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Sep 18. 2024

추석 보름달을 보며 기대었던 음악

플리니오 페르난데스의 Fracture

출처 : 플리니오 페르난데스(Plínio Fernandes) 홈페이지


https://youtu.be/FsDwzXWX3ZY?si=KsmPxWFDflgRTbT1


Plínio Fernandes - Fracture (Arr. for Guitar by Sérgio Assad)

Composer : Stephan Moccio



연휴시작 무렵 이 곡을 듣게 되었다.

브라질의 떠오르는 신예 클래식 기타리스트 플리니오 페르난데스(Plínio Fernandes)가 연주한 Fracture라는 곡이다. 원곡은 스테판 모치오(Stephan Moccio)의 피아노곡으로 세르지오 아사드(Sérgio Assad)가 클래식 기타로 편곡했다.


밤바람이 많이 불었던 주말,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지친 숨을 고르며 이 곡을 들었다.

그렇게 좋은 음악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머물던 공간의 모든 것은 멈춰 버린다. 난 한 없이 작아져서 그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음악은 날 어딘가로 데려다준다. 비록 그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내 마음의 집으로 가는 기분이 든다. 포근하다.


가을이 되면 유독 어쿠스틱 기타곡을 많이 듣게 된다. 손끝으로 현이 튕겨지고 기타 몸통의 나무 안에 울리는 소리는 내게 가을을 툭 가져다준다. 가을바람을 담아 가슴을 훑는 기타 소리는 이렇게 가을을 타게 만든다. 가을이라 하기엔 아직은 너무 더운 날들이지만 말이다.






클래식이나 조용한 음악 플레이리스트에서 종종 보여 알게 된 플리니오 페르난데스. 클래식뿐만 아니라, 브라질 음악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연주하며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데뷔한지 2년이 되었는데 벌써 2개의 앨범과 14개의 싱글 및 EP를 발매한 다작의 아티스트이다.


이 곡은 그전에 발표한 곡들에 비해 표현력의 깊이와 호흡이 더 깊어진 것 같다. 편곡을 담당한 기타리스트자이자 작편곡가인 세르지오 아사드는 플리니오 페르난데스가 이 곡을 표현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편곡가를 검색해 보니 일흔이 넘은 나이였다. 세르지오 아사드 생의 지층 속에 켜켜이 쌓인 그만의 음표들이 한 음 한 음 꺼내져 이 곡에 진솔하게, 담백하게 담겼던 것일까. 기타를 위한 편곡은 따뜻하고 여유 있는 연주와 만나 내 마음을 녹여버렸다. 편안하다. 원곡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기타의 편곡이 더 깊이 와닿는 것 같다. 물론 원곡을 몰랐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기타리스트이자 작편곡가인 세르지오 아사드 ⓒ Leonardo Beraldo from wikimedia


긴 추석 연휴 동안 플리니오의 곡을 기반으로 세르지오 아사드의 흔적들을 따라 음악여정을 떠났었다. 플리니오 페르난데스의 표현력이 더 깊어졌다고 함부로 말하기 싫었고, 또 세르지오 아사드의 세월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여정을 하던 중 반가운 일이 있었다. 정말 닳고 닳도록 들었던 20여 년 전 앨범에서 세르지오 아사드를 발견한 것이다. 세상에.. 가을이 되면 종종 꺼내 듣는 앨범, 바로 요요마의 오브리가도 브라질 앨범이다. 가슴을 울리는 깊은 첼로의 색채감과 어쿠스틱기타의 선율과 리듬이 좋다. 그렇게 가을을 꾹꾹 채워주는 앨범이다. 이 음악을 좋아할 것 같은 지인들에게도 적잖이 CD로 선물하며 나눴던 음악이다. 이 블로그 어딘가에도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 앨런 긴즈버그 『 어떤 것들 』



사랑하는 것들은 세월을 뛰어 넘어서도 어떻게든 연결되어 결코 잊힐 수 없는 그 무엇이 된다. 비록 이름과 존재는 잊고 있었어도 음악의 언어로 내 안의 사랑을 잃지 않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Fracture의 기타 선율에 이끌렸던 것이 아닐까? 그 편곡가를 따라 예전도 지금도 사랑하는 음악과 존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서 반갑고 기뻤다. 일흔이 넘었어도 다음 세대를 이어갈 연주자의 음악과 함께 흔적을 남겨놓는 모습이 멋지고 가치 있어 보였다.


이 곡을 들으면서 뚫려있는 마음의 뚜껑을 잠시 열어 온기를 조금 채워 넣었다. 그 온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마음의 뚜껑을 다시 잘 닫아 놓았고. 시간이 지나면 이 곡도 추억을 부르는 노래가 될 것 같다. 아랑곳없이 시간을 건너뛰어 지금의 이 날로 데려다줄 노래. 외로운 마음을 잠시 뉘일 수 있었던 뭉근하고 따스한 품으로 이 노래를 기억하고 싶다. 영혼에 온기가 필요하다면 호젓한 시간에, 고요함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에 이 곡을 만나며 감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무르지 않은 온화함과

무르지 않은 따뜻함,

무르지 않은 폭신함을

제 몸과 언어에 둘러주소서


- 한영옥, 『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中 시인의 말







필리니오 페르난데스(Plínio Fernandes) 홈페이지 소개 글

출처 : https://www.pliniofernandesmusic.com/ 


상파울루에서 태어나고 자란 플리니오 페르난데스는 클래식 기타의 전통과 브라질 포크 음악을 융합하고 있다. 데카 골드 전속 레코딩 아티스트인 Plínio는 2022년에 데뷔 앨범 Saudade를 발매하여 빌보드 전통 클래식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9월에는 녹음 파트너십의 두 번째 앨범인 Bacheando가 발매되었다. 플리니오는 포브스 브라질의 30세 이하 30인, 클래식 FM의 라이징 스타에 선정되었으며, 최근 제30회 연례 브라질 음악상(Prêmio da Música Brasileira)에서 레블라시옹 상을 수상했다. 최근 주요 공연으로는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매진을 기록한 셰쿠 칸네-메이슨과의 영국 투어, 브레이마 칸네-메이슨과의 영국 투어 매진, 랑랑과의 공연 등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흔들려서 아름다운 자작나무 - 라벨, 물의 유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