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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쓰는 사람
Oct 17. 2024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깜짝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문학사상 전무한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작가님.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작가 한 사람의 영예에 그치지 않는 우리 민족 우리 역사의 승리요. 그 역사의 숭고함을 인정받은 세계적 과업이라 할 수 있겠다.
해당 작가의 대표 작품은 광주 민주화 항쟁과 제주 4.3시건을 근간으로 두고 있고 이 잔인한 역사를 사실에 기반한 문학적 해석과 표현으로 그 처절함과 잔임함을 한층 더 드러내고 독자의 가슴을 울렸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산문!'
한 문장으로 표현한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평에서 볼 수 있듯이 한강 작가는 문학을 개인의 산유물이 아닌 역사와 인간삶의 필연성을 밝히고 그 속에 드리워진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참혹한 고통을 현재화하여 통감하고 마주하고 대면하게 한다.
잔인한 역사를 문학적 표현으로 완성하고 승화시켜 그 상처를 파헤치고 내면화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보듬고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뉴라이트라고 하는 근본없는 극우 세력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친일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이 암울한 시대에 너무나 의미있고 위로가 되는 역사적 일이다.
아직 역사가 이 나라를 버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가 든다.
헌법을 유린하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고 짓밟은 학살자들과 아직도 잔혹한 피흘림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극우 뉴라이트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대통령과 그 주변 잔당세력들이 더 이상 설 곳이 없게 만들어버린 통쾌한 대역전극이자 강력한 역사의 경고라 생각한다.
한강작가의 노벨상을 계기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독재와 잔인한 폭거에 대항해 그 속에서 자신의 청춘과 남은 온전한 삶을 기꺼이 내다바친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과 죽음의 대가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자.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뜨거운 고름 같은 눈물을 닦지 않은 채 그녀는 눈을 부릅뜬다.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이는 소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3장 일곱개의 뺨 p133-134
아직도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한 광주의 그날을, 그 소년을, 그리고 무수한 청년들과 핏빛서린 세월을 견뎌낸 수많은 희생자들을 뚫어지게 응시해본다.
가슴속에 사원의 불빛을 태우며 이 불빛이 사그라들지 앓고 점점 활활 타오르기를..
소년이 온다. 우리는 광주로 들어간다.
결코 잊지 않는다.