰되면 더러 큰 그림을 놓치기도 하니까요.
피아노 녹음을 하고 피아노 솔로 음악 음원을 작업하면서 믹싱하기 전까지 염두에 두면 좋을 팁들 6가지를 얘기해 보았습니다. 작업을 향한 즐거운 몰입과 원활한 소통으로 원하는 방향의 음악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즐거운 음악생활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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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한 것은 적고 주관적입니다. 제 지식과 정보는 극히 적지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부딪히며 알게 된 부분, 공부하며 알게 된 부분을 지금 시점에서 정리한 것이라 표면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시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고 시정할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피아노 작업,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